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샤오미는 IPO로 100억달러(10조7680억원) 이상을 조달해 1000억달러(107조68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IPO 규모는 2014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250억달러(26조9200억원)를 모은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중국 최대 부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누르고 신흥 부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 홍콩 증권거래소, 샤오미 잡으려 차등의결권 도입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3일(이하 현지시각) 샤오미가 홍콩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샤오미는 6월 또는 7월 초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NYT는 "최근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 본토의 인터넷 기업 상장을 놓쳤던 홍콩 증권거래소의 승리다"라며 "샤오미는 홍콩 증권거래소의 상장 규칙이 바뀐 이후 처음으로 상장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트위터 갈무리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트위터 갈무리
홍콩 증권거래소는 2018년 IPO 시장 최대 상장주로 꼽히는 샤오미를 잡기 위해 일주일 전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차등 의결권을 시행 중이다.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 역시 차등의결권 때문이다. 시장에선 IPO를 준비 중인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알리바바의 결제 서비스 자회사 '안트 파이낸셜'도 홍콩 증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리차드 리 홍콩 증권거래소 CEO는 "홍콩은 엄청난 경쟁 압력을 받고 있다"며 "중국 스타트업 산업이 골드 러쉬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증권거래소가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은 당연한 결과다"고 말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IPO로 중국 최대 부자로 올라서는 동시에 의결권을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레이쥔 CEO는 샤오미 지분 77.8%를 갖고 있다. IPO 이후 샤오미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107조6800억원)로 인정받으면 레이쥔은 778억달러(83조7750억4000만원) 규모의 주식을 갖는다.

NYT는 "레이쥔은 샤오미 운영에 대해 엄청난 발언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의 지분 가치는 390억달러(41조9952억원), 마화텅 텐센트 그룹 회장의 지분 가치는 460억달러(49조5328억원)로 알려졌다.

◆ 레이쥔 CEO, 마윈 넘어 중국 1위 부호 전망

2010년 창업한 샤오미는 삼성, 애플, 화웨이에 이어 전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중국의 애플', '짝퉁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강화 정책을 펴면서 2015년 삼성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샤오미는 중국 화웨이 등 자국 경쟁사의 위세에 밀려 2016년 중국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샤오미는 인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렸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31%를 차지하며 1위로 발돋움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CEO(중앙 검정옷). / 트위터 갈무리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CEO(중앙 검정옷). / 트위터 갈무리
샤오미가 제출한 IPO 문건을 통해 재무 상황이 최초로 공개됐다. 샤오미의 2017년 매출은 1146억위안(19조4510억58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2억위안(2조708억2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매출의 28%는 중국 밖에서 거뒀다.

샤오미는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인터넷 회사로 발돋움할 준비하고 있다. 레이쥔 CEO는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서비스 매출 비중을 늘리려는 욕심을 반영하듯 "샤오미는 혁신 주도의 인터넷 회사"라고 소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샤오미의 휴대폰 출하량은 1년 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2700만대로 늘었다. 스마트폰 판매 매출은 18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8.6%로 1년 전(9.6%)보다 줄었다.

WSJ은 "샤오미는 인터넷 회사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며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서비스 매출이 높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샤오미가 IPO에 성공하려면 샤오미가 단순한 제조 회사 이상이라는 것을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