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LIG손보 사례로 본 SW분할발주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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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7 18:41 | 수정 2015.03.28 05:12
[IT조선 박상훈]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을 기획(설계)과 구축(개발) 등 2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SW분할발주'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공공과 민간에서 분할발주로 진행된 실제 사례가 공개됐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해 재작업을 줄이고 사업비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사업방식 대비 더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투이컨설팅의 월례 행사인 'Y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달의 주제는 '빅뱅의 대안은 없는가? 분리발주, 분할발주, 단계적 접근 성공전략'으로,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와 신창섭 투이컨설팅 이사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SW 분할발주 형태로 진행된 국세청과 LIG손해보험의 사례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신창섭 이사에 따르면, SW 분할발주를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시스템의 뼈대가 되는 SW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팀과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팀이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키텍처의 구현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결과물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책임소재를 놓고 1단계-2단계 사업자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가 국내 IT 프로젝트 구축 방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이사는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 업체가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역할을 하면서 아키텍처 설계와 구축은 물론 2단계의 적용 가이드와 변경관리까지 맡는 방안, 그리고 1단계 업체가 역시 PMO를 맡지만 아키텍처 개념 설계까지만 맡고 아키텍처 설계와 구축, 적용 가이드, 변경관리는 2단계 업체가 하는 방안이다. 신 이사는 "1안은 솔루션 도입 시기가, 2안은 전체 프로젝트 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파일럿(제대로 설계가 됐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을 언제 할 것인가에 따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 이사는 아키텍처의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취사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연성, 성능 등 발주처가 필요한 우선 순위에 따라 PMO, 사업자 등과 함께 결정해야 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도 실제 구현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결정된 아키텍처 원칙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의지와 권한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2안처럼 아키텍처 단계별로 컨셉을 잡아 1단계 사업에서 검증만 하고 구현과 튜닝을 2단계 업체에 맡기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SW 분할발주를 둘러싼 또다른 논쟁거리는 1단계 사업인 기획과 2단계 사업 구축 단계의 과업 범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은, 기본설계는 1단계 사업으로, 상세설계부터는 2단계 사업으로 진행하자는 방안이지만 이러한 구분 역시 실제 사업에 적용하면 그 과업 범위를 놓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LIG손해보험(왼쪽)과 국세청의 SW 분할발주 사례
 
신 이사는 이를 CIM과 PIM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CIM(Computation Independent Model)은 최종 결과물의 화면과 비즈니스 로직, 데이터 모델 등까지만 1단계 사업의 결과물로 내는 것이고, PIM(Platform Independent Model)은 CIM 결과물에 물리적인 데이터 설계와 클래스 설계, 함수 명세와 변수 설계 등까지 포함한 것이다.
 
신 이사에 따르면 국세청 사업은 PIM까지를 1단계 사업으로 진행했지만, 비즈니스 로직을 설계하는 부분에서 애를 먹었다. 신 이사는 "대부분 기업이 비즈니스 로직을 규정한 문서가 없어 현재 운영되는 시스템을 실제로 '까봐야' 명확히 알 수 있다"며 "이 작업은 보통 실제 개발(구현) 단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1단계 사업에서 어느 수준까지 분석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1~2단계 사업을 다른 업체가 맡게 될 경우 비즈니스 로직을 얼마나 상세하게 정의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 이사는 지적했다.
 
1단계 사업의 결과물의 품질 평가를 둘러싼 이슈도 있다. 여기에 대한 합의가 명확치 않으면 프로젝트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사업에서는 회의실 수십 개를 잡아 IT팀과 현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최종 결과물이 될 화면 디자인을 띄워놓고 다같이 데이터 모델과 예외사항 등을 리뷰했다. 신 이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데이터 모델 오류와 생각지 못한 예외사항 등을 많이 잡았다"며 "결국 분할발주를 제대로 하려면 고객이 설계 모델을 검수할 만큼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섭 투이컨설팅 이사가 국세청과 LIG손해보험 SW분할발주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LIG손해보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체는 1단계 사업을 CIM까지로 설정하고 1단계 사업 결과물을 기반으로 파일럿 검증까지 마쳤다. 그러나 신기술이 다수 적용된 것이 비해 파일럿 규모가 작았다고 판단, 2단계 사업 착수를 3개월 미루고 시범 구축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 이사는 "전체 기간이 조금 늘어났지만 2단계 사업의 예산을 정확히 예측하고 요구사항 변경을 최소화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3개월간 시범 구축을 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이사는 분할발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발주처가 현재 진행하는 IT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정말 원하는 최종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단계 사업 결과에 따라 자체개발할 것인지, 패키지를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접을 것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며 "이것은 기존의 정보화전략계획(ISP)으로는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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