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조사인 대만 미디어텍이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TSMC를 낙점했다.

앞서 퀄컴도 차세대 7나노 스냅드래곤 AP 생산을 TSMC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디어텍의 헬리오(Helio) 프로세서가 탑재된 기판의 모습. / 미디어텍 제공
미디어텍의 헬리오(Helio) 프로세서가 탑재된 기판의 모습. / 미디어텍 제공
반도체 전문 매체 EE타임즈의 1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차기 신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미디어텍은 신제품 출시 일정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TSMC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릭 차이(Rick Tsai) 미디어텍 공동 CEO는 최근 열린 본사 투자자 행사에서 "미디어텍과 TSMC는 저전력 컴퓨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라며 "TSMC의 최첨단 기술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차이 CEO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TSMC의 CEO를 역임한 바 있다.

EE타임즈는 퀄컴에 이어 미디어텍까지 TSMC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7나노 공정 시장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퀄컴은 올해 10나노 스냅드래곤 AP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다. 하지만 7나노 공정에서는 삼성전자보다 TSMC가 한 발 먼저 움직였고, 이는 결국 고객사 이탈로 이어졌다.

애플은 이미 2016년 아이폰 7용 AP 생산을 전량 TSMC에 맡겼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신형 아이폰에 탑재할 AP도 TSMC가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10나노 공정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갈 계획이었으나, 최근에야 8나노 공정을 새로 추가했다. 2018년 양산 예정인 삼성전자의 차세대 엑시노스 AP도 8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 기반의 제품 양산은 내년 말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디어텍은 TSMC 외에 다른 파트너와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혀 최신 7나노 공정을 이용하지 않는 보급형 AP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파운드리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