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균의 과학다반사] 교류 대신 직류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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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8 18:07 | 수정 2017.12.09 07:00
다반사(茶飯事)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늘 있는 일들 말이지요.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사소한 현상도 저마다의 과학적 원리가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콜콜 따져보면 소소하지만 흥미롭게 생활의 지혜가 되는 과학 원리가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과학다반사'는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188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전류 전쟁(War of Current)'으로 불리는 격렬한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송전과 배전 기술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이 논쟁에서는 직류(DC)와 교류(AC) 중 어느 쪽을 표준 송배전 시스템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이해당사자들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펼쳐졌습니다.

결과는 교류 진영의 승리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력을 멀리 보내는데 필요한 변압기가 테슬라 교류 방식으로 먼저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각 지역으로 보내려면 변압 기술이 필수적이므로 교류 진영의 승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전류 전쟁 이후 100여년이 지금까지도 전 세계는 교류 전력을 주로 사용 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류 방식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직류 송배전 시스템에 주목하는 추세입니다. 전력 기술의 발전으로 직류의 승압과 감압이 교류만큼 용이해졌기 때문입니다. 전류 전쟁 당시 교류 진영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장점이 퇴색된 셈입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의 모습. / 조선일보DB
직류의 장점은 송전 시 전력 손실이 교류보다 적다는 점입니다. 교류는 장거리 송전 시 직류보다 전력 손실이 40%쯤 더 많이 발생합니다. 직류를 쓰면 전력 계통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전력 제어가 쉽고 전력망끼리 연계해 정전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직류는 전류 이동량 및 이동 방향이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는 교류와 달리 전류 이동량과 이동 방향이 항상 일정해 주파수가 없습니다. 주파수가 없다는 것은 곧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모든 가전제품은 교류 방식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가전제품 내부에서 동작하는 핵심 부품의 경우 여전히 직류로 동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에 탑재되는 인버터 모터와 컴프레서의 경우 직류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부품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가전제품 내부에서는 교류로 들어온 전류를 직류로 다시 변환하는 과정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5~15%쯤 전력 손실이 발생합니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태양광,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친환경 발전 시스템도 직류 방식을 씁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일반 교류 방식 가전제품에서 쓰려면 전력 손실을 감수하고 변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직류를 변환 없이 그대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직류 방식의 가전제품이 대중화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교류 방식의 발전·송전·배전 시스템을 모두 직류 방식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습니다. 차세대 송전 기술로 불리는 고압 직류(HVDC)는 물론이고, 중·저압 직류 시장의 잠재력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전력공사도 2010년부터 직류 배전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20년부터 국내에서 직류 전력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가전제품을 비롯해 스마트폰, 향후 빠르게 보급될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130년 넘게 당연하게 써온 전력 시스템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더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위한 노력은 미래 전력 분야에 많은 변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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