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스마트폰 잔여할부금 면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는 쓰던 스마트폰을 18개월 뒤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고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제도다. 통상 스마트폰 약정 기간은 24개월임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이 굳이 18개월을 기준으로 삼은 속내는 뭘까? 


제조사에서 이통사로 옮겨간 '클럽 열풍'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클럽' 열풍의 진원지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갤럭시S7'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갤럭시 클럽'이라는 스마트폰 잔여 할부금 면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LG유플러스가 'H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유사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SK텔레콤도 '프리미엄 클럽'으로 맞불 작전을 펼쳤다. KT도 관련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에서 시작된 '클럽' 열풍이 이통사로 옮겨 간 셈이다.

SK텔레콤의 '프리미엄 클럽'과 LG유플러스의 'H클럽'은 거의 유사하다. 스마트폰 할부 기간 30개월 기준으로, 18개월까지 할부금 50%만 납부하면 남은 12개월의 잔여 할부금을 면제해준다. 단,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이통사에 반납해야 한다.

사진=LG유플러스
사진=LG유플러스

예컨대, 출고가 80만원짜리 단말기를 2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구입했을 때 총 할부금은 60만원이다. 이중 소비자가 18개월까지 내야 하는 할부금은 30만원(50%)으로, 월 1만 6600원이 된다.

18개월이 지난 후에는 나머지 30만원을 내야 하는데,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할 될 경우 이 금액을 면제받게 된다. 만약 기존 제품을 계속 사용하려면 30만원을 12개월로 분납하면 된다. 매달 내는 금액은 2만 5000원으로, 앞서 18개월 동안 매달 냈던 금액보다 부담이 커진다.

양사의 '클럽' 서비스는 대상 제품이 최신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SK텔레콤은 갤럭시 S7·S7엣지, 갤럭시노트5, 아이폰6S·6S플러스, G5 등 6종 스마트폰 구매자가 프리미엄 클럽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LG유플러스 'H클럽' 적용 대상 단말기는 '갤럭시노트5'만 제외하고 SK텔레콤과 동일하다.

이통사, 제조사가 운영중인 클럽 서비스 비교 (표=각사)
이통사, 제조사가 운영중인 클럽 서비스 비교 (표=각사)

이통사의 ‘클럽’ 서비스 가입자는 매달 이용료를 내야 한다. SK텔레콤의 '프리미엄 클럽'은 5000원, LG유플러스의 'H클럽'은 월 7000원이다. LG유플러스가 2000원 비싸지만, VIP 이상 등급 가입자는 멤버십 포인트를 차감해 이용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클럽 서비스 18개월로 정한 진짜 이유는 '프리미엄폰 교체주기'

이통사 요금제 가입자들은 통상 24개월 약정을 걸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 서비스의 잔여 할부금 면제 시점은 18개월 이후부터다. 이통사들이 '18개월'을 택한 이유에는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깊은 연관이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측은 할부금 면제 시점을 18개월로 잡은 이유에 대해 한목소리로 '프리미엄폰 교체주기'를 꼽았다. '클럽' 서비스는 특성상 신제품을 빨리 써보고 싶어 하는 '얼리어댑터(early adopter)'가 주요 타깃인데, 2년이라는 기간을 다 채운 뒤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통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신제품으로 갈아타고 싶어 하는 시기를 고려해 '클럽' 서비스의 잔여 할부금 면제 시기를 18개월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이통사 '위약금 유예' 기간이 18개월 이후부터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통사들은 2년 약정 가입자가 18개월 시점에서 기기를 변경했을 때,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예컨대, SK텔레콤에서 2년 약정을 걸고 '갤럭시S6'을 구입한 소비자가 18개월 뒤 '갤럭시S7'으로 기기를 변경하더라도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단, '갤럭시S7' 사용 도중 2년 이내에 해지하게 되면 '갤럭시S6' 때 내지 않았던 위약금까지 합산 청구된다.

18개월 뒤에 기기를 변경해도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는 시기가 18개월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위약금 설계에 소비자들은 익숙해지고, 이통사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18개월을 적절한 교체 시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18개월 이후부터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최신 스마트폰으로 부담 없이 교체해도 된다고 느끼는 시기가 18개월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2개월' 이통사는 '18개월'…왜 다를까?

이통사 ‘클럽’ 서비스에서 할부금을 면제해 최신폰 교체를 유도하는 시기는 18개월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클럽' 가입자들이 12개월 후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도 제조사와 이통사가 잔여 할부금 면제 시기를 다르게 잡은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많이 팔아야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제조사다.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자주 교체하면 할수록 회사는 더 풍요로워진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1년 주기로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발표해 왔다. 자사 스마트폰 구입자들이 SK텔레콤에 가입하든, KT, LG유플러스에 가입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갤럭시S'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도 매년 9~10월에 나오는 애플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단말기 교체주기를 앞당기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갤럭시 클럽'은 자사 고객이 타사로 빠져나가지 않고, 1년마다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제조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들을 고루 갖춘 프로그램이다.

반면, 이통사는 '스마트폰' 판매 마진보다는 자사 요금제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사용하는 게 우선이다. 1명의 가입자가 3만원대 요금제를 쓰면서 1년 동안 3번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변경하는 것보다, 저가폰 가입자가 2년 동안 10만원대 요금제를 유지해 주는 게 더 이득이다. 즉, 이통사 '클럽' 서비스의 단말기 할부 면제 시점이 제조사보다 긴 이유는 소비자들의 잦은 단말기 구입보다는 자사 요금제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럽'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보기에 모두 같은 단말기 잔여할부금 면제 프로그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통사와 제조사의 서비스로 구분해 면밀히 살펴보면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