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숙련공·로봇이 만든 스마트워치가 장인 중심의 200년 전통 스위스 시계 시장을 위협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스위스 시계 시장을 넘어섰고, 그 격차가 더 커질 전망이다. 포드식 대량 생산(똑같은 공산품을 다량 생산하는 것) 방식이 장인이 오랫동안 이어온 시계 시장을 코너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2일(현지시각) "애플워치의 시장가치가 롤렉스(Rolex)를 제외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가치의 총합보다 크다"라고 말했다. 특히 보급형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가 스마트워치 대중화 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 / 스와치 홈페이지 갈무리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 / 스와치 홈페이지 갈무리
스위스의 시계 제조사 사이에서도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기존과 다른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 중 하나다.

UBS는 "스위스 시계 제조사가 스마트워치를 만들려면 (전통적인 시계에 들어가는) 기존 기계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조사에 의존해야 한다"라며 "이는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할 경우 '명품'으로 인식되던 기존 스위스 시계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기존 명품 시계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스마트워치 특성상, 스위스 시계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UBS는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매출은 저렴한 엔트리 레벨 제품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여타 명품 브랜드보다 스마트워치와의 경쟁에 취약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와치는 중요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티쏘(Tissot)·론진(Longines)에 밀린다.

UBS는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 티쏘와 론진의 인기가 높다"라며 "이들이 스위스 시계가 아닌 애플워치를 선택하기 시작할 경우, 스와치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위기를 느낀 스와치는 2018년말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한 미국의 시계 제조사 파슬(Fossil)도 매출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는 중이어서 스와치의 대응이 효과를 가져올 지 예상이 어렵다.

스위스 시계 제조사의 가치는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T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위스 시계는 보석과 같다"라며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UBS에 따르면, 2016년 스마트워치 시장 매출 규모는 3000만~4000만달러(342억6600만~456억8800만원)로, 스위스 시계의 규모인 2800만달러(319억7600만원)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