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의 지도로 보는 세상] (2) 공간정보 없는 자율주행 꿈도 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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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봉 중앙항업(주) 기술이사
입력 2018.03.20 07:14
눈이 온 날 차선이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까? 또는 안개가 심한 날 1m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자동차 센서 기술이 발달하고 컴퓨터 시스템이 좋아도 절대로 불가능하다.

초정밀지도(정확도20cm)와 초정밀 GPS기술(20cm)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눈으로 덮힌 차선과 안개가 심해 앞을 볼 수 없는 지역도 정밀지도를 이용하면, 정확히 도로정보를 인식할 수 있고 초정밀 GPS기술로 정밀지도 상에서 차량의 위치를 알 수 있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3차원 초정밀지도는 무한한 에너지와 같다. 예를 들어 도로경사도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으면 기어변속 기술에 따라 최대 2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연구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경우 급경사가 적은 평지 길만 알려주는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도 출시되었다.

이젠 초정밀지도는 자율주행기술,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원유와도 같은 존재이자 디지털 세상의 가장 큰 위치자산이기도 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초정밀 GPS' 전쟁과 '초정밀지도'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초정밀지도만큼 중요한 것이 공간정보다. 현재 한국인이 사용하는 차량·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지도는 모두 정부가 제공하는 1/5,000 축척 17,524도엽의 수치지도를 기초자료로 사용해 만들었다. 이 지도는 정확도가 1~2m수준이고 사물의 표현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자율주행, 보행자 보도길 안내가 불가능하다.

초정밀지도, 초정밀 GPS와 공간 정보가 없다면, 향후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 가령, 내비게이션 업체 김기사를 인수하여 O2O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도 플렛폼 기반에 택시서비스, 주차장서비스, 대리서비스를 목적으로 사업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 모빌리티가 쓰는 기본 지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가가 제공하는 1/5,000 수치지도를 이용한다. 이 지도의 기본적인 정확도는 1~2m 수준으로 내비게이션 외에 서비스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차선정보, 도로경사정보가 없고, 도로표현정보 등 공간 정보 수준이 낮기 때문에 초정밀 위치서비스가 뒷받침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2016년 구글이 한국 정부의 1/5,000 수치지도를 구글이 운영하는 해외 서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반출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안보 위협과 역차별을 내세워 구글의 요청을 불허했다. 하지만, 정부가 계속해서 지도 반출 불허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만약 구글에 한국 정부가 보유한 1/5,000 수치 지도 반출을 날이면 카카오 모빌리티는 사업을 접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구글은 초정밀 위성 기술과 공간 정보 부분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는 4월1일부터 일본 모든 지역의 초정밀 GPS 기반 위치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초정밀 위치서비스를 받으면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을 때 6cm, 차량이 주행 중일 때 12cm 정확도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정확도라면, 차선이탈정보, 보행자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위치좌표로 감지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존하는 위성 항법 체계 중 가장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GPS 위성 사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위성항법보강체계(JRANS)라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GPS는 1미터 내외의 정밀위치정보는 미군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그 외 모든 국가는 정확도가 낮도록 설계돼 있다.

일본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위성항법 체계는 준천정위성(準天頂衛星)시스템, 영문으로는 Quasi-Zenith Satellite System(QZSS)으로 불린다. 전 세계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지역을 비롯해 한국 등 일본 주변 지역은 정밀하게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도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도로지도'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3개 부처 합동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계획'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관련 정밀지도연구 및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전국을 커버하려면 수천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급한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정밀지도는 국가에서 광역시·시급을 대상으로 만든 1/1,000 대축척 지도가 있다. 이 지도의 정확도가 70cm급이니 어느 정도 사용은 가능하나 3차원정보가 아니고 정확도가 낮아 자율주행, 무인택배 서비스 산업에 사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3차원 초정밀지도는 제4차산업혁명의 눈이자 생명이며 에너지이다. 사람이 지도를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젠 기계가 인지할 수 있는 디지털 지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초정밀지도를 민간영역에서 생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국가는 초정밀지도를 관리(생산,갱신) 하고 중복방지, 국가교통시스템과 최적화,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유통에 힘써야 하고 민간기업은 자율주행, 보행자 길안내, 무인택배 등 제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여 신산업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상봉 중앙항업(주) 기술이사는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기술사를 취득하고, 명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측량학회 이사, 한국수로학로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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