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300달러(34만원)로 시작한 세계 최초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넘어 식료품·의류 등 전방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

아마존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15조6728억원)에 인수했고, 20일에는 옷을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마존이 며칠 사이 보여준 행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를 늘리려는 시도다"라고 분석했다. 아마존 프라임은 1년에 99달러(11만3300원)를 내면 이틀 안에 무료 배송 서비스,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다.

아마존 로고. / 아마존 제공
아마존 로고. / 아마존 제공
금융회사 코웬 앤 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내 아마존 프라임 회원수는 미국 가정의 약 44%에 해당하는 4900만명이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한 달에 4번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반면, 프라임 회원이 아닌 사람은 한 달에 2번 아마존에서 쇼핑한다. 이와 별도로 모든 사람은 한 달에 5번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홀푸드 인수로 오프라인 사업 확장

홀푸드는 1978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작한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 총 460여 개 지점을 보유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은 홀푸드 매장을 아마존 프라임 고객 확보용 광고 도구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 ‘홀푸드'. / 홀푸드 제공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 ‘홀푸드'. / 홀푸드 제공
아마존은 또 홀푸드 인수로 단숨에 오프라인 유통점 수백 개를 확보했다. 아마존은 지난 몇 년 간 미국 전역에 12개 이상의 서점을 여는 등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 공을 들였다.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료품을 픽업할 수 있는 매장 두 곳과 계산대가 없는 소매 식료품점 '아마존 고' 한 곳을 시범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2000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설치할 것으로 본다.

아마존은 식료품을 정기 배송하는 '아마존 프레시'를 선보인 후 호응이 적었는데, 홀푸드를 인수함으로써 아마존 프레시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하는 등 '신의 한 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홀푸드 매장을 식료품 창고로 활용하면 신선 식품 배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코웬 앤 컴퍼니는 아마존과 홀푸드가 미국 식료품 소비의 약 3.5%를 담당하게 됨에 따라 미국 내 다섯 번째로 큰 식료품 소매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입어본 후 사는' 아마존 워드로브, 아마존 프라임 고객 대상

아마존이 20일 발표한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는 캘빈 클라인, 리바이스, 아디다스 등 유명 의류 업체의 옷·신발 등을 구매하기 전 원하는 상품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소비자는 한 번에 3~15개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으며,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제품은 아마존이 보낸 '반송 라벨'이 붙은 상자에 넣어 7일 이내에 반품하면 된다. 결제는 반송하지 않은 상품에 한해 추후 이뤄지며, 3~4개 상품을 살 경우 10%, 5개 이상을 살 경우 20% 할인이 적용된다. 프라임 워드로브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한해 제공된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선보일 ‘아마존 워드로브’ 서비스. / 유튜브 갈무리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선보일 ‘아마존 워드로브’ 서비스. / 유튜브 갈무리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은 프라임 워드로브를 선보이기 전 의류 반환 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온라인 의류 쇼핑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고객이 반품 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면 일반 소매업체는 손해를 보기 쉽지만,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에게 연간 사용료를 받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의류 소매업체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아마존이 올해 말 미국 최대 의류 소매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아마존은 4월 음성 인식 스피커 '에코'에 카메라를 달아 음성으로 사진을 찍은 뒤 의상을 추천해주는 '에코 룩'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이 서비스는 패션 부문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IT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마존이 참여하지 않는 사업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아마존의 영향력이 커졌다"라며 "단일 기업인 아마존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필수 사업 분야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향후 독점 폐해 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는 물론 클라우드 사업 분야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서비스 '알렉사'로 AI 시장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이외에도 드론과 자체 비행기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 '아마존 에어'를 추진 중이며,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적으로 로켓 사업 '블루오리진'에 투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