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가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에 10억달러(1조1144억원)를 투자한데 이어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 디디추싱(Didi Chuxing)에 60억달러(6조6864억원)를 출자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 '동남아판 우버' 그랩에 1조원 투자

소프트뱅크는 싱가포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에 10억달러(1조1144억원)를 투자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우버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4일(이하 현지시각) 그랩이 소프트뱅크 투자를 포함해 총 15억달러(1조6716억원) 이상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로 그랩은 30억달러(3조3432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 조선일보 DB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 조선일보 DB
그랩은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에서 차량공유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를 지휘하던 밍 마(Ming Maa)를 새 대표로 영입했다. 그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2015년 9월 그랩에 7억5000만달러(8358억원)를 투자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서비스에 관심을 표시해 왔다.

그랩은 앞으로 4년간 2억6000만명이 인구가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7억달러(7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년 동안 600% 이상 성장한 그랩의 최대 시장이다. 이외에도 그랩은 인도 벵갈루루, 베트남 호찌민에 6개의 연구개발센터(R&D) 센터를 설립해 800명 이상을 고용키로 하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인구는 6억명이 넘는다. 그랩은 40만명의 운전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하루 호출 건수는 최대 150만건에 달한다. 그랩은 차량공유 서비스 외에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이용한 소형화물·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 中 디디 추싱에 6조 출자 제의

소프트뱅크는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에도 추가 투자의사를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과 뉴욕타임스는 28일 디디추싱이 소프트뱅크가 제의한 60억달러(6조6864억원) 출자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 조선일보 DB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 조선일보 DB
투자가 성사되면 중국 스타트업 역사상 한 개 회사가 펀딩하는 최고 규모다. 하지만 디디추싱은 기존 투자자인 알리바바, 중국 국부펀드를 포함한 100여개와의 형평성을 우려해 소프트뱅크의 제의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디추싱 투자자인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애플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할 경우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할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디추싱은 2016년 한 해에만 100억달러(11조144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또 경쟁업체인 우버의 중국법인을 인수하며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일부 도시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도입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디디추싱은 자율주행차 분야 연구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디추싱은 3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인공지능(AI) 연구소 '디디 랩스(Didi Labs)'를 열고 전직 우버 자동보안전문가 찰리 밀러(Charlie Miller)를 영입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디디추싱이 자율주행차와 같은 차세대 기술에 투자한 뒤 국제 시장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소프트뱅크는 대규모 자금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제의한 까닭은 중국 운송 산업이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저우 신(Zhou Xin) 트러스트데이터(Trustdata) 인터넷 컨설턴트는 "차량공유서비스 시장 규모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운송 산업 전체와 가능성을 살펴보면 디디추싱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수년 전 중국의 소비력이 향상될 것을 기대하고 중국 최대 상거래기업 알리바바에 투자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 초기인 2000년, 중국 전자상거래가 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2000만달러(222억8800만원)를 투자해 수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