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확한 움직임은 물론,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과 돌발 위험에 대처하는 모습은 인간 운전자보다 분명히 나았다.

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레벨4 자율주행 기술(반자율주행·사람의 개입을 최소로 하는 자율주행 단계)이 적용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를 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은 평창 시내 길에서 체험했다. 10㎞ 남짓한 주행이었지만 높은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창 시내는 군데군데 올림픽 마무리 공사가 여전했다. 버스, 택시, 화물차, 덤프트럭, 일반차 등은 어지럽게 길을 달리고 있었다. 보도가 없는 곳도 있어서 사람들은 차도로 내려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넥쏘 자율주행차는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듯,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해냈다.

더이상 핸들에 손을 댈 필요도, 가속 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줄 필요도 없었다. / 박진우 기자
더이상 핸들에 손을 댈 필요도, 가속 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줄 필요도 없었다. / 박진우 기자
넥쏘 자율주행차에는 차선 합류, 분기 도로 등에서 주변을 보다 세밀하게 인지하고, 판단하는 기술을 채용했다. 또 정확한 차의 너비와 위치에 대한 계산과 제어가 이뤄졌다. 앞유리 룸미러 양쪽으로는 GPS와 전방 카메라,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현대차 엠블럼이 들어간 그릴 아래쪽에는 전방 레이더(Rader)와 전방 라이더(Lidar)를 넣었다. 범퍼 양 끝단에는 측면 라이더, 사이드미러 아래쪽에는 측면 카메라가 들어갔다. 뒤쪽 범퍼에도 레이더와 라이더를 채용했다.

이를 통해 넥쏘 자율주행차는 차 주변 360도를 실시간으로 알아챈다. 여기에 미리 고정밀지도를 다운로드해 실제 도로 데이터와 매칭한다. 경로에 따라 주행하는 동안에 모니터링 시스템에 빨간점으로 표시되는 도로 위 위험 인자는 100% 피해냈다. 이론상 고정밀지도만 확보하고 있으면 어느 도로에서도 스티어링 휠과 가속·브레이크 페달에 손과 발을 떼고 ,차에 완전히 의지하는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알아서 달린다. / 박진우 기자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알아서 달린다. / 박진우 기자
넥쏘 자율주행차는 곡선주로에서 진입전 속도를 낮춰 원심력에 대비했다. 차선은 최대한 가운데로 유지했고, 사람의 운전습관이 가미된 부분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가장 놀랐던 구간은 회전교차로다. 회전교차로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통행방법이지만 이미 유럽 등에서는 많이 활용하는 교차로다. 정해진 규칙만 잘따르면 교차로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일반교차로에 익숙해진 대다수 우리나라 운전자는 회전교차로 통행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다. 교차로 내 회전 중인 차에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걸 무시하고 교차로에 무리하게 진입하는가 하면, 교차로 밖에서 대기 중인 차에게 통행 방향을 방향지시등으로 알리지 않아 차가 오랫동안 대기하는 일도 잦다.

회전교차로에서 스스로 판단해 통과하는 넥쏘 자율주행차. / 박진우 기자
회전교차로에서 스스로 판단해 통과하는 넥쏘 자율주행차. / 박진우 기자
넥쏘 자율주행차는 회전교차로 통과 방법을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인지했다. 이미 교차로에 차가 진입해 있는 경우에는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기다렸다. 버스와 택시 등이 교차로 통행 방법을 무시하고 먼저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넥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움직인 넥쏘 앞으로 갑자기 차가 끼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면 사고 책임은 전적으로 상대차량의 인간 운전자에게 있다. 하지만 넥쏘는 사람이라면 흔히 했을 욕설도 하지 않았다.

도로의 제한속도에 주행 조건을 설정하기 때문에 넥쏘는 비교적 천천히 움직였다. 성질 급한 인간 운전자는 넥쏘의 뒤에서 경적을 울려댔다. 결국 좌회전 신호 대기 중에 차선 위반으로 넥쏘를 앞질렀다. '교통사고 최대의 적은 인간'이라는 명제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100% 안전한 이동성을 기술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의 장점이 확인됐다.

“답답하면 먼저 가던지” 교통사고 최대의 적은 인간 운전자다. / 박진우 기자
“답답하면 먼저 가던지” 교통사고 최대의 적은 인간 운전자다. / 박진우 기자
보통의 자율주행차는 각종 레이더와 센서들이 마치 중세 유럽 기사의 장창처럼 우뚝 솟아 있으나, 넥쏘는 처음부터 양산을 고려해 모두 차의 원래 디자인 안쪽으로 수납했다. 물론 이런 패키징이 가능했던 이유는 넥쏘가 SUV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다는 시연자(현대차 R&D 지능형 안전연구팀 연구원)는 "2017년 1월 CES에서 선보인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와 비교해 넥쏘 자율주행차는 모든 것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넥쏘는 키가 크기 때문에 레이더와 라이더, 카메라의 가시성을 높아져 보다 넓은 범위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진우 현대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철학은 보다 많은 고객에게 최고의 안전을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대의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상이 현실이 될 자율주행 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