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소액주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SDS 전현직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S 소액주주협의회(소액주주)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재용 부회장과 전동수 전 삼성SDS 대표, 정유성 삼성SDS 대표 등 3명을 '자본시장법상 회사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일보DB
◆뿔난 소액주주들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들 개·돼지 취급"

이날 삼성SDS 소액주주 187명이 접수한 고발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로, 회사 분할과 관련된 내부정보를 활용해 1452억7976만원 상당의 이익을 부당하게 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삼성SDS가 분할 사실을 공시하면서 회사 주가가 폭락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공시 이전인 2016년 1월28일 삼성SDS 주식 158만7757주를 블럭딜로 매각했다. 당시 삼성SDS 주가는 26만1000원이고, 블록딜 가격은 24만500원이다.

대주주의 블록딜 매각으로 회사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블럭딜 후 약 보름이 지난 2016년 2월15일에는 주가가 19만9000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6월3일에는 삼성SDS가 회사분할을 검토 중이라는 공시가 발표됐고, 삼성SDS 주가는 14만9000원대로 떨어진다. 이후에도 삼성SDS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2월9일에는 12만3500원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2월6일 기준으로 12만8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로서 회사 분할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내부 중요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에서 주식이 폭락하기 전 주식을 매각해 최소한 1452억원이 넘는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액 주주들은 삼성SDS의 매각대금 중 일부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활용된 점도 문제삼았다. 당초 이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매각이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것이라 밝혔지만, 실제로는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고 삼성SDI가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매각하려던 삼성물산 주식 130만5000주를 구입했다.

소액주주 측은 "같은 기간 회사의 상장과 비전선포를 보면서 믿음을 갖고 투자한 선량한 국민과 투자자는 산정하기조차 어려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에 고발에 참여한 고발인 187명 중 114명의 피해액이 361억5866만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소액주주는 "일련의 행위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 하에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것으로, 사업부문 분할에 대한 내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서 삼성SDS 주식의 손실을 회피했다"며 "저희 주주들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본사를 수차례 방문해 해명을 듣고자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주주들을 개·돼지 취급하며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삼성SDS 소액주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유성 삼성SDS 대표, 전동수 전 삼성SDS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삼성SDS 소액주주 제공
삼성SDS 소액주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유성 삼성SDS 대표, 전동수 전 삼성SDS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삼성SDS 소액주주 제공
◆이재용 부회장 상대로 한 줄소송 시작되나?

삼성SDS 소액주주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업 분할 공시 이후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도 삼성SDS 주주들은 법적대응 등 집단행동을 자제해 왔다. 삼성SDS IT서비스 사업이 삼성전자와 합병할 경우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특검이 진행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당초 삼성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다음주에 확정한다. 만약 특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이 인정되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삼성물산과 삼성SDS 물류 사업의 합병도 명분을 잃게 된다. 또한 삼성SDS 분할 자체의 의미가 퇴색하고, IT서비스 사업과 삼성전자 홀딩스를 합병한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SDS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으로 손해본 금액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앞서 증권업계에서도 삼성SDS 지분을 활용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 시나리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지적하며, 예정된 분할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이나 삼성SDS 주주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SDS 소액주주 측은 "회사 경영실패에 따른 투자실패는 전적으로 투자자 책임이지만, 삼성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이재용 부회장과 전동수, 정유성의 불법행위 공모는 검찰에 의해 철저히 수사돼야 한다"며 "응분의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