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과 과학기술의 상관관계…마찰력 응용 관건인 스키·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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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02 18:42 | 수정 2018.02.05 06:00
겨울철 전 세계인의 스포츠 잔치인 동계올림픽이 2월 9일 평창에서 막을 올린다.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의 향연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지만, 주어진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어온 인간의 진화를 보는 것만 같아 자못 엄숙해진다. 이러한 인간의 진화 과정에는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도 포함된다.

강릉 선수촌 앞에 위치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모습.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동계올림픽의 역사는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 당시만 해도 스키 등 설상 종목을 치르기 위해서는 자연 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상 현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던 때인 만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눈 부족 사태가 종종 벌어져 경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1928년 제2회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이다. 당시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시작될 때 기온이 0도였으나, 계속 기온이 올라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25도에 달했다. 눈이 녹으며 선수의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1위 선수와 2위 선수의 기록이 13분이나 벌어지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도 눈 부족으로 대회를 진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당시 오스트리아 군대가 동원돼 1㎥짜리 눈덩이 4만개를 경기장으로 운반해와 설상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또 빙상 경기를 위해 2만개의 얼음덩어리를 긴급 조달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 눈이 등장하면서 기상이변 걱정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1980년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부터다. 인공 눈의 등장은 동계올림픽 참여국 수를 크기 늘리는 데 기여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전 세계 88개국이 참가했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92개국이 참가한다.

인공 눈은 스키 종목의 경기력 향상에도 기여했다. 인공 눈의 딱딱하고 뾰족한 모양의 눈 입자는 자연 눈보다 더 많은 마찰열을 발생시켜 스키가 잘 나가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인공 눈은 작은 물 알갱이가 공기 중에 뿌려지면서 순식간에 얼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입자 모양을 띤다. 반면, 자연 눈은 수증기가 얼어서 만들어진 탓에 눈 결정에 빈 곳이 많아 푹푹 빠지는 느낌을 준다.

평창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경기장에서 제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이처럼 마찰력은 동계 스포츠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마찰력이란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으로, 두 물체가 서로 맞닿는 표면에서 발생한다. 마찰력의 크기는 운동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고, 물체 표면 거칠기와 물체 무게에 따라 좌우된다. 눈이나 얼음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가 속도를 내거나 정지할 때, 또는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회전할 때 마찰력을 잘 이용하는 것이 경기력의 관건이다.

스키 선수의 경우 스키 바닥과 눈 사이에서 마찰에 의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눈을 녹이고 스키가 잘 미끄러진다. 스키 재질로 합성 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합성 플라스틱 스키는 금속 재질 스키보다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눈을 더 많이 녹일 수 있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스톤과 빗자루라는 독특한 조합의 빙상 종목인 컬링도 마찰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다. 컬링 선수들은 전략에 따라 스톤을 더 멀리 보내기도, 가깝게 보내기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력을 조절하기 위해 빗자루를 쓴다. 빗자루로 얼음판을 문질러 생기는 마찰열로 얼음을 녹이면 스톤이 더 멀리 뻗어간다.

0.001초 단위로 속도를 다투는 대표적인 빙상 종목 중 하나인 쇼트트랙의 경우 선수는 곡선 구간을 돌 때도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마찰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쇼트트랙 선수는 곡선 주로에서 밖으로 튕겨 나가려는 원심력을 이기기 위해 회전 방향으로 손을 짚으면서 원심력과 반대 방향 힘인 구심력을 높인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역주를 펼치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이때 착용하는 장갑은 손끝에 마치 방울이 달려있듯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바로 마찰력이 적은 에폭시로 특수 코팅돼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개구리 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도 개구리 장갑으로 붙여졌다. 개구리 장갑은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스포츠지도과)가 선수 시절이었던 1988년 직접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던 선배 선수의 노고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배 선수들에게 이어지면서 한국이 쇼트트랙 강국으로 우뚝 서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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