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의 시시콜콜 과학사] 울릉도 식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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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효원 식물학 박사
입력 2016.09.30 16:50 | 수정 2016.10.01 00:00
울릉도 식물에 대한 가치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틀어 찰스 다윈의 진화론 보다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준 이론은 드물다. 그러한 진화론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것은 남미 에콰도르 서쪽 약 1000km 떨어진 동태평양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들이다.

불량한 환경에 처한 생물은 생존을 위해 유리한 환경으로 이동하거나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여야 한다. 다양하게 변이된 생물 중 그 지역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이 선택되어 유전성을 가지고 번성한다는, 즉 진화한다는 것인데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은 그것을 증명해 준 것이다. 갈라파고스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화산섬이라는 생성원인, 격리된 섬인데도 다양한 생물들이 분포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울릉도와 매우 닮았다. 울릉도는 지질학적으로 육지와는 연결된 적이 없는 화산섬이지만 식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종 다양도가 매우 높아 갈라파고스 못지않은 가치를 가진 섬이라 할 수 있다.

울릉도 도동-저동간 해안 둘레길. 울릉도는 화산섬으로 풍경이 빼어나고, 좁은 면적에 다양한 식물이 독특한 수직분포를 이루며 생육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높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17년 어느 날 강원도 죽변항(현재는 경북 울진군으로 편입)에서 출발한 한척의 배를 타고 조선총독부 촉탁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박사, 임업시험장 기수 정태현, 미국 식물학자 윌슨(E.H.Wilson) 박사 등 다국적 식물 조사단이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한다. 나카이는 5년전 이 섬에 다녀온 임업시험장의 오까모도(岡本金藏)와 1년전 다녀온 이시도야(石戶谷勤)가 채집해 온 식물표본 중에 당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들이 있음을 알아채고 울릉도 행을 결심했던 것 같다.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에서 아시아식물을 담당했던 윌슨 박사를 대동한 것은 새로운 종을 발견했을 때 서구 학계에 신종보고를 위한 검토와 조언을 듣기에 최적의 인물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17년 울릉도식물조사단(사진속 2번이 조사책임자 나카이 박사, 4번이 정태현 임업시험장 기수(技手, 현재의 연구사직급수준).
당시 조사단은 성인봉 등 주요 산정을 중심으로 7~8개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후 수백여점의 식물표본과 생태사진을 얻어 귀항하는데, 이때 한 번의 조사만으로 39종의 특산식물을 보고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이후 나카이가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식물의 분포패턴이 세계 어느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동아식물구(東亞植物區)'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근거의 하나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사단이 찍은 섬벚나무(좌)와 나리분지의 식생 사진(우, 아래쪽 넓은 잎 식물이 산마늘)
최근까지의 연구에서 울릉도 특산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종들을 제외한다 해도 430여종의 자생식물 중 30종 이상이 특산종이라는 점, 육지에서 격리된 좁은 지역임에도 다양한 종들이 분포하는 점, 독특한 식물의 수직분포 형태를 보인다는 점은 여전히 연구 대상으로서 보존가치가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최근까지 일부 분류학적 연구와 주기적인 생태환경 조사를 제외하면 울릉도 식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여전히 나카이의 <울릉도식물조사서>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과 섬기린초(Sedum takesimense) 처럼 울릉도 특산식물 학명에는 죽도(竹島)의 일본식 발음인 takesima가 포함된 것이 많다.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울릉도를 다케시마로 불렀으며, 나카이도 울릉도 명칭에 대한 유래를 울릉도식물조사서에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독도의 영유권을 염두에 두고 울릉도 특산종의 학명을 그리 붙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자료들 중에는 그렇게 잘못된 내용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일본 학자에게 학명부여의 기회를 놓쳐 억울하긴 하지만 울릉도 특산식물에 붙은 학명의 takesima에 독도와 연관된 의미를 부여하여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울릉도 특산식물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좌: 꽃의 특징(다음백과사전), 우: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초롱꽃(2012, 서효원)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글로 발행한 된 최초의 식물명 자료인 <조선식물향명집(1937)>에는 울릉도 특산종의 한글이름에 전부'섬'이라는 접두어가 붙어있다. 이러한 작명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한글사용이 제한되던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 식물이름을 새로 붙인 책을 발간하기 위해 고심한 차선의 방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울릉도 특산식물 이름 대부분에 붙어있는'たけしま(다케시마)'라는 접두어를 전부'섬'으로 바꿔 붙인 것이다. 정태현 박사를 비롯한 저자들은 당시 울릉도 특산식물 학명의 종명으로 'takesima'와 더불어 많이 썼던 'insular'를 국역하면서 전부 '섬'으로 바꾸어 붙인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인 것이다.

대표적인 울릉도 특산 식물의 이름과 학명(종명)의 유래

울릉도 특산식물 섬바디(Cystaenia takesimana, 좌)와 섬자리공(Phytolacca insularis, 우). 나카이는 그가 신종으로 발견해 보고한 울릉도 특산식물의 학명의 종명에 당시 일본에서 울릉도 가리키던 takesima 혹은 섬을 의미하는 insular를 많이 붙여 작명 하였다.
최근 2015년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울릉도 자생 혹은 특산 식물 중 26종이 멸종위기종 혹은 취약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산림청도 별도의 기준으로 보호종을 지정해 관리하며 일부종에 대한 복원노력도 하고 있지만 이 소중한 자원들이 왜 이렇게 멸종위기에 몰려 방치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울릉도 특산식물이 학명에 'takesima'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국명에 '섬'이라는 접두어를 붙인 것이나, 학술적인 연구가 늦은 것 보다 그 것이 더 안타깝다.
2002년 경상북도가 환경부에 울릉도와 독도를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개발이 제한된다는 등의 이유 때문인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독도가 우리땅인 이유는 그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나 문서의 기록보다도 "현재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울릉도와 독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독도에 대한 실효적 재배요건을 하나 더 갖추게 되는 것 아닌가?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울릉도식물조사서 원본(좌)과 최근 미국과 인도에서 재출간해 판매중인 영인본(우).
최근 외국의 온라인 서점에서 'Report on the Vegetation of the Island Ooryongto or Dagelet Island, Corea'라는 책을 구입했다. 이 제목은 <울릉도식물조사서(1918)>의 영문 보고서명으로 책 제목만 영문명으로 붙인 채 영인본으로 재 출판한 것이다. 어이없게도 현재 인도와 미국의 출판사에서 재출간하여 e-bay 등 여러 온라인 서점을 통해 전 세계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 자연을 기록한 자료를 책값은 물론 비싼 우편요금을 지불하면서 미국에서 구입해야 한다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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