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자체 반도체 개발 봇물…파운드리 시장 지각변동 예고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입력 2018.04.30 18:11 | 수정 2018.05.01 06:00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공룡 업체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일제히 자체 칩 설계 기술 확보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판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AI 반도체 이미지. / 인텔 제공
반도체 업계는 AI 반도체 자체 개발 트렌드 확산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주름잡는 대만 TSMC는 물론, 올해 이 시장 2위 등극을 천명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 너도나도 "반도체 직접 만들겠다"…독립 선언 배경은?

최근 알리바바는 중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C-스카이 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고 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알리바바는 2017년 10월 산하 연구소에 향후 3년간 16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AI 반도체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C-스카이 마이크로시스템 인수는 산하 연구소의 AI 반도체 연구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알리바바가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독점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일본 도쿄 와세다대 강연에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인 미국은 이 시장을 100% 통제하기 시작했다"며 "중국, 일본 등 모든 국가가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최근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에 북한, 이란과 거래했다는 혐의로 반도체 등 주요 전자부품 공급을 7년간 금지하겠다고 한 조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의도 역시 인텔과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AI 스피커 '알렉사',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와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힘을 주는 만큼 기기 성능 향상과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는 직접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아마존과 페이스북 모두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양의 반도체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자체 칩 개발에 성공하면 라이선스 비용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허 소송이 비일비재한 반도체 업계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자체 반도체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일찍이 ARM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자체적으로 설계해 TSMC로부터 생산 받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탑재해왔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딥러닝 최적화 전용 칩 'TPU'의 경우 알파고 성능을 일취월장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다만, 구글이 어디에 TPU 제작을 의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독보적인 TSMC, 추격하는 삼성…올해 시장판도 바뀌나

이들 업체가 지향하는 AI 반도체는 저마다 특정 용도에 특화된 일종의 주문형 반도체(ASIC)라는 점에서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은 필수다.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체는 크게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와 설계를 받아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로 구분된다. 파운드리는 하나의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만 수조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시스템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성에 직결하는 미세공정 기술도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의 산물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7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623억1000만달러(66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TSMC가 이 중 절반이 넘는 321억6300만달러(34조3660억원)을 독식했다.

뒤이어 60억6000만달러(6조4750억원)를 벌어들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49억달러(5조2360억원)를 번 대만 UMC, 매출 46억달러(4조9150억원)를 기록한 삼성전자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 시장 4위지만, 미세공정 기술에서는 TSMC와 속도 경쟁을 펼칠 만한 유일한 업체다. 삼성전자는 연초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7나노(㎚,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 준비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에 이어 두 번째로, 업계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조차 내년부터 7나노 공정에 진입할 예정이다.

AI 반도체는 기존 CPU와 AP와 마찬가지로 성능과 전력 효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세공정 경쟁력을 갖춘 파운드리 업체가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2018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매출 100억달러(10조6900억원)를 기록해 글로벌파운드리를 제치고 글로벌 톱 2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IT 업계가 요구하는 AI 반도체 사양이 어느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문형 반도체 특성상 팹리스 업체는 공정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믿을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를 선택하기 마련이다"라며 "TSMC를 제외한 후발 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