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금감원)이 보물선 관련 테마주 신일그룹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하기로 하면서, 이 기업이 발행한 신일골드코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캐나다 유인잠수정이 촬영한 돈스코이 선명. / 신일그룹 제공
캐나다 유인잠수정이 촬영한 돈스코이 선명. / 신일그룹 제공
25일 금감원 측은 “보물선 관련주가 이상 현상을 보여 시세조종(주가조작)과 부정거래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신일골드코인과 관련해서도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수사당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방침이다.

신일그룹은 7월 15일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1905년 러일전쟁에 참여했다가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배에는 약 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실려 있다는 미확인 소문이 돌기 시작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의 주식이 한동안 급등했다.

제일제강은 이달 6일 공시를 통해 “당사의 최대주주인 최준석이 최용석, 류상미 씨 등 개인들과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류상미 씨는 신일그룹 대표로 보물선 발견 소동의 핵심 인물이기도 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제일제강 주가는 17일 상한가를 쳤다. 6월 중순 2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이달 7월 18일 54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신일그룹이 올해 6월 1일 설립된 신생회사이고,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고, 돈스코이호에 실제 보물이 실려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제기되면서 제일제강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금감원은 신일그룹 주식이 보물선 발견 발표 전인 5월부터 거래량이 급증한 것에 주목하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신일그룹이 올해 초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한 것에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코인과 관련한 불법 행위는 금감원 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조치할 수 없지만, 불법 행위를 인지하게 되면 수사당국과 협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며 “제일제강 외에 주가가 급등한 보물선 테마주도 모니터링했지만 다른 종목에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스캠 논란 중심에 선 신일골드코인 어떤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은 신일그룹이 발행한 암호화폐로 아직 그 실체가 불명확하다. 인터넷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면 회사 측은 신일골드코인을 SNS 전파와 추천을 통한 전 세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소개하고 있다. 105조원 규모의 보물을 기반으로 발행한 암호화폐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서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한 SNS 전파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환경을 통해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SNS전파 네트워크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추천인 암호화폐 자동지급 시스템 구축을 전 세계 연결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갑니다”라는 소개글이 올라와 있다.

신일골드코인을 소개하는 백서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현재 신일그룹 측은 사이트 공지를 통해 송명호 회장의 입장을 전달했다. 게시글에는 “신일골드코인을 보물선 돈스코이호와 관계없이 예정보다 앞당겨 상장시키겠습니다"며 “신일골드코인은 상장 후 세계 시총 1위의 글로벌 암호화폐로 발돋음하게 될 것입니다”고 밝혔다.

또한 “유독 한국 내에서 많은 잘못된 정보와 시기로 우리 신일골드코인을 폄하하고 모함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며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신일골드코인은 신화를 써왔다. 한국 내 잘못된 정보와 시기에 절대 굴복하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신일골드코인을 예정보다 앞당겨 상장시켜 그들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반드시 보여주겠습니다”고 덧붙였다.

보물선 스캠 논란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행동으로 보여주고 신일골드코인을 빨리 상장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일그룹은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한 채 26일 10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간담회를 열고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견에 대한 회사 측 입장과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 발행 계획 등을 밝힐 계획이다.

◇ 금감원, 규제 사각지대 코인 처벌 가능할까?

신일그룹이 보물선 인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금감원은 신일그룹의 주장을 배제한 채 이 회사를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암호화폐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야로 담당부서도 불명확하다. 금감원 역시 신일그룹 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금감원이 신일그룹을 겨냥해 칼을 빼든 이유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물선 테마주가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만큼, 전무후무한 암호화폐 사기 조사보다 처벌이 가능한 유사수신 행위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물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신일골드코인 등 암호화폐의 불법행위에 대해 유사수신이나 불법 다단계, 사기 등으로 현행법상 적용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주식시장에서 허위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빠르게 퍼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질의에 “포렌식 등 첨단화된 조사기법 등 금융위와 잘 협의해서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현재 금감원은 조사기획국 내 두개 팀을 신일그룹 사건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신일그룹 조사를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사안이고 민감한 부분이어서(구체적인 조사 방법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며 그 부분에 양해를 구한다”며 “암호화폐 발행과 관련해 투자금을 모은 과정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모임이 결성될 정도로 현재 조직화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정부는 2017년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분 직후 국내에서 모든 ICO(암호화폐공개)를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시점까지 이를 뒷받침해줄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돼지 않아 여전히 해외에 본사를 둔 수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ICO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