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피커에 이어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서비스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구글은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마운틴뷰에서 구글 연례 개발자대회 '구글 I/O 2017'을 열고
애플 제품에 선탑재된 에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와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음성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iOS 앱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아이폰 사용자가 해당 앱을 내려받으면 하나의 휴대전화에서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쇼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17’을 개최했다. / 유튜브 갈무리
구글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쇼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17’을 개최했다. / 유튜브 갈무리
MS도 비슷한 전략을 내놨다. MS는 11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연례 개발자대회 '빌드 2017(Build 2017)'를 열고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윈도10 업데이트 버전에서 작업하던 문서와 앱은 iOS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작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윈도 PC에서 작성하던 문서를 아이폰에서 이어서 작성할 수 있고, 다시 윈도 PC에서 작업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문서를 MS의 음성 비서 서비스 코타나가 호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른 기기에서 문서를 열면 코타나가 중단했던 부분부터 작업을 시작할지를 묻는다.

구글과 MS가 기존 정책과 달리 경쟁사의 운영체제와 기기를 넘나들며 음성 비서 서비스 플랫폼 확장에 나선 결과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출시 초기 구글의 픽셀폰,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에서만 작동했다. MS 최근에야 하만카돈과 손잡고 코타나를 활용한 스마트 스피커 인보크를 선보였다.

현재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2015년 출시된 아마존의 음성 비서 서비스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가 지배하고 있다. 구글과 MS가 스마트 스피커 이외의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다 스마트폰은 가장 널리 보급된 전자기기라 접근성이 뛰어나다. 운영체제를 넘나들며 스마트폰 음성 비서 서비스 시장을 차지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장 강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MS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연례 개발자회의 ‘빌드 2017’을 열고 윈도10 업그레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MS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연례 개발자회의 ‘빌드 2017’을 열고 윈도10 업그레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문제는 안드로이드폰과 iOS폰에 미리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를 경쟁 음성 비서 서비스가 넘어설 수 있는지다. 외신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별도의 앱을 내려받아야 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애플 시리를 넘어설 수 없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시리는 아이폰에 처음부터 탑재돼 있지만 구글 어시스턴트 앱은 찾고,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또 "시리는 홈 버튼이나 음성으로 실행시킬 수 있지만 구글 어시스턴트는 앱을 실행한 뒤에 음성 명령을 내려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구글 생태계에 깊이 관여된 사람이 많지 않은 이상 아이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자리 잡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 픽셀폰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아이폰에서는 다리를 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