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스타트업] “바보야, 문제는 생태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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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8 15:36 | 수정 2015.05.28 23:59

전세계가 스타트업 열풍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HW, SW는 물론이고 커머스,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핀테크, IoT 등 IT 신기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들도 있다. 스타트업의 현황과 지원방안 등에 대해 살펴보고, 관계자들로부터 스타트업에 얽힌 생생하고 다양한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IT조선 유진상]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다. 생태계(Ecosystem)란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생물군과 이것들을 제어하는 무기적 환경요인이 종합된 복합 체계를 뜻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정확히 구분하기는 이해당사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위키미디어(Wikimedia.org)에서는 대기업(Big Companies), 대학 및 교육기관(University), 정부 및 지원기관(support Organization), 조사기관(Research Organization), 자금기관(funding Organization), 스타트업(Service provider)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키미디어가 분류한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그림=위키미디어)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정부는 그 중심에 스타트업을 놓고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와 스타트업의 기조가 맞닿아 있어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에 힘입은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외국과는 사뭇 다르다고 강조한다.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그림=스타트업얼라이언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정부는 완전히 뒤로 빠져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투자는 민간에서 이뤄지며, 정부는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마찰이 생겼을 때 스타트업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집중한다. 규제도 없다. 오히려 불합리한 규제가 있는 경우 VC(Venture Capital)들이 스타트업에게 ‘깨 부수라’며 부추기기도 한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빠른 실패(Fail Fast)’를 강조하며 기회비용을 아낀다. 실패를 질질 끌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성과를 빠르게 내는데 온 힘을 집중한다. 또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 때문에 실력이 있는 엔지니어들은 프로선수들과 같이 실력으로 대우를 해 준다.

여기에 강력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가 정신이 뒷받침된다. 크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한다는 정신이 뿌리를 이룬다. 특히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마크 저크버그, 일론 머스크 같은 롤 모델이 다수 존재한다. 얼핏보면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이 저변에 깔려있다.

특히 생태계를 만들 줄 안다. 스타트업끼리 도움을 주기도 하며 대기업은 스스로 혁신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전을 펼친다. 정부 역시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 정책을 아끼지 않는다. 마치 거대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넘치는 어항이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HW, SW, 핀테크, 헬스케어, B2B 등 무수히 많은 종류의 비즈니스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지원금만 앞세운 정부 정책…’좀비’ 벤처 양산

그럼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사항이 과도한 정부 주도의 정책이다. 특히 지원금만 앞세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지원금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스타트업 생태계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정책이 ‘지원금’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일부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와 관련한 성적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만 쫓아 다니면서 지원금과 상금 등으로만 생활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잘 찾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질질 끌면서 ‘좀비 벤처’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비 벤처가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가 실패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자들이 비즈니스에 실패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 이후 실패하게 되면, 결국은 낙오자가 되기 쉽고 재기하기는 어렵다.

SW기술 갖춘 경력 창업이 우선시 돼야

여기에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청년실업 해소’라는 숙제 해결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는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폈고, 이는 곧 아이디어만 중시하는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 기술은 뒷전이 됐다. 이러다 보니 접근하기 쉽고 인기 있는 몇몇 분야에만 창업이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니크한 아이템을 갖고 도전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기술 중심적인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천대받는다. 엔지니어들의 종착역은 치킨집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특히 경력창업이 산업 부흥에 힘이 될수 있지만, 비경력자들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발전속도는 더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에게 기술과 아이디어, 비즈니스 역량이 적절히 배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기술력이 등한시 될 경우 금새 후발주자가 양산될 수 있으며, 투자확보, 스케일업 등에 불리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원규 전 구글코리아 지사장은 “구글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개발자가 그 회사 인력의 1/3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라며 “과거 태터앤툴 인수 이후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못한 이유가 이런 회사를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유호석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술 창업, 특히 SW개발 경험자들의 창어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 생계형 창업에 비해 매출 7배, 이익 4배, 일자리 창출 2.5배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다보니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기적 성과위주의 지원정책으로 인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단기적 성과위주의 지원정책 추진은 결국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도 유행몰이가 될 뿐이다. 한동안 빅데이터, 클라우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지금은 IoT, 핀테크가 스타트업 정책의 주를 이루고 있다.

생태계 만들 수 있는 선순환 필요

또 규제가 너무도 많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규제로 인해 창업자들은 법률 전문가가 됐다는 말도 들린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고 사업에 매진해야 할 창업자들이 관련법을 찾아 공부하느라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인해 스타트업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사가 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소위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사만 진행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과도한 부처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세진 앱센터 본부장은 “한국의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억지로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부처간 경쟁이 심해져 세금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의 경우 진정성을 갖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정부 정책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듯한 모습도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할당제가 정부가 대기업에게 내준 ‘숙제’라는 말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롤 모델이 없으며, 창업가 정신이 떨어진다는 문제와 함께 생태계를 만들 줄 모른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비슷한 류의 사업이 펼쳐지면서 스타트업간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일례로 국내 소셜데이팅앱은 170여 개가 경쟁을 하고 있으며, 배달 앱들은 엄청난 액수의 투자금을 TV 광고와 마케팅, 모델 섭외 등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달앱 시장은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으며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그림=각 사 취합)


임정욱 센터장은 “정부의 역할은 작은 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규제를 없애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데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 안된 상태에서 단기적 성과위주의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며 “실제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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