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분할발주 반대"… IT 서비스 업계 반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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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2 15:53 | 수정 2015.04.02 21:26
[IT조선 박상훈]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을 기획(설계)과 구축(개발) 등 2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SW분할발주'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일부 IT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 반대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코엑스에서 투이컨설팅이 주최한 'SW 분할발주' 관련 세미나에서는 발표자와 참석자 간의 날선 논쟁이 있었다. 신창섭 투이컨설팅 이사가 LG CNS는 설계한 SW 모델을 자동으로 코드로 바꾸는 모델 기반 개발(MDD) 역량을 갖고 있지만, 분할발주되는 기획 사업의 결과물인 '기본설계'를 코드로 자동 전환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LG CNS 관계자가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설계와 개발을 분할하면 LG CNS는 이 기술을 쓰는 대신 사실상 재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가 끝나자 LG CNS 관계자는 자사의 MDD가 기본설계까지 자동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하며 "(LG CNS 내에서)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며 신 이사에게 따져 물었다. 또한, "(신 이사가 언급한 해외 SW 분할발주 사례 중) 일본의 경우는 분할 발주가 아닌 기능 분할"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분할발주 제도 사례로 일본 사례가 언급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SW 분할발주 제도 도입 논의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공공 SW사업 발주체계 개선 토론회
SW 분할발주에 반발하는 것은 비단 LG CNS 뿐만이 아니다. 김승기 쌍용정보통신 대표는 지난 달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SW분할발주가 현장과 괴리감 있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마다 다른 작업절차나 표준을 갖고 있어 실제 사업에서는 발주자와 수행자(업체)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분할발주로 기획(설계), 수행을 나누면 수행업체는 발주처가 어떤 요구를 했는지 표준조차 없이 기본설계 서류만보고 개발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IT 서비스 업체들이 모인 업계 이익단체의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미래부 산하 SW정책연구소의 자료를 직접 문제 삼기도 했다. SW정책연구소가 지난 1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혁신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협회 관계자가 행사에 참석해 찬성의견을 밝혔다는 부분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적극 반박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보적인 입장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고 직접적인 해명인 셈이다.
현재 업계에서 SW분할발주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해외에도 없는 정체불명의 제도라는 점 등이다. 이에 앞서 채효근 IT서비스사업협회 상무는 SW분할발주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분할발주가 정확히 무엇인지 헛갈린다"며 "공정별로 사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나온 김승기 쌍용정보통신 대표의 지적과 LG CNS 측의 반대 논리와 사실상 같다. IT 서비스 업계가 SW분할발주 도입 움직임에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LIG손해보험(왼쪽)과 국세청의 SW 분할발주 사례
전문가들은 SW 분할발주가 국내에 도입된다고 해도 앞으로 상당기간은 한 사업자가 설계와 구현을 함께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기획 부분의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 더 필요하고, 발주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자체 노하우와 지원 체계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창섭 투이컨설팅 이사도 "운동 경기를 봐도 야구는 새 선수가 오면 즉시 전력이 되지만 축구는 팀웍이 필요해 당장 전력화하기 어렵다"며 "분할발주 역시 당분간은 사업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IT 서비스 업체들이 이처럼 집단 반발에 나서는 것은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구상한 SW 분할발주 안을 보면 기획 사업에 전체 예산의 30%를 할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50억원 짜리 사업이라면 기획사업 15억, 구축사업 35억으로 나뉜다. 기획사업을 수주한 업체가 다른 업체가 수행할 구축사업 예산을 추산하기 때문에, 기존에 대기업의 주요 사업모델이었던, 턴키로 수주해 재하청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 논의되는 것은 공공 SW사업에 분할발주를 적용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민간 영역으로 확산될 경우 IT 서비스 산업 구조가 현재 대형 IT서비스 업체를 정점으로 한 수직 구조에서 기획 전문회사, 구현 전문회사로 수평 분화된다. 전문성을 갖춘 작은 기업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구현사업은 경쟁이 더 치열해져 시장 개방 여부에 따라 인건비가 더 저렴한 해외 아웃소싱도 실현될 수 있다. 한 대형 IT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IT서비스 업체 중 SW분할발주 제도 도입을 반기는 회사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가 지난 27일 열린 행사에서 국내 SW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자와 IT 서비스 업체 관계자 간에 날선 질의가 이어지자,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SW분할발주가 발주자의 불명확한 요구사항 때문에 생기는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많은 SW 사업이 요구사항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시작돼 발주자는 프로젝트 중간에 기능을 넣어라 말아라 요구가 많고, 수행업체는 당초 예정하지 않았던 개발 업무가 늘어나 결국 적자 사업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LG CNS 같은 대형 IT 서비스 업체와도 일을 많이 해 봤는데 프로젝트가 80% 정도 진행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수행업체는 예산이 초과됐으니 돈을 더 달라고 하고 발주자는 이런 요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라며 "SW 분할발주가 자리 잡으면 기획 사업 단계에서 요구사항이 명확해져 적어도 이건 상황은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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