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드래곤볼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행성을 뛰어넘어 우주를 파괴할 만큼의 강력한 힘을 갖췄다. 손오공부터 프리저, 마인부우를 넘어 파괴신 비루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 역시 다른 만화와 달리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조인간 18호처럼 강한 전투력을 갖춘 인물이 있는가 하면, 부르마와 같이 천재적 지능을 이용해 베지터를 지배하는 여성도 있다.

◇ 천재적인 머리와 재력이 힘 ‘부르마’

1984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만화 드래곤볼 시리즈 대표 여성 캐릭터는 ‘부르마’다.

그는 일곱 개의 드래곤볼을 찾는데 사용되는 레이더부터 훗날 아들 트랭크스를 과거로 보내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등 천재 발명가 소리를 듣는다. 드래곤볼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패셔너블하면서도 출중한 여성미를 갖춘 여성 캐릭터다. 거대 기업 캡슐코프를 운영하는 경영자의 면모까지 지녔다.

부르마. / 야후재팬 갈무리
부르마. / 야후재팬 갈무리
드래곤볼이 연재되기 시작하던 초기만 해도 부르마는 재미를 주는 ‘여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만화 속에서 누드, 팬티 노출 등 이른바 ‘서비스 컷’을 장식하는 주인공이 됐다. 드래곤볼 첫 편집담당이던 토리시마 카즈히코는 만화 기획 당시 손오공과 부르마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 라인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만화가 토리야마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부르마가 멋지게 성장한 손오공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것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르마는 아들 트랭크스에게 손오공을 소개하며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반드시 해결해주는, 신비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부르마는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가 1992년 진행한 여성 캐릭터 인기투표에서 드래곤볼 여성 캐릭터 중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부르마. / 야후재팬 갈무리
부르마. / 야후재팬 갈무리
부르마 이름의 유래는 1970~1980년대 일본에서 여학생 체육복으로 사용하던 핫팬츠 ‘부르마’에서 따 온 것이다. 토리야마는 자신의 컬럼에서 "여자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귀여운 이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바보 같지만 여성임을 연상시킬 수 있는 부르마로 이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1987년 출간된 서적 ‘드래곤볼 탄생비화’에서 토리야마는 부르마 캐릭터를 기획할 당시 ‘핀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부르마는 비록 전투 능력은 없지만 뛰어난 두뇌와 넘치는 재력을 지녔다. 사이어인 중 전투력 2위인 베지터를 손에 꽉 쥐었고, 그와 결혼해 아들 ‘트랭크스’와 딸 ‘브라’를 낳는다. 트랭크스는 드래곤볼 팬 사이서 주인공 손오공 맏아들인 손오반 다음으로 전투력이 높은 지구 태생 사이어인이다.

◇ 드래곤볼 최강 여성 캐릭터 ‘인조인간 18호’

드래곤볼 등장 여성 중 가장 전투력이 강한 캐릭터는 ‘인조인간 18호’다. 레드리본군의 천재 과학자 게로 박사가 손오공을 살해할 목적으로 만든 인조인간 18호는 인간을 기반으로 기계적인 부분을 세포 레벨에서 융합해 만들었다. 기계라기보다 인간적인 면이 더 강한 캐릭터다. 무한에너지 엔진으로 힘을 내는 까닭에 식사를 하지 않지만 물을 정기적으로 마신다. 생식 능력이 남아있어 훗날 크리링과의 관계에서 딸을 갖는다.

인조인간 18호. / 야후재팬 갈무리
인조인간 18호. / 야후재팬 갈무리
18호는 애니메이션에서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천하제일 무도회 상금을 듣고 참가를 결정한 18호는 미스터 사탄에게 일부러 져 주는 댓가로 우승상금의 2배의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1995년 출간된 ‘신룡통신 2권’에 따르면 토리야마는 원래 17호와 18호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뚱보 19호와 노인 20호 캐릭터만 등장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편집자의 주장에 따라 미남·미녀 인조인간 캐릭터를 급하게 만들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인조인간 17호와 18호다. 18호에게는 ‘라즐리’라는 이름이 있으며, 남동생인 17호의 이름은 ‘라피스’다.

크리링과 18호의 사랑 이야기와 결혼한 이야기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토리야마는 "18호가 이제까지 만나본 적이 없던 순수한 성품의 크리링에게 점점 빠져드는 스토리를 구상했지만, 캐릭터의 연애를 묘사하는 데 서툴러 본편 만화에 집어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조인간 18호와 크리링, 그리고 딸 마론. / 데비앙아트 갈무리
인조인간 18호와 크리링, 그리고 딸 마론. / 데비앙아트 갈무리
18호는 크리링과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딸 마론을 사랑하며, 크리링이 ‘행복하다’고 하는 말 한마디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한다.

◇ 4살 나이로 천하제일 무도회 본선 진출한 소녀 ‘판’

손오공의 장남 손오반과 미스터 사탄의 외동딸 비델 사이에서 태어난 ‘판’은 전투 종족 사이어인의 피를 이은 첫 지구 태생 여자아이다.

판. / 야후재팬 갈무리
판. / 야후재팬 갈무리
외모는 엄마인 비델을 닮아 미인이며, 아빠 손오반의 전투 능력을 물려 받아 4살 나이에 천하제일무도회에 참가해 덩치 큰 어른을 제압한다. 어린 나이에 하늘을 나는 무공을 채득하고, 손씨 집안 중 가장 빨리 에네르기파(카메하메파)를 발사한다. 그만큼 높은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 미스터 사탄의 딸 ‘비델’

활발한 성격을 지닌 미스터 사탄의 딸 ‘비델’은 정의감이 넘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순수 지구인인 탓에 전투 능력은 높지 않지만 천하제일 무도회에 참가할 만큼 뛰어난 전투 기술을 갖췄다.

비델. / 야후재팬 갈무리
비델. / 야후재팬 갈무리
손오반과 가까워진 것은 천하제일 무도회에서 스포포비치에게 중상을 입은 이후의 일이다. 오반에게 받은 선두를 먹고 몸을 치유한 그녀는 셀을 쓰러뜨린 것이 자신의 아빠가 아닌 오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리야마에 따르면 비델이란 이름은 ‘데빌’에서 따온 것이다. 사탄의 딸이기 때문에 ‘데빌’이란 단어를 떠올렸고, 글자 순자를 바꿔 비델이라는 여성스러운 이름을 만들게 됐다.

◇ 손오공의 반려자 ‘치치’

손오공의 부인 치치는 우마왕의 딸이다. 치치는 어린 시절 비키니 아머 차림으로 손오공 앞에 등장한다. 헬멧에 달린 칼로 거대한 공룡의 목을 단숨에 베는 능력을 보여준다.

어린시절 치치의 모습을 담을 피규어. / 메가하우스 제공
어린시절 치치의 모습을 담을 피규어. / 메가하우스 제공
소녀시절부터 성장하기까지 아버지인 우마왕과 무천도사로부터 수행을 받은 치치는 여성무도가로서 천하제일 무도회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다.

손오공과 결혼해 손오반을 낳은 치치는 ‘교육 맘’으로 돌변한다. 손오반이 무도가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살게 하려 노력한다. 치치는 둘째 아들 손오천도 낳는다.

◇ 재채기로 인격 180도 바뀌는 ‘런치’

드래곤볼 여성 캐릭터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런치’다. 그는 평소 온순한 성격의 미녀 캐릭터로 나오지만, 재채기를 하면 은행강도를 일삼는 흉폭한 인격체로 바뀐다.

런치 피규어. / 메가하우스 제공
런치 피규어. / 메가하우스 제공
런치는 어린시절의 손오공과 크리링이 무천도사의 여자를 찾아오라는 명령에 따라 데려온 인물이다. 런치는 천진반을 따라나선 뒤 더 이상 만화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평소 파란색 머리를 한 런치는 인격이 변할 때 금발 미녀로 변신한다. 하지만, 재채기 후 인격이 변한다는 것은 당시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런치 캐릭터는 미모가 출중했던 탓에 드래곤볼 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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