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보상 비즈니스 모델 유행
“ICO는 단기 조정 중...팀이 중요”

유럽 대륙이 블록체인 바람으로 꿈틀대고 있다. 블록체인을 정치·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각 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럽 각국의 행보는 가상화폐 가격 등락에 울고웃는 한·중·일 지역의 한탕주의 흐름이나 묻지마 투자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새 기술 패러다임으로 ‘골디락스(Goldilocks·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대를 준비하는 유럽의 블록체인 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6월 27일~2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전시장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에서는 ‘토큰 이코노미의 부상’ ‘ICO(암호화폐 공개) 단기 조정’ 등의 흐름이 나타났다. 이번 행사에는 250여개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해 자신들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홍보했고 400명의 연사가 블록체인의 진화 과정에 관한 세션 주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 현장/Blockchain Expo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 현장/Blockchain Expo
◇ 토큰으로 동기 유발하는 비즈니스 모델 급부상

토큰이라는 인센티브로 특정 행동을 유발하고, 유무형 자산을 교환하는 이른바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 사례가 엑스포 곳곳에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출신이 이끄는 모바일브릿지(MobileBrige)는 4년 동안 버커킹 등 대기업의 적립 포인트를 관리해 온 경험을 살려 ‘모멘텀(Momentum)’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선보였다. 각종 적립 포인트를 토큰으로 바꿔 고객의 로열티(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키스 드보스(Kees de Vos) 모바일브리지 CEO는 “적립 포인트 등 전 세계 로열티 프로그램의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중 50%는 기한 만료로 쓰지 못한다"면서 “이는 소비자 불만의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KLM 항공사(네덜란드 국적 항공기)에서 쌓은 포인트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면서 “적립 포인트를 블록체인으로 통합관리하면 고객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키스 드보스(Kees de Vos) 모바일브리지 CEO
키스 드보스(Kees de Vos) 모바일브리지 CEO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데는 막대한 컴퓨팅 용량이 필요하다. 중국의 딥브레인체인(DeeBrain Chain)은 이 점을 파고들어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보유한 유휴(遊休) 컴퓨팅 자원과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유휴 컴퓨팅 자원을 AI 회사에 제공하고 해당 회사로부터 직접적인 보상과 딥브레인체인의 코인을 대가로 받는 것이다. 딥브레인체인 관계자는 “AI 회사는 서버(대용량 컴퓨터)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AI를 구동시킬 수 있게 되고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 개인과 기업은 보상을 받게 돼 모두가 ‘윈윈’이라고 말했다.

제로탄소프로젝트(Zero Carbon Project)는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사업에 참여한 사람과 탄소를 줄이는 방법을 찾은 과학자에게 ‘에너지스(energies)’라는 토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에너지스 토큰으로 탄소배출권을 살 수도 있고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할 수도 있다. 런던기후변화협회장인 데렉 마이어스(Derek Myers)가 CEO로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아라스테어 허트슨(Alastair Hutson) 총괄은 “향후 15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제로탄소프로젝트는 블록체인유럽엑스포가 주는 ‘2018 소셜 굿 어워드’를 받았다.

◇ 디앱(Dapp) 개발을 도와주는 솔루션 ‘눈길’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디앱(Dapp)’이라고 하는 데, 현재 출시된 디앱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분산처리를 기본으로 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디앱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엑스포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와 솔루션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폴 보글-피어론(Paul Bogel-Fearon) 스트라티스 전략 고문/ /류현정 기자
폴 보글-피어론(Paul Bogel-Fearon) 스트라티스 전략 고문/ /류현정 기자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스트라티스(Stratis)는 엑스포에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글루온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글루온은 스트라시스 기반으로 차량 문제점을 모니터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업용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스트라시스는 C#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프레임워크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30년 넘게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해 온 마이크로소프트에 친화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이 디앱을 빠르게 출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크립토팔(KryptoPal)은 디앱 개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도구를 이용하면, 기존 애플리케이션도 손쉽게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웬만한 실력을 갖춘 개발자들도 어려워 한다”면서 “앱 개발에 용이한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게임, 전자상거래, 여행사 분야 업체를 집중 공략, 개발 도구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도 행사에 부스를 마련했다. 특히, IBM은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의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가했다. 블록체인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경우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 보글-피어론(Paul Bogel-Fearon) 스트라티스 전략 고문은 “2014년만 해도 개발자들만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였는데, 올 들어서는 회사 고위층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3년 후에는 기업용 솔루션의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폴 보글-피어론(Paul Bogel-Fearon) 스트라티스 전략 고문이 애플리케이션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성한 메모.  /류현정 기자
폴 보글-피어론(Paul Bogel-Fearon) 스트라티스 전략 고문이 애플리케이션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성한 메모. /류현정 기자
◇ “블록체인 실험은 확장...ICO는 단기 조정 중"

블록체인의 응용 범위는 넓어지고 있지만, ICO 시장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 암호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도 조정을 받은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60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첫날 세션 ‘투자자 관점에서 본 블록체인 테크놀러지 : 시장에 대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전망'에 패널로 나선 투자자들은 지난해 과열 양상이었던 ICO 붐이 가라앉고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루(David Lu) 버질캐피털(Virgil Capital) 파트너는 “최근 2분기 연속 ICO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투자할 때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즉 팀(창립 멤버)의 우수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비언 J.G.(Fabian J.G.) 웨스터하이드(Westerheide) 상무도 “나 역시 블록체인 기업을 평가할 때 조직을 가장 먼저 살필 것”이라면서 “수익성 여부, 시장 점유율 등도 따져 보겠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ICO 분위기와 문제점,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ICO 분위기와 문제점,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블록체인 실험은 계속 되고 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미끼부터 접시까지(From bait to plat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WWF 호주, 뉴질랜드, 피지 법인은 소프트웨어 회사 콘센시스(ConsenSys), 트라시블(TraSeable)과 협력해 참치의 포획, 운송의 모든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WWF는 불법 포획으로 개체수가 크게 감소한 참치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데르모트 오’골먼(Dermot O’Gorman) 호주 WWF CEO는 엑스포의 세션 발표자로 참여, ‘블록체인 푸드체인(blockchain foodchains)’에 관한 경험을 청중들과 공유했다.

그는 “RFID나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WWF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협력업체를 찾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푸드체인을 만들기 위한 막대한 재원 조달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되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