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엔 잘나갔지" 구제시장서 만난 추억 속 휴대전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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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7 16:37 | 수정 2015.11.18 00:45

[IT조선 최재필] 최첨단 기능들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SNS를 통해 지구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심지어 밥값 계산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 왔다'고 여기면서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시간을 돌이켜보자. 10~20년 전에도 지금의 갤럭시폰·아이폰급 대우를 받으며 잘나가던 휴대전화들이 있었다. 기능은 단출하지만 깊은 매력을 지닌 제품들이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구제시장에서 추억의 향기 가득한 추억 속 휴대전화들을 만나봤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트렌드를 이끌었던 구제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는 서울 '동묘앞 구제시장'을 지난 15일 찾았다.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이곳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의류, 가전기기, 도서 등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곳이다. 돈 만 원이면 입을만한 티셔츠를 한 봉지 가득 담아올 수도 있고, 30만 원짜리 골동품이 '가격표를 잘못 붙였다'는 주인장 말 한마디에 3만 원짜리 골동품이 되는 신기한 곳이기도 하다.

동묘앞 구제시장에 위치한 상점에서 만난 오래된 전화기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묘앞 구제시장'하면 갖가지 옷, 신발 등 중고의류들을 생각한다. 실제 골목골목을 메우고 있는 것도 중고의류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상인들 틈에서 손때 묻은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상인들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곳에서는 짧게는 3~5년 전 물건에서부터 길게는 수십 년 된 전자기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기자 역시 구제시장에서 '왕년에 잘나갔던' 명품 골동폰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수많은 전자기기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제품은 단연 전 세계 폴더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모토로라 '스타택'이었다. 사실상 무전기 같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던 1990년대 손바닥만한 폴더형 휴대폰 '스타택'의 등장은 스마트폰 못지않은 혁명으로 남아 있다. 폴더를 여닫을 때 나는 '딸깍' 소리를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날 만나본 스타택 역시 '딸깍' 소리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동묘앞 구제시장서 만난 '스타택7760'

'스타택7760'은 지난 1996년 3월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130만 대 넘게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었다. 한때는 135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 때문에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5월 단종된 뒤에도 중고시장 등에서 15년 넘게 끈질긴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는 장수 휴대전화이기도 하다. 구제시장에서 '스타택'의 몸값은 5만 원.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15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오리지널 스타택(왼쪽)과 스타택2004

'오리지널 스타택'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품은 후속작으로 지난 2004년 시장에 나온 '스타택2004'다. 기존 스타택의 명성을 이어받은 '스타택2004' 역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스타택2004’는 오리지널 스타택 상단에 부착돼 있던 배터리가 휴대전화 뒤쪽으로 옮겨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기존 휴대전화 키패드와 함께 위치해 있던 화면이 폴더 상단 쪽으로 옮겨지면서 작았던 화면크기의 단점을 극복하기도 했던 제품이다. 출시 당시 가격은 30만 원대 초반. 가격경쟁력까지 한층 업그레이드했던 이 제품은 당시 유행했던 카메라, MP3 기능 하나 없이 인기를 유지했던 휴대전화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SCH-X780'

발걸음을 옮겨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또 한 번 눈길을 사로잡은 휴대전화가 있었다. 바로 삼성전자가 지난 2002년 9월에 출시한 'SCH-X780'이다. 일명 '회전형 카메라폰'으로 불리던 이 제품은 상단 폴더가 180도 돌아가고, 좌측에 탑재된 카메라가 180도로 회전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카메라 렌즈 하나로 전·후면 촬영이 모두 가능한 획기적인 아이디어 제품이었다. 당시 휴대폰을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의 방향만 움직여가면서 촬영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기도 했다. 특히 사진을 100매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한 화면에서 6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보면서 검색할 수 있는 멀티디스플레이 기능으로 이용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출시 당시 가격은 60만 원대.

팬택이 출시했던 '스카이 듀퐁'

오래된 휴대전화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자, 상점 주인은 조그마한 박스에서 한 제품을 꺼내 조심스럽게 기자에게 건넸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내에서 명품 휴대전화의 반향을 일으켰던 '스카이 듀퐁(IM-U510LE)'이다. 지금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팬택이 '명품'이라는 컨셉을 내걸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제품이었기 때문에 더 눈길이 갔다. 지난 2009년 10월 시장에 나온 '스카이 듀퐁'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스.티.듀퐁' 라이터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위쪽 홀드커버를 푸시-업 방식으로 디자인해 듀퐁 라이터의 뚜껑을 열 때 나는 특유의 클링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해 내 큰 관심을 끌었던 품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아르마니폰', LG전자의 '프라다폰'과 함께 경쟁했던 명품폰으로 기억하는 소비자들도 꽤 많을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 일평균 1000대 이상 팔려 나갔으며, 사전 온라인 예약에서도 단 며칠 만에 1만 5000대가 예약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K 금장 장식이 없는 이 모델의 출시 당시 가격은 60만 원대로, 여전히 스카이의 자존심을 지켰던 제품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유토폰'

또 다른 곳에서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가냘픈 몸체의 휴대전화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제품은 지난 2002년 1월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된 '유토폰'이다. 삼성전자가 제조한 이 휴대전화는 폴더폰 중 가장 작은 사이즈로 나온 제품으로 유명하다. 비록 흑백 폰이지만 화면의 파란 조명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손에 쥐어본 '유토폰'은 상당히 작았다. 16화음의 멜로디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낡은 전자기기들과 뒤엉켜 있는 국내 최초의 슬라이드 PDA폰

아울러, LG전자가 지난 2004년 4월 출시한 국내 최초의 슬라이드 PDA폰(LG-SC8000)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지금은 낡은 전자기기들과 뒤엉켜 있는 이 PDA폰은 당시 몸값이 80만 원 후반대에 책정된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PDA폰 중 국내 최초 메가픽셀 카메라를 장착하고, 첨단 인텔 PXA260 CPU, MS Pocket PC 2003 한글판 운영체제(OS)가 적용됐다. 뿐만 아니라, 고선명·고화질의 QVGA급 26만 2000 컬러TFT-LCD 채택, MP3 플레이어 지원 등 다기능 멀티미디어로 유명세를 탔던 제품이다. 스마트한 기능을 접목시킨 PDA와 전화 기능을 결합한 PDA폰이야말로 지금의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줬던 제품이다. 지금은 많은 이들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제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자가 '동묘앞 구제시장'에서 만나 본 오래된 휴대전화들은 2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억에 남는 특징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지금의 정형화된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비싼 통신요금에 지친 이용자들이 오래전 사용하던 손때 묻은 폴더폰을 회상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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