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의 PC 기반 온라인 게임들이 잇따라 인기를 끌며 게임 관련 하드웨어 산업도 여전히 순항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분야가 게임 환경에 최적화된 주변기기, 즉 ‘게이밍 기어’ 시장입니다.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토종기업 제닉스 크리에이티브(이하 제닉스)도 일찍부터 다양한 종류의 게이밍 키보드와 마우스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견인해 왔습니다. 특히 제닉스의 ‘타이탄(TATAN)’ 시리즈 게이밍 키보드는 가격과 디자인, 품질이 균형 잡힌 제품들로, 국내 게이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제품군입니다.

제닉스 타이탄 ALT 텐키리스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 최용석 기자
제닉스 타이탄 ALT 텐키리스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 최용석 기자
최근에는 게이밍 오디오와 가구 등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제닉스가 모처럼 고급형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타이탄 ALT 텐키리스(TITAN ALT TENKEYLESS)’를 선보였습니다.

요즘 게이밍 키보드 시장은 본연의 손맛과 성능, 내구성보다 RGB LED를 활용한 시각적 화려함, 스위치 교체구조, 높은 수준의 방수/방진 기능 등 부가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타이탄 ALT 텐키리스의 몸체는 애플의 맥북처럼 알루미늄 덩어리를 CNC 공법으로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 최용석 기자
타이탄 ALT 텐키리스의 몸체는 애플의 맥북처럼 알루미늄 덩어리를 CNC 공법으로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 최용석 기자
제닉스 타이탄 ALT 텐키리스는 그러한 요즘 트렌드와 달리, 좀 더 전통적인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로서의 특징과 ‘고급스러움’으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먼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디자인부터 포인트입니다. 보기에는 화려해도 실속은 별로 없는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해 담백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특히 애플의 맥북이나 매직 키보드처럼 알루미늄 합금 덩어리를 CNC 공법으로 통째로 깎아 만든 타이탄 ALT 텐키리스의 몸체는 몇 번 만져보기만 해도 속까지 꽉 들어찬 금속 덩어리의 묵직한 무게감과 차가운 질감을 그대로 손끝에 전달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꼼꼼하고 정밀하게 가공되어 있는 등 외관 마감에 공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 최용석 기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꼼꼼하고 정밀하게 가공되어 있는 등 외관 마감에 공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 최용석 기자
또한, 각 경계면의 모서리를 일일이 45도 각도로 깎아내어 다듬어놓는 등 그냥 둘러봐도 몸체의 가공과 마감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는 상판 등 극히 일부에만 프레스 공법으로 만든 메탈 소재를 적용하고, 그 외에는 평범한 플라스틱 몸체를 사용하는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하기 힘든 고급스러움과 존재감을 선사합니다.

몸체를 통짜 금속 덩어리를 깎아 만든 만큼 타이탄 ALT 텐키리스는 단축형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편이다. / 최용석 기자
몸체를 통짜 금속 덩어리를 깎아 만든 만큼 타이탄 ALT 텐키리스는 단축형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편이다. / 최용석 기자
몸체가 금속 덩어리인 만큼, 실제 무게도 거의 1.2㎏에 달할 정도로 묵직합니다. 이는 게임을 즐기면서 키보드를 격렬하게 다루어도 쉽게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안정감을 높이는 데 한몫합니다. 바닥 면 모서리에도 미끄럼을 방지하고 충격을 분산하는 고무 지지대가 달려있습니다.

일부 기계식 키보드에서 종종 느껴지는 통울림 현상(키를 누를 때 상판과 키보드 내부가 통째로 떨리면서 진동 및 울림이 발생하는 현상)도 타이탄 ALT 텐키리스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두툼하고 묵직한 통 알루미늄 합금 몸체가 키를 누를 때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을 어느 정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숫자 키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디자인으로 책상 위를 더욱 넓게 쓸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오른쪽 숫자 키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디자인으로 책상 위를 더욱 넓게 쓸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외형상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숫자 키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디자인을 채택한 점입니다. 사실 숫자 입력이나 계산 등이 주 업무가 아닌 이상 표준 키보드 오른쪽의 숫자 패드는 평소 잘 안 쓰는 편입니다. 이는 게임은 물론, 키보드를 쓸 일이 많은 개발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필요한 숫자 키패드를 제거한 텐키리스 디자인은 그만큼 크기가 줄어들어 책상 위 공간을 덜 차지하고, 마우스를 더 넓게 움직일 수 있어 게임 환경에 적합합니다. 타이탄 ALT 텐키리스는 자체 테두리의 폭도 최소화해 텐키리스 키보드의 장점을 더욱 살렸습니다.

스위치의 몸체가 상판 위로 노출된 ‘비키 스타일’ 디자인. / 최용석 기자
스위치의 몸체가 상판 위로 노출된 ‘비키 스타일’ 디자인. / 최용석 기자
여기에 스위치의 몸체가 상판 위로 노출된 비키(Viki) 스타일 디자인도 적용했습니다. 비키 스타일 디자인은 구식 타자기를 연상시키는 복고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키 사이사이에 들어간 먼지와 이물질을 청소하기 쉽고, 일부 스위치(청축)에서 나는 특유의 작동음을 더욱 강화하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형태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핵심인 스위치도 ‘원조’라 할 수 있는 독일 체리(Cherry) 사의 MX 스위치를 채택했습니다. 지난 2014년 여름 체리 사의 키보드용 스위치 특허가 만료된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다수의 호환 스위치가 시장에 등장했지만, 체리 스위치는 여전히 각 제조사의 고급형 모델에만 주로 적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고급 스위치로 통하는 독일 체리 MX 스위치를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업계에서 고급 스위치로 통하는 독일 체리 MX 스위치를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체리 스위치를 채택한 만큼 타이탄 ALT 텐키리스 키보드도 스위치의 종류에 따라 3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됐습니다. ▲누를 때마다 ‘찰칵’하는 작동음으로 기계식 특유의 경쾌함을 극대화한 ‘청축(Blue)’ 모델 ▲청축의 손맛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소음을 줄인 ‘갈축(Brown)’ 모델 ▲키를 누를 때 압력(키압)을 더욱 낮춰 저소음에 훨씬 부드러운 손맛을 제공하는 ‘적축(Red)’ 3가지 모델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키캡은 일반 ABS 재질보다 견고한 PBT 소재에 글자 각인이 반투명으로 비치는 이중 사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 최용석 기자
키캡은 일반 ABS 재질보다 견고한 PBT 소재에 글자 각인이 반투명으로 비치는 이중 사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 최용석 기자
각각의 스위치에는 시인성을 높이고 조명효과를 제공하는 LED 백라이트가 달려있습니다. 키캡은 일반 ABS 재질보다 내구성이 좋은 PBT 소재를 사용해 오래 사용해도 쉽게 닳아서 번들거리는 현상을 최소화했습니다.

키캡 표면의 글자 각인은 반투명 소재를 불투명 소재와 같이 사출하는 ‘이중 사출’기법으로 새겼습니다. 일반 레이저 각인처럼 오래 사용해도 글자가 지워지지 않고 처음 구매할 때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항상 깔끔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백라이트를 사용할 때 조명 효과를 더욱 잘 보이게 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키의 배열은 숫자 키패드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표준 86키 배열(104키 배열에서 숫자 키패드만 뺀 배열)을 채택했습니다. 덕분에 시중에 출시된 다양한 튜닝용 키캡을 따로 구매해 자신만의 키보드를 꾸미는 ‘키캡 커스터마이징’도 지원합니다.

케이블은 따로 분리할 수 있어 키보드를 휴대할 때 편하다. / 최용석 기자
케이블은 따로 분리할 수 있어 키보드를 휴대할 때 편하다. / 최용석 기자
분리가 가능한 케이블도 돋보입니다. 이동할 때 케이블을 분리해 더욱 쉽고 편하게 휴대할 수 있게 함은 물론, 단선 등의 이유로 케이블에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교체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케이블은 쉽게 단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패브릭(직물) 마감이 적용됐습니다. 사용 시 전기적 노이즈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양 끝 USB 플러그를 금도금 처리했으며, 노이즈 필터도 달려있습니다. 길이는 약 1.8m로 넉넉한 편입니다. 탈착형 케이블이 표준 USB 규격을 준수하기 때문에 사용 환경에 따라 더욱 길거나 짧은 케이블로 교체하기도 편합니다.

PC에 연결해 백라이트 LED가 켜진 모습. / 최용석 기자
PC에 연결해 백라이트 LED가 켜진 모습. / 최용석 기자
타이탄 ALT 텐키리스를 PC의 빈 USB 포트에 연결하면 잠깐의 인식 과정과 더불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를 지원해 별도의 드라이버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백라이트의 색상은 바꿀 수 없지만 6가지의 다양한 조명 효과를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백라이트의 색상은 바꿀 수 없지만 6가지의 다양한 조명 효과를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형형색색의 화려한 RGB LED 대신 흰색 LED를 백라이트를 사용한 것도 타이탄 ALT 텐키리스의 특징입니다. 물론, 색상 변경이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기본적인 LED 백라이트 조명효과는 대부분 그대로 지원합니다. 총 5종의 LED 조명 효과를 지원하며, 밝기와 속도 등도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LED 모드도 지원해 원하는 키만 LED 백라이트를 켤 수 있습니다. 총 9개의 사용자 LED 프로파일을 저장할 수 있으며, 1번부터 6번까지는 가장 인기 있는 게임에 맞춰 미리 LED 설정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정 게임에서 자주 쓰는 키만 LED 백라이트를 켠 모습. / 최용석 기자
특정 게임에서 자주 쓰는 키만 LED 백라이트를 켠 모습. / 최용석 기자
그 외에도 ▲게임에서 불필요한 윈도 키 잠금 기능 ▲모든 키의 동시 입력 지원 ▲일부 금융 사이트 보안 기능 호환성 ▲단축키를 이용한 볼륨 제어 및 미디어 제어 기능 등 게이밍 키보드로써 필요한 기능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닉스 타이탄 ALT 텐키리스 키보드는 최근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본연의 기능과 품질에 우선을 두고, 소재와 디자인의 고급화에 중점을 둔 제품입니다.

제닉스 타이탄 ALT 텐키리스 키보드는 게이머는 물론 HW 마니아, 애플 제품 사용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잘 만든 고급형 기계식 키보드다. / 최용석 기자
제닉스 타이탄 ALT 텐키리스 키보드는 게이머는 물론 HW 마니아, 애플 제품 사용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잘 만든 고급형 기계식 키보드다. / 최용석 기자
단색 LED 백라이트에 숫자 키패드가 없는 단축형 텐키리스 디자인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15만90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은 5만원대 이하까지 떨어진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제품임을 더욱 강조합니다.

과도하게 화려한 디자인과 LED 조명효과에 거부감이 있거나, 저가의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와는 차별화된 품질과 손맛, 안정성, 내구성을 원하는 마니아나 게이머, 애플 맥(Mac) 계열 제품과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이들이라면 타이탄 ALT 텐키리스는 추천하고 싶은 고급형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