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개봉된 극장판 '마징가Z 인피니티' 영향으로 한국에서 만화가 '나가이 고(永井 豪)'의 작품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일본 만화계는 나가이의 대담한 만화 표현이 후배 만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웃음 넘치는 개그 만화부터 비극으로 치닫는 만화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동시에 연재했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나가이는 일본 4대 소년 만화 잡지(주간소년 점프, 주간소년 매거진, 주간소년 선데이, 주간소년 챔피언) 모두에 자신의 만화 작품을 연재한 단 한 명밖에 없는 유일한 만화가이기도 하다.
나가이는 단독으로 그린 작품만 110개 이상이며, '겟타로보'와 '강철 지그' 등 다른 작가와 함께 그린 작품도 상당하다. 그는 동시간에 최대 다섯 개의 작품을 만들어 동시 연재를 할 만큼 전성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중의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으로 마징가Z 등 인기작 탄생시켜
나가이는 대중의 상식을 뒤집는 방식으로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그는 일본 매체 더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의 상식을 우선 의심해 보는 발상과 세상을 거꾸로 봤을 때 어떤 세상이 보이는가라는 감각으로 만화 작품을 구상해 냈다"고 말했다.
나가이는 1972년작 만화 '부끄러운 학원'을 내놓을 당시 학교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라는 사회 분위기와 상식을 뒤집었다. 저질 선생님을 등장시키는 작품을 구상했다.
'철인 28호'와 '자이언트 로보' 등의 작품은 거대 로봇에 사람이 타지 못한다는 상식을 만들었는데, 마징가Z에서는 기존 틀을 깨부순다는 발상으로 작품을 그렸다.
나가이는 자신이 어린 시절 봤던 아톰과 철인 28호와는 차별화된, 기존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로봇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갈망으로 마징가는Z를 그렸다. 그 결과 마징가Z는 일본에서 30.4%, 스페인에서 8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 에반게리온 안노 감독에게도 영향을 끼친 '데빌맨'
전 세계적인 히트작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어낸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감독은 애니메이션 광풍이 불던 1990년대 다수의 매체를 통해 에반게리온을 만들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나가이의 '데빌맨'을 꼽았다.
나가이 역시 안노 감독으로부터 직접 "에반게리온의 스타일은 데빌맨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고백을 받았다"고 현지 영화 매체 인터뷰서 밝힌 바 있다.
데빌맨의 거침없는 스토리와 연출은 유아사 마사아키(湯浅政明) 감독이 넷플릭스 독점작으로 만든 성인용 애니메이션 '데빌맨 베이비크라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팔·다리·머리 절단은 물론 성행위 장면 등 원작 만화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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