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정치연]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올해 초만 해도 200여 개로 추산됐던 블랙박스 브랜드가 현재는 50여 개 브랜드만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블랙박스 시장의 경우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았고, 매년 1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수많은 업체가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점차 블랙박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세가 둔화됐고, 사후관리(AS)나 프리미엄 기능 등에 대한 소비자 수요에 따라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일부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RS 글로벌에 따르면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2010년 38만6000대, 2011년 78만4000대, 2012년 155만대로 매년 100% 내외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3년 195만대, 2014년 200만대 규모로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가격 인하 등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블랙박스 브랜드 중 하나였던 다본다의 경우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며 판매 1위를 넘봤으나,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 블랙박스 시장에서 경쟁 중인 50여 개의 브랜드 중 상당수도 머지않아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파인디지털 블랙박스 브랜드 '파인뷰' 제품 (사진=파인디지털)
파인디지털 블랙박스 브랜드 '파인뷰' 제품 (사진=파인디지털)
 
업계 관계자는 "과거 내비게이션 시장의 초창기 시절 100여 개가 넘었던 브랜드 중 현재는 파인디지털과 팅크웨어 정도만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블랙박스 시장도 내비게이션 시장과 매우 흡사한 행보를 걷고 있다"며 "향후 블랙박스 시장도 3~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내비게이션 브랜드를 앞세워 탄탄한 인지도와 영업력을 구축한 팅크웨어(아이나비), 파인디지털(파인뷰), 미동전자통신(유라이브)과 재원씨앤씨(아이로드), 큐알온텍(루카스) 등 5~6개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상위 5~6개 브랜드가 차지하는 월간 판매량을 9만~10만 대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약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팅크웨어 블랙박스 브랜드 '아이나비' 제품 (사진=팅크웨어)
팅크웨어 블랙박스 브랜드 '아이나비' 제품 (사진=팅크웨어)
 

차량용 블랙박스 보급률이 30%에 육박하는 등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브랜드 간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내비게이션 시장 사례로 비춰볼 때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여기에 내년 1월 국내에 블랙박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중국 IT기업 샤오미의 행보도 주목된다.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블랙박스 업체가 현저하게 줄었지만, 아직도 치열한 경쟁으로 기술력과 신뢰도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