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구글이 중국 당국의 검열 정책을 수용한 중국 전용 모바일 검색 엔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자, 수천 명의 구글 직원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8년 전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을 수용하지 않아 중국에서 철수했으나, 직원의 반대에 부딪혀 중국 재진출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이하 현지시각) 구글 직원의 말을 인용해 구글 내부 통신망에 '중국판 검색엔진' 마련에 반대하는 탄원서가 올라왔고, 1400명의 직원이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순다 파챠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 유튜브 영상 갈무리
순다 파챠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해당 탄원서에는 "(회사의 결정에) 시급한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며 "우리의 업무, 프로젝트, 고용에 대해 윤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나, 현재는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글 직원은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만 한다"며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져야 하며, 테이블 앞에 앉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상태를 약속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디인터셉트는 1일 구글이 ‘드래곤플라이(Dragonfly)’라는 프로젝트 아래 2017년 봄부터 중국 전용 안드로이드 검색 앱 '마오타이(Maotai)'와 '룽페이(Longfei)'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기밀문서 등에 따르면 구글이 마련 중인 중국어 검색 앱은 중국 방화벽에 의해 차단된 웹 사이트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걸러낸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검열 대상 목록에 올려 놓고 있는 영국 BBC 방송,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검색할 경우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관련 법규에 따라 일부 검색 결과가 삭제됐을 수 있다'는 문구를 띄울 예정이다. 또한, 구글 전용 검액 앱은 인권∙민주주의∙평화시위 등과 같은 검색어를 차단하는 기능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직원은 탄원서에 직원이 회사가 준비 중이 서비스에 대한 윤리적 검토에 참여하고, 논란이 되는 프로젝트를 투명성 있게 평가하기 위해 외부 대표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구글 내부에서는 이번 문제를 '코드 옐로우'라고 부른다. 이는 여러 팀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구글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구글 중국 페이지.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 중국 페이지.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 8년 만의 중국 재진출, 구글 직원 들고 일어서

구글은 2006년 검색 엔진을 들고 중국 시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검색어 검열 요구가 거세지고 구글의 컴퓨터 시스템까지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글은 2010년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중국 철수 당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를 '전체주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고, 중국 정부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세워 구글 서비스를 차단했다.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는 7억5000만명으로 유럽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 또한, 전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30% 이상이 중국인이다. 현재 중국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금지했기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사용자에 앱 마켓 관련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중국에서 발생하는 앱 관련 수익은 애플과 중국 현지 업체 텐센트, 바이두 등이 나눠 가졌다.

구글은 2016년부터 중국에 접근해 사업 기회를 다시 모색했다. 에릭 슈밋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와 협약을 맺고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중국 바둑 챔피언 커제와의 대국을 추진했다. 또한, 구글은 지난 6월 중국 온라인 소매업체 JD닷컴에 5억5000만달러(6183억1000만원)를 투자했고, 2017년에는 중국 현지에 인공지능(AI) 연구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구글 직원은 700명 이상이다.

하지만 구글이 8년 만에 입장을 극적으로 바꾸자 내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군다나 구글은 수백 명의 인력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했으나, 이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애초 구글이 중국 전용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할 당시 NYT는 "구글 내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 일부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회사를 그만뒀다"며 내부에서 반대 여론이 있음을 암시했다.

NYT는 "중국은 지난 8년 동안 인터넷 통제를 강화해왔다"며 "구글은 결코 중국의 검열 정책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