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발주 빅뱅] ⑤'설계-구축' 분할발주 시급…적정 SW사업비 확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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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0 15:47 | 수정 2015.01.10 15:49
[IT조선 박상훈] 공공소프트웨어(SW) 사업을 기획설계와 구축으로 나눠 발주하자는 ‘분할발주’ 제도 도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인력과 과업, 예산 등 사업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수주기업의 사업관리가 쉬워지고 업계 전반의 SW 설계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단,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예산부처의 변화가 필수적이고, 분할발주 관련된 다양한 법제도 개선까지 치밀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에서는 국회 과학기술혁신포럼이 주최한 ‘공공SW사업 발주체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진형 SW정책연구소 소장은 “SW사업을 기획과 구현으로 나눠 진행하면 기획 단계에서 예산과 과업의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들어 SW사업의 품질을 높이고 개발자 처우 개선이나 SW제값주기 등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기획 설계에서는 요구분석은 물론 사용자인터페이스(UI) 설계까지 진행해 발주처가 실제 완성된 사업결과물을 대략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구축 사업비를 정밀하게 산출하고 패키지 SW를 구매할지 직접 개발할지도 검토된다. 김 소장은 기획 설계 사업에 전체 사업비의 20~30%를 투입하고, 그 결과물을 평가해 다음 해에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SW사업 발주체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김진형 SW정책연구소 소장이 SW분할발주 제도에 대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분할발주가 도입되면 그동안 불분명한 요구사항 때문에 업무 범위, 추가 업무에 대한 비용 부담 등을 놓고 벌어졌던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오석주 대교CNS 대표는 “IT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 분할발주가 되면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고 사업비 산정이 합리적으로 되기 때문에 인력을 얼마나 투입해야 할지 등 전체 비용관리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설계, 개발 전문기업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SW 산업의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조미리애 VTW 대표는 “그동안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우리 SW 업계가 아직 계약 문화에 약하고, 무엇보다 SW 설계 자체가 실질적인 계약의 효력을 갖지 못해 갈등의 원인이 되곤 했다”며 “분할발주 제도가 도입되면 설계 사업의 결과물에 따라 명확한 요구사항을 갖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발주처와 수급업체가 대등한 관계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분할발주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우려는 공공SW 사업에 적정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정부가 명확한 기준도 없이 예산 절감만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SW사업비를 삭감하는 관행이 계속되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상무는 “어떤 제도를 새로 도입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요구분석에 따라 업무량과 사업비를 적절하게 지급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업비를 합리적으로 산출하고 부득이하게 추가 과업이 있으면 적당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는 예산 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분할발주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과 예산, 검수, 계약 등 전 과정에 걸쳐 분할발주 관련 제도를 지원하는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대표는 “몇 해 전 인력을 기준으로 한 SW 대가 산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펑션포인트(Function Point, 기능점수에 따라 사업 대가를 선정하는 방식)가 도입됐지만, 현재는 펑션포인트 계약을 해도 인력 계획을 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분할발주 제도가 도입되면 이에 맞춰 관련 제도도 개선해 펑션포인트 같은 '반쪽 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익호 창의컨설팅 대표는 분할발주 제도 도입 과정에서 과감한 예산 투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분할발주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분석설계 전문업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런 업체를 먼저 육성할 것이냐 아니면 시장을 먼저 만들 것이냐는 것에 대한 ‘닭과 달걀의 딜레마’가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과감하게 어느 한쪽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범사업 1~2개 하면 규모의 경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전자정부 사업의 30%에 일괄 적용하는 등 과감하게 실행해야 이 시장을 보고 업체와 전문가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진형 SW정책연구소 소장은 지금이 SW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더 빠른 실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젊은 인재들을 보면 국내 취업 대신 바로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식으로 몇 년 지나면 정부가 SW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인력, 회사가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SW산업을 육성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분할발주를 시작으로 SW중심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행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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