어세룡 인스웨이브 대표 “꼼수 쓰지 말고 바로 웹 표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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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2 19:14 | 수정 2014.12.03 10:00
“여전히 국내에서는 액티브X 잔재가 강력하다. 액티브X 대신 플래시를 중간에 편법으로 끼워 넣거나 런타임으로 크로스 브라우징 지원하는 게 웹 표준이라고 호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구글은 내년 9월부터 크롬에서 넷스케이프 플러그인을 차단한다. 플래시, 실버라이트 다 사용 못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웹 표준, 즉 HTML5 쓰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말 HTML5가 국제 웹 표준으로 공식 채택됐다. 다양한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연관검색어로 언급된 업체 중 하나가 바로 국내 HTML5 업체인 인스웨이브시스템즈다. 10년 이상 HTML5 관련 기술에 투자해 웹스퀘어5 등 관련 제품을 내놓은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를 만나 HTML5 관련 기술과 시장 동향에 대해 들어봤다. 
어 대표는 국내 웹 환경에서 여전히 액티브X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는 시스템 개발자의 책임도 있다며 그들 스스로 HTML5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년부터 HTML5가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브라우저마다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런타임을 이용하거나 어도비 플래시 기술 등을 이용하는 편법적인 웹 표준 방식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이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 수준 정도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HTML5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고, 특히 웹스퀘어의 그리드 기능을 떼 컴포넌트화한 후 온라인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내년으로 예상했던 상장은 3~4년 정도 연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SW) 제값주기, SW분할발주, 유지보수료 현실화 등 정부의 주요 SW 정책에 대해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한 더 세밀한 추진을 주문했다.
다음은 어 대표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 (사진=인스웨이브시스템즈)
연초에 올해 매출 목표를 150억 원으로 제시했다. 실제 성과는 어떤가?
 
지난해 수준인 120억 원 정도로 마무리할 것 같다. 무엇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기가 안 좋다. 세월호 참사도 영향이 있겠지만, 기업이 투자를 안 한다. 금융권은 사업이 아예 실종됐다. 차세대가 끝난 것도 한 요인이지만 최근 몇몇 금융 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대규모 사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사실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주사업자인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저가 수주를 반복하면서 발주 기업도 값을 깎으려고만 한다. 이런 점들이 한 요인인 것 같다.
 
신제품 ‘웹스퀘어 5’ 출시가 늦어지면서 관련 매출이 예상을 밑돈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애초 상반기 중에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완성도를 높이고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매출은 예상보다 적지만 내년으로 넘긴 수주 잔액이 꽤 된다. 올해 계약을 마쳤으면 매출 목표를 맞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웹스퀘어5는 기존 제품의 버전업이지만 사실상 새로 만든 제품이다. 내년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웹 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다. 지난달에 HTML5 표준이 확정 발표됐다. 기대했던 일정보다는 늦었지만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하반기 나오는 사업을 보면 대부분 웹 표준을 요구사항으로 반영하고 있다. 사실 웹 표준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암호화 모듈 등 국내 웹 환경이 더 빨리 웹 표준으로 넘어갈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액티브X 잔재가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더 걸리는 것 같다.
 
실제로 웹 표준 이슈에 대해 기대보다 시장 확대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동의한다. 웹 표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과도기적 어려움을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웹스퀘어를 처음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툴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우리는 기업용 시스템을 만드는 개발자가 웹 기반 기술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전제를 갖고 제품을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액티브X 기반의 X인터넷 제품을 10년 넘게 써 온 개발자에게 쓰기 어려운 툴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웹퍼블리셔(Web Publisher)라는 다소 생소한 직군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웹스퀘어5를 개발할 때는 많은 것을 새로 고민해 반영했다. 웹 표준이나 자바스크립트, CSS 같은 기술을 깊이 알지 못해도 기업용 웹 화면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적은 경쟁사가 아니다. 웹 표준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어려움이다. 분명한 것은 개발자 스스로 웹 표준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구글과 같은 기업은 자사 서비스 대부분을 HTML5로 전환했다. 당장은 웹스퀘어 같은 쉬운 툴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HTML5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개발자는 더 공부해야 한다.
인스웨이브의 웹스퀘어5 (그림=웹스퀘어 홈페이지)
 
웹 표준을 구현하는 방식이 업체마다 차이가 있다
 
현재 웹 표준 관련 시장 이슈 중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일부 업체는 런타임을 이용해 여러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마치 웹 표준인 것처럼 호도한다. 특정 서비스를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웹 표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브라우저마다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런타임 방식은 웹 표준이 아니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가 이러한 플러그인 사용을 차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내년 9월부터 '넷스케이프 플러그인 API(NPAPI)'를 차단한다. 플래시나 실버라이트 같은 기술은 더는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웹 표준, 즉 HTML5를 쓰라는 것이다. 이미 브라우저에 HTML 스펙에 맞춰 기능을 넣어놨으니 이걸 이용하라는 메시지다. 구글이나 유튜브가 HTML5로 서비스를 전환하는 의미를 웹 기획자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HTML5 관련해서 공인인증서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국내 웹 표준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가 공인인증서다. 아예 HTML5 웹 표준에 관련 내용을 넣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고 일부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결국 기존 공인인증서 프로세스를 그대로 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는 개인 간 거래에 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공인인증서는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이 서비스 업체가 아님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크롬과 파이어폭스에 관련 기능을 넣어달라고 문화적으로 이해시키기 힘든 구조다.
 
현재 액티브X나 런타임 등으로 구현된 키보드 암호화, 키보드 가상화, 피싱 방지 등을 모두 웹 표준으로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미 나와 있는 HTML5 보안 모듈 활용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거나 아예 공인인증서를 폐지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공인인증서 없애고 암호화는 표준 암호화로 대체하면 된다. 현재 액티브X 대안 기술로 논의되는 것이 결국 런타임 방식의 크로스 브라우징인 것 같은데, 이것 역시 웹 표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환경을 단번에 HTML5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가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현재 모 공공기관은 웹 표준을 도입해 놓고도 런타임 방식으로 구현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 모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렇게 구현했지만, 관련 제도가 바뀌고 여건이 되면 그 부분만 웹 표준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한 선택이다. 현실적인 웹 표준 접근법 중 하나다.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가 폐지되면 금융, 공공분야 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현실적이 어려움이 있지만 웹스퀘어5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 올해 계약을 추진하는 것만 30건이 넘는다. 시장이 HTML5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본다.
최근 웹 표준화 기구인 W3C에 가입했다.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가입한 지 얼마 안 됐고 사실 내부에 여력도 많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HTML5 관련 개발을 가장 먼저 한 것을 활용해 앞으로 역할을 찾아볼 것이다. 기존 HTML5 규격 중 보안 방식이나 로컬 스토리지 방식에서 새로운 규격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기를 처리하는 직렬 방식이나 시리얼 방식 관련 추가 스펙도 필요하다. 사실 웹은 이미 플랫폼으로 가고 있다. 구글을 보면 웹 자체가 운영체제다. 웹의 플랫폼화는 점점 빨라질 것이고 우리가 HTML5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 (사진=인스웨이브시스템즈)
반응형 웹은 어떤가? 관심보다 실제 적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내년에 탄력받을 기술 중 하나가 ‘반응형 웹(Responsive Web)’의 단점을 강화한 ‘적응형 웹(Adaptive Web)’이라고 본다. 그동안 웹 표준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반응형 앱을 내세웠다. 한번 웹사이트 만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든, 크롬이든, 모바일이든 똑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기본적으로 화면 크기에 따른 조절이어서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복잡하고 작게 보였다. 결국 새로 만들어야 했다.
 
반면 적응형 웹은 반응형 웹의 단점을 보완했다. 화면 크기에 따라 레이아웃이 바뀌고 중요한 정보를 먼저 보여주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OSMU(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통신사 중 한 곳이 이 기능 때문에 웹스퀘어5를 도입했다. 반응형 웹 기술이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웹 표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이 문제도 해결됐다. 아직 문제라면 해외의 경우 네트워크가 느리기 때문이고 국내에서는 브라우저 버전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 9 이하 버전은 웹 표준을 지키지 않고 개발돼 웹 표준이 적용된 사이트가 오히려 느린 경우도 있다.
 
내년에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가?
 
현재로서는 힘들다. 3~4년 정도 더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SW기업으로 상장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일단 시장에서 SW 가격을 제대로 줘야 하는데 깎기에 바쁘다. 유지보수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앞으로 15%까지 올린다고 하지만 아직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지 않았나. 기업도 외국계 기업 제품은 수십억씩 주고 구매하지만 국산 업체는 당장 1억 원만 줘도 난리 아닌 난리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순수하게 패키지 SW로 상장에 성공한 회사가 투비소프트, 한컴 등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SW 분리발주 같은 지원 정책은 어떤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SW 분리발주 제대로 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힘든 것 같다. 추진 과정에서 제도적인 허점도 있다. 예를 들면 SW 사업이라고 하면 일단 사업자를 선정해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때문에 우리 같은 SW 업체는 나중에 분리발주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SW와 서비스를 미리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개발툴 같은 SW는 먼저 분리발주를 하거나 혹은 주사업자를 선정할 때 함께 진행해야 한다.
 
다른 지원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현실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추진해야 한다. 취지는 좋지만, 사문화된 법과 제도가 많지 않나. 어떤 제도든 부작용은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 관련 인력이나 지원 기관이 있는지 고려하고, 결국 SW 제품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년에 새로 발표할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나
 
웹스퀘어의 그리드 기능을 떼 컴포넌트로 판매하는 것을 1월부터 시작한다. 그리드 쪽은 시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제품은 해외 제품보다 기능 면에서 우수하다. 성공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해외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에는 여건이나 정보가 부족하고, 일단은 웹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 형태로 판매한다. HTML5보다는 제품명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국외 시장, 특히 미국을 두드려 보려 한다. 국내에 판매할 계획은 아직 없다.
 
장기적으로는 웹스퀘어를 PaaS(Platform as a Service)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사용료(Subscription) 형태로 과금하고 런타임에 대한 엔진에는 별도 사용료를 매기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아직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있고 미국도 PaaS 시장은 초기여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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