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에 분 ‘IPO 열풍’

가상화폐 공개(ICO)가 아닌 기업공개(IPO)를 택하는 가상화폐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Bitmain)은 IPO를 추진 중이라고 선언했고,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IPO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2017년부터 널리 퍼졌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 16개월 동안 ICO 시장이 침체하면서 IPO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가상화폐 채굴업체부터 거래소에 이르기까지 IPO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비트메인은 최근 가상화폐 업계에서 IPO를 추진하는 업체 중 가장 많은 관심 대상이다. 일부 언론은 지난 6월부터 비트메인이 홍콩 등 해외 시장에서 IPO를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비트메인은 전 세계 비트코인의 절반 이상을 채굴한다.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채굴 장비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비트메인은 IPO로 자금 모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이미지. / 영국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 갈무리.
비트코인 이미지. / 영국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 갈무리.
◇ 블록체인 업계에 분 ‘IPO 열풍’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이하 현지시각) 비트메인이 사전 IPO로 최대 10억달러(1조1164억원)를 모금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트메인 사전 IPO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 등은 비트메인에 투자한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빨간등이 켜진 상태다. 여기다 코인텔레그라프는 3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테마섹(Temasek)이 비트메인 사전 IPO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트코인 채굴 하드웨어 제조업체인 카난 크리에이티브(Canaan Creative)와 경쟁사인 이방 커뮤니케이션(Ebang Communication) 역시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IPO를 신청했다. 두 회사의 예상 목표액은 10억달러(1조1190억원)로 비트메인의 IPO 목표치 200억달러(1조119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스퀘어(Coinsquare)는 9월 중에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TMX))에서 1억2000만달러(223억8000만원) 규모의 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업계에선 2017년 12월부터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IPO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코인베이스가 공개적으로 세부 정보를 공개한 적은 없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주식공개상장의 줄임말로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IPO에 성공할 경우 더 많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IPO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과 같은 규제 기관의 감독 아래 이뤄진다. IPO를 한 이후에는 내부 운영 정보 등 재무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준다.

전 세계에서 호주와 영국 증권업계는 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IPO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상화폐 관련 기업 최초의 IPO가 이뤄진 곳 역시 호주증권거래소(ASX)다.

IPO를 추진 중인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 공동창업자 우지한. / 블룸버그TV 갈무리
IPO를 추진 중인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 공동창업자 우지한. / 블룸버그TV 갈무리
호주 가상화폐 채굴업체 '비트코인 그룹(Bitcoin Group)'은 가상화폐 관련 기업 최초로 호주 증권거래소(ASX)에 IPO를 했다. 비트코인 그룹은 2015년 ASX에 투자 설명서를 제출한 뒤 진행한 IPO로 590만호주달러(48억566만8000원)를 모았다. 하지만 비트코인 그룹의 자금 모금액은 목표치인 2000만호주달러(162억9040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ASX가 비트코인 그룹의 자본금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에도 ASX는 가상화폐 관련 2개 기업의 IPO를 받아들였다. 회사 신원 관리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핀테크 기업 키커(Kyckr)는 2016년 ASX에 상장하면서 520만호주달러(42억3550만4000원)를 모았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 아이덴티티(Identitii)는 2018년 8월 ASX에 상장해 1100만호주달러(89억5972만원)를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인실리움(Coinsilium)은 2015년 12월 영국의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증권거래소 ISDX에 상장했다. 코인실리움은 보통주 100만개를 13센트에 발행해 100만파운드(14억8570만원)를 모았다. 당시 코인실리움은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회사 최초로 IPO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 채굴회사 아르고 블록체인(Argo Blockchain)은 2018년 8월 런던 증권거래소(LSE)에 상장했다. 이는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첫 LSE 상장으로, 아르고 블록체인은 IPO를 통해 2500만파운드(266억원)를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