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고성능 게이밍 PC를 구성하기에 안성맞춤인 시기다. 차세대 CPU도 모두 출시됐고, 메인보드도 비싼 고급형 모델 중심에서 쓸만한 보급형 라인업까지 확충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래픽카드도 암호화폐 시장이 주춤하면서 제품 공급 및 가격대가 안정화되는 추세다.

2018년 6월 말 현재 성능을 기준으로 최상의 게이밍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메인 부품은 단연 인텔의 8세대 ‘코어 i7-8700K’ 프로세서를 꼽는다. 인텔 특유의 강력한 싱글 코어 성능과 최적화된 14㎚++ 제조공정으로 달성한 높은 부스트 작동 속도, 7세대 대비 2개 더 늘어난 코어도 더욱 강력해진 멀티태스킹 성능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제품이다. 인텔이 컴퓨텍스에서 발표했던 한정판 ‘코어 i7-8086K’도 정확히는 코어 i7-8700K 제품의 속도 향상 제품이다.

인텔 8세대 코어 i7-8700K 프로세서. / IT조선 DB
인텔 8세대 코어 i7-8700K 프로세서. / IT조선 DB
하지만 코어 i7-8700K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다. ‘오버클럭(overclock)’을 정식으로 지원해 공식적으로 기본 성능을 더욱 높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버클럭이란 반도체 제품의 작동 속도를 기본 설정 보다 올려 더욱 높은 성능을 내도록 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반도체 제품의 수명을 줄이고 심하면 고장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기술로 여겨졌지만, 제조기술이 좋아진 요즘은 제조사들도 어느 정도 오버클럭을 고려하고 제품을 만들 정도로 보편적인 기술이다. 실제로 오늘날 대다수 프로세서 제품이 지원하는 부스트(순간 성능 향상) 기능도 일종의 오버클럭 기술이다.

인텔도 ‘코어 시리즈’ 시대로 접어들면서 공식적으로 오버클럭에 특화된 ‘K’ 시리즈 CPU를 따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텔 코어 i7-8700K는 가장 최신 제품인 셈이다.

CPU 오버클럭, 하드웨어 잘 몰라도 시도 가능

예전에는 오버클럭을 시도하려면 나름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사용자가 해당 반도체 프로세서의 설정값을 수동으로 변경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이수스(ASUS) 메인보드 UEFI 설정 화면에서 제공하는 간편 오버클럭 기능의 설정 모습. / 최용석 기자
에이수스(ASUS) 메인보드 UEFI 설정 화면에서 제공하는 간편 오버클럭 기능의 설정 모습. / 최용석 기자
그러나 요즘은 윈도 운영체제처럼 오버클럭 역시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간편하게 시도하고 이용할 수 있다.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초보자들도 쉽게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도록 간편 세팅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PC는 부팅 중 ‘Del(혹은 F2)’ 키를 눌러 BIOS 또는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설정으로 진입하면 간편하게 CPU의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는 버튼이나 항목을 따로 제공한다.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의 오버클럭 전(왼쪽)과 후의 CPU-Z 정보 화면. 오버클럭 적용 후 배수를 조절해 최대 작동속도를 4.7GHz에서 5GHz까지 높였다. / 최용석 기자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의 오버클럭 전(왼쪽)과 후의 CPU-Z 정보 화면. 오버클럭 적용 후 배수를 조절해 최대 작동속도를 4.7GHz에서 5GHz까지 높였다. / 최용석 기자
인텔 코어 i7-8700K처럼 정식으로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프로세서의 경우, 작동 속도를 결정하는 배수(Muliplier)의 잠금이 풀려있어 이를 변경하는 것으로 간편하게 작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메인보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전용 유틸리티를 사용하면 BIOS나 UEFI에 진입하지 않고 더욱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도 있으니 메인보드 제품 소개 자료나 설명서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기능만 잘 활용하면 시스템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한 초보자도 5분 만에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다.

오버클럭으로 인한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

오버클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PC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오버클럭을 적용해도 성능상 이득을 노릴 수 있다.

우선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를 5GHz(최대 부스트 값 기준, 기본 부스트 값은 4.7GHz)까지 오버클럭하고 CPU 정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인 ‘CPU-Z’의 자체 벤치마크 기능으로 확인해봤다. CPU-Z는 전문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오버클럭 적용 전후의 점수 차이로 어느 정도 성능 차이가 있는지 대략 확인할 수는 있다.

참고로 테스트용 시스템의 구성은 ▲CPU : 인텔 코어 i7-8700K ▲메인보드 : 에이수스 ROG STRIX Z370-E GAMING ▲RAM : 게일 DDR4 16G PC4-24000 CL15 EVO-X 블랙 RGB (8GB x2) ▲VGA : 조텍 지포스 GTX 1080 Ti 미니 ▲SSD : 삼성 960 EVO 500GB 등이다.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 오버클럭 전후 CPU-Z 성능 비교. / 최용석 기자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 오버클럭 전후 CPU-Z 성능 비교. / 최용석 기자
테스트 결과 싱글 프로세스(단일 코어, 단일 작업) 성능은 94점, 멀티 프로세스(모든 코어, 다중 작업) 성능은 약 595점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단일 작업 기준 약 20%, 다중 작업 기준 약 16%의 성능 향상인 셈이다.

코어 i7-8700K 프로세서의 오버클럭 전(왼쪽)과 후의 시네벤치 테스트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코어 i7-8700K 프로세서의 오버클럭 전(왼쪽)과 후의 시네벤치 테스트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좀 더 전문적이고 정확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네벤치(Cinebench)를 통해 CPU 성능을 비교해본 결과 점수로는 200점 이상, 성능으로는 15%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멀티 프로세스 성능 테스트에 최적화된 시네벤치의 결과인 만큼 게임뿐 아니라 영상 및 이미지 편집과 렌더링 및 인코딩 작업, 실시간 방송 등의 전문적인 작업에서 성능 향상 및 작업 시간 단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럼 본래 목적(?)인 게임에서의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일까. 멀티코어 환경을 지원하고, 최근 신 맵인 ‘사녹’을 포함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성능을 확인해봤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기자가 플레이한 내용을 리플레이(다시보기)로 실행하고, 특정 구간에서 오버클럭 전후 및 해상도별 게임 화면의 초당 프레임(FPS) 값을 확인해봤다. 게임 그래픽 옵션은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두 최대 값인 ‘울트라’로 설정했다.

배틀그라운드 해상도별 화면 초당 프레임(FPS) 비교. / 최용석 기자
배틀그라운드 해상도별 화면 초당 프레임(FPS) 비교. / 최용석 기자
게임 초반에 여기저기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모으는 상황에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의외로 최대 프레임은 오버클럭 전후 값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나름 높은 사양을 요구했던 배틀그라운드가 몇 번의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서 하드웨어 성능에 따른 편차도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체감상 게임 성능에 더 영향을 끼치는 최소 프레임 및 평균 프레임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성능 향상 효과가 있었다. 최소 프레임과 평균 프레임이 높을수록 훨씬 덜 끊기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운 게임 화면을 볼 수 있어 게임을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게이머의 실력이 좋을수록 최소 프레임 및 평균 프레임의 안정적인 유지는 최대 프레임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당장 오버클럭 필요 없어도 나중에 활용할 수 있어

약간의 성능 차이도 민감하게 작용하는 톱 랭커급 최상위 게이머가 아니라면 오버클럭은 당장 필요한 기능이 아닐 수도 있다. 인텔 코어 i7-8700K의 기본 성능 역시 최상급 프로세서답게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버클럭 기능을 수년 후 PC의 ‘생명 연장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2년~3년 후 차세대 프로세서 제품이 나오더라도 오버클럭으로 성능을 높이면 성능적으로도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어 꼭 새 PC를 사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제공한다.

메인보드에 장착된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 / 최용석 기자
메인보드에 장착된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 / 최용석 기자
실제로, 하드웨어 커뮤니티 등지에서 인텔의 이전 세대 프로세서 중 구매 후 가장 오래 사용하는 프로세서들을 꼽아보면 대부분이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최상급 ‘K’시리즈 프로세서다. K시리즈 프로세서의 대부분이 해당 세대의 최상급 모델인 것도 있지만, 오버클럭을 통한 잠재 능력도 그만큼 상당하기 때문에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인텔은 코어 i7-8700K를 비롯한 8세대 프로세서 라인업에 기존 7세대 제품과 비교해 CPU 코어를 2개를 더 추가해 대폭적인 성능 향상을 끌어냈다. 8세대보다 코어가 2개 더 많은 차세대 제품도 로드맵에 올라 있지만, 코어 수가 늘수록 작동 속도를 높이기가 어려워 7세대→8세대만큼의 성능 향상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버클럭까지 고려해 최소 3년 이상은 성능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텔 코어 i7-8700K는 당장 최상급의 게이밍 및 작업 성능이 필요한 게이머나 전문가는 물론, 한 번 PC를 장만해 오래 쓸 것까지 고려하는 일반 사용자들도 고려해볼 만한 매력적인 제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