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행진에도 웃지 못하는 SK하이닉스, D램 호황 이후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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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4.05 17:08
SK하이닉스가 D램 업황 호조에 힘입어 2018년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현 낸드플래시 사업 부진 숙제를 풀지않는 한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 신기록을 써내려 갔지만,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이렇다 할 경쟁 우위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D램 분야에만 의존했다가는 예측이 힘든 메모리 반도체 업황 변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입구 전경. / SK하이닉스 제공
◆ D램 덕에 승승장구하는데…낸드플래시는 겨우 적자 탈출

메모리 반도체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 사업자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는 4~5위권을 오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 세계에 공급되는 D램의 70% 이상, 낸드플래시는 50%가 한국산인 셈이다.

하지만, 실적 면면을 들여다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별로 양사가 처한 상황이 극명하게 갈린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매출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2017년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6%, 낸드플래시 비중은 23% 정도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D램은 54.6%에 이르지만, 낸드플래시는 21%에 그쳤다. 결국,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D램 의존도가 높다. 그나마 2016년 적자였던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74조2556억원, 영업이익 25조20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D램 60.3%, 낸드플래시 47.7%라는 제조업에서는 보기 힘든 경이로운 숫자를 남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6대4 정도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고속 저장장치 SSD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린다.

SK하이닉스는 실적에서 D램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D램 시장 변동에 따라 크게 휘청거릴 위험이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1위인 삼성전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D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4세대 64단 3D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아직 3세대 48단 3D 낸드플래시가 주력이지만, 2017년 말부터 4세대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숫자만 보면 SK하이닉스가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삼성전자와는 생산 공정 자체가 달라 양사간 장단점이 갈린다.

삼성전자는 단일 64단 3D 낸드플래시인 반면, SK하이닉스는 3세대 36단 3D 낸드플래시 두 개를 이어붙인 '더블 스태킹' 공정을 적용했다. 더블 스태킹 공정은 단 수를 높이기는 좋지만, 추가 공정을 요구해 제조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8단 차이로 우위를 따지기보다 두 제품 모두 4세대 3D 낸드플래시로 분류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가 2017년 개발한 4세대 72단 3D 낸드플래시와 이를 적용한 SSD 시제품. / SK하이닉스 제공
◆ 메모리 시장 진출하는 중국, 낸드플래시로 SK하이닉스 위협

메모리 시장을 넘보기 시작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SK하이닉스에 위협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업계는 미세공정이 핵심 경쟁력인 D램은 중국이 기술 격차를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후발주자와 중국의 격차가 수년 내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중국 창장메모리는 당장 올해 말부터 2세대 3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2세대 3D 낸드플래시의 경우 삼성전자는 2014년 32단을, SK하이닉스는 2016년 36단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4년 차이가 나지만, SK하이닉스와는 2년 차이에 불과하다.

낸드플래시는 D램 미세공정보다 비교적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SK하이닉스가 중국의 추격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중국이 32단 3D 낸드플래시 수율을 얼마나 빨리 안정화하고 다음 세대로 나아갈 것인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96단 이상의 차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또한,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도시바,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 인텔 등 경쟁 업체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중국까지 뛰어들면 향후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낸드플래시 사업만 놓고 보면 시장 점유율 10% 언저리에 머무는 SK하이닉스가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단, 치킨게임이 벌어질 경우 SK하이닉스가 4조원을 들여 이 시장 2위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한 게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두터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최종 관문인 독점금지법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중이다.

중국당국의 몽니로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반도체를 끌어들이는 등 글로벌 시장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는 내부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대외 상황까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 파운드리는 종합 반도체 구색 맞추기? 선택과 집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 외에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병행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DS(부품) 부문 내 시스템 LSI 사업부를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 사업부로 분리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잇달아 SK하이닉스도 신설 법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양도했다.

2017년 7월 10일 SK하이닉스시스템IC 출범식에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 7번째)과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우측 7번째) 등 주요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업계는 통상 생산 설비 없이 반도체 설계 기술만 가진 '팹리스'와 팹리스로부터 설계를 수주받아 생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자체 운영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IDM)'로 구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IDM, 애플 칩 생산으로 잘 알려진 대만 TSMC는 파운드리, 모바일용 통신 칩 설계 업체의 대명사 퀄컴은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다.

삼성전자는 앞선 미세공정 기술력을 내세워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 통신 모뎀 칩 등을 생산하며 글로벌 톱2 진입을 목표로 한다. 미세공정에서도 최근 화성 캠퍼스에 고가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고,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대부분이 12인치(300㎜) 웨이퍼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와중에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200㎜) 생산라인에 머물러 있다. 위탁생산 품목도 전력관리 반도체(PMIC), CMOS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C) 정도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2016년 기준 4000억원쯤으로 전체 매출의 0.4%를 차지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전 중인 주요 업체의 경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간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은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매년 매출의 20% 상당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면서 사업을 영위했기에 지금의 위상을 갖출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990년대 후반 도입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설비를 2010년 파운드리 설비로 전환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 발을 들였다. 준비 기간을 빼고, 본격적으로 사업 육성에 나선 건 최근 3~4년에 지나지 않는다. 2017년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7.9%, SK하이닉스는 0.2%다.

반도체 업계 고위 임원 출신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공정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널리 자리 잡았으나, SK하이닉스는 딱히 그런 게 없다"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를 모두 섭렵해야 종합 반도체 업체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D램 시장 호황, 과연 언제까지?

D램 시장은 과거 치열한 치킨게임 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강의 독점 체제를 형성했다. 이들 3강이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D램 가격이 마구잡이로 치솟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이미 중국 등에서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D램 시장이 올 상반기까지는 가격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쯤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D램의 경쟁력은 미세공정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2세대 10나노급(1y)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세대 10나노급(1x) D램 개발을 완료하고 PC, 모바일, 서버용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는 중이다. 삼성전자가 2016년 2월 1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고, 21개월 만에 2세대 양산에 성공했으니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도 그쯤 나는 셈이다.

중국이 양산 예정인 D램은 30나노 초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30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한 게 무려 8년 전이다. 미세공정이 고도화될수록 D램의 성능은 높이고, 소비전력은 줄일 수 있다.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레거시 장비의 경우 30나노대 D램을 써도 문제는 없지만, 이러한 수요는 어디까지나 틈새시장에 불과하다. 중국이 D램 시장에서는 당분간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향후 D램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되는 것이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다. 3D 크로스포인트는 낸드플래시보다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SSD뿐 아니라 D램까지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인텔이 올해 말부터 중국 다롄 공장에서 3D 크로스포인트를 양산하기 시작하면 몇 년 후 메모리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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