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의 유형은 다양하다. 퇴직자가 기술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 해킹으로 기술을 빼가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거래 관계에서 제안서나 PT 자료, 공모, 입찰 등을 빙자한 기술유출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벤처 기업이 대기업 투자를 받기 위해 아이디어 PT와 시연을 했는데, 해당 대기업이 투자는 거절하고 몇 달 후 똑같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인터넷에 버젓이 출시한 적도 있다. 또 서비스 납품을 위해서 기술 시연을 하고 기술 자료를 주었는데, 납품은 거절되고 몇 달 후 계열회사가 버젓이 그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기술유출의 경우, 피해 기업이 기술 유출 경로를 밝힐 수 없거나 가해 기업이 다른 루트를 통해서 해당 기술정보를 얻었다고 반박하게 되면, 실제 기술유출을 당한 기업의 구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또 이러한 형태의 기술유출은 계약 체결이 되기 전에 발생하였기에 계약상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 기업이 이러한 형태의 기술유출에 좌절한 경우도 종종 언론을 통해 나오곤 한다.

최근 기술유출에 대비할 수 있는 똑똑한 조문이 도입됐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신설되었는바,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 교섭 또는 거래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갖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새로 신설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아래 요건에 해당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첫째,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가 공개되거나 제공되야 한다. 예를 들어 제안서, PT 자료, 공모작품 등을 통해서 기술적 또는 영업상 아이디어가 타인에게 공개되거나 제공되야 한다.

둘째, 이를 취득한 자가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제공목적’인데, 제공한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한 경우 또는 제공목적을 벗어나게 사용한 경우라면 이 조항으로 구제가 가능하다.

입찰이나 투자제안 목적으로 제공했는데, 실제 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스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셋째,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가 아니라야 한다. 이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 즉 가해자가 입증해야 할 사항이다. PT 자료에서 언급된 내용이 이미 기존 문헌에 언급되어 있거나 주지관용기술이라는 점을 입증하면, 그 기술이나 아이디어는 법적으로 보호가치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도입으로 만연해 있는 기술유출에 대한 방어 방법이 추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 차목은 제안서나 PT, 입찰서류 등에 특히 최적화되어 있기에 이러한 형태의 기술유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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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했고, 조지워싱턴대 국제거래법연수를 마쳤습니다. 사법연수원 제36기를 수료하고, 국회사무처 사무관(법제직)과 남앤드남 국제특허법률사무소(특허출원, 특허소송, 민사소송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위원회 위원을 거쳤습니다. 현재는 방위산업기술보호위원회 위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개인정보보호 최고전문가과정 강의, 지식재산위원회 해외진출 중소기업 IP전략지원 특별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민원처리심사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 조정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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