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가 연일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면서, 퇴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윤 회장이 자진해서 사임하지 않으면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7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는 12일 오전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윤 회장이 연임 설문을 조작했다"며 "부당노동 행위로 윤 회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B노협은 이달 5일과 6일 양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윤 회장의 연임 찬반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KB노협은 사측이 설문조사 과정에서 개입해 중복 투자를 실시해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KB노협은 이날 "설문조사 마감 직전인 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17기의 단말기에서 총 4282건에 달하는 설문 조작을 시도됐다"며 "설문 응답의 99.7%가 윤 회장 연임에 찬성했다"고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KB노협 측은 사측이 인터넷 '쿠키'를 삭제한 후, 다시 설문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설문 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 막판에 4269건의 찬성표가 쏟아져 연임 반대 의견이 81.4%에서 50.2%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KB노협 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조작은 윤종규 회장의 연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이다"며 "노조 설문조사 방해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사측 개입을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KB노협 측은 사측이 사내 익명게시판을 통해 여론 조작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윤종규 회장 연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본점 직원까지 동원해 윤 회장을 옹호하는 사내게시판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KB노협은 설문조사 조작에 참여한 일부 직원들의 실토로 그 실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윤 회장은 지금이라도 본인의 연임을 포기한다 선언하고, KB금융그룹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찬반투표에 회사 측이 개입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할 예정이며,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B노협은 조만간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