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콤팩트카의 새 시대, A클래스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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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04 17:31 | 수정 2018.10.05 05:50
메르세데스-벤츠는 2012년 독일 진델핑겐의 디자인 센터에서 3세대 A클래스의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와 함께 새로운 소형차 전략을 발표했다. 기자는 당시 현장에서 벤츠가 앞으로 콤팩트카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대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고, A 45 AMG 등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먼저 엿보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프리미엄 브랜드는 니어 프리미어(준고급) 전략을 사용하는 대중 브랜드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점차 상향평준화하고 있는 제품 수준에 맞춰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는 지속가능한 성장수단을 찾는 일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소형차 제품군 강화다. 제품 다양화를 통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 들이면 향후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 고객에게도 벤츠의 브랜드 경험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고, 이렇게 모은 충성도 높은 고객은 다시 벤츠를 구매하는 선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2012년 발표한 A클래스가 그간의 MPV(Multi Purpose Vehicle·다목적차)가 아닌 스포츠 해치백으로 변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같은 성격의 B클래스와 제품전략이 겹치기 때문에 형태 변화로 제품을 세분화 한 것이다. 그리고 벤츠는 소형 SUV GLA, 소형 4도어 쿠페 CLA를 콤팩트카 라인업에 포함했고, 고성능 AMG까지 품었다.

이어 2018년 벤츠는 또 한번의 새로운 콤팩트카 전략을 내놨다. 시장 경쟁자들도 유사한 전략을 폭넓게 사용하자, 또 한번 방향을 튼 셈이다. 선두에 선 차는 이번에도 A클래스다. 그런데 모습이 특이하다. A클래스에 세단이 들어온 것이다. 이 차를 미국 시애틀에서 시승했다.

◇ 벤츠다운 디자인은 무엇인가?…비율과 비례, 고급스러움

벤츠의 신차는 보통 비율부터 강조한다. A클래스 세단 역시 벤츠가 비율에 어떤 집착증을 가진지 알 수 있다. 이미 세단 스타일의 CLA가 있지만, A클래스 세단은 조금 더 정통 세단에 가깝다. 물론 최근 디자인 경향에 따라 쿠페룩을 갖고 있긴 하다. 판매간섭이 이뤄질 염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CLA의 최신 세대가 나와봐야 분명해질 것이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전면부는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A클래스 역시 CLS에서 디자인 영감의 단서를 얻을 수 있었는데, 신형도 마찬가지다. 헤드램프가 상당히 유사하다. 낮고 긴 보닛은 벤츠 뿐 아니라 최근 자동차 회사의 공통적인 디자인 작법이다. 그릴 중앙의 삼각별 엠블럼도 여전한 존재감이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측면부는 이전 3세대보다 선이 간결해졌다. 드로핑 라인으로 불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그린하우스(옆 유리창의 면적 전체를 이르는 말) 쪽으로 올려 붙었다. 사이드 미러를 벨트 라인에 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후면 디자인은 깔끔하다. 다만, 뒤로 가면 좁아지는 디자인 특성상 트렁크 도어가 좁아보인다는 느낌은 있다. 트렁크 도어 가운데 엠블럼과 양쪽의 제품명, 엔진명이 모여 붙어있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 이 외에는 만족스럽다. 특히 리어램프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차를 넓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실내는 완전한 변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3세대도 동급에서 최고 수준의 실내를 지향했으나, 신형 A클래스는 그 이상이다. 상위 차급과 맞붙어도 좋을 법하다. 조종석 위쪽을 무겁게 짓누르던 커버는 모두 걷어냈다. 대시보드의 모든 요소가 시각적인 단절 없이도 시선 이동이 가능하다.

◇ 벤츠의 디지털 전략…자동차와 운전자, 외부를 잇는 커넥티드 월드 구현

계기판에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까지 이어지는 듀얼 모니터 시스템(선택품목)은 벤츠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든 분야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그 방향성 말이다. 여기에는 혁신적인 인공지능(AI)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 토털 서비스 시스템(최대한 거창하게 불러주고 싶다)인 MBUX(Mercedes-Benz User Experince)가 들어간다. AI 딥러닝, 머신러닝 기능을 활용해 개인에 최적화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의 간단한 기능 조작은 물론, "사랑이 뭘까?"라는 철학적인 물음에도 AI 비서가 모두 반응한다. 근처의 유명 맛집을 예약하는 일과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팀의 경기 결과를 알 수도 있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MBUX는 네가지 제어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음성이다. ‘헤이 메르세데스’로 시스템을 호출하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음성이 표출된다. 시승이 이뤄진 미국 시애틀의 명물인 ‘스페이스 니들’로 경로를 물으면 시스템은 최적경로를 찾아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한다. 나머지는 모두 손으로 컨트롤 하는 것들이다. 첫번째는 스티어링휠의 버튼, 두번째는 터치스크린, 세번째는 센터콘솔의 터치패드다. 사용자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내비게이션은 단순 지도만 표시하지 않는다. 증강현실(AR)을 활용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상에 전방 카메라가 촬영한 앞쪽의 도로상황이 뜨면 이 화면 안에 경로와 교통신호, 좌회전 혹은 우회전까지 남은 거리 등이 나타난다. 평면 지도 상에 불분명하게 표시된 경로 정보가 조금 더 명확한 형태로 발전한 셈이다.

◇ 새 플랫폼은 진중한 역동성 보여…노면 소음은 다소 아쉬워

본격적인 시승은 시애틀 도심부에서 인근 소도시인 야키네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편도 A코스 156마일(251㎞), B코스 146마일(234㎞)을 달렸다. 신형 A클래스의 전반적인 동력성능을 경험하기 위해 일반도로와 고속도로가 적절하게 분배된 코스로 구성했다.

시승회에 준비된 A클래스 세단은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190마력을 내는 A 220 4매틱과 A 220이다. 최대토크는 30.6㎏·m이다. 두 차 모두 7단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했다. 서스펜션은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4매틱의 경우 복합 4링크(Complex 4-Link), 전륜구동 모델(A 220)은 토션빔을 사용했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엔진음은 상당히 억제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상 거의 엔진음이 들리지 않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간 익숙한 디젤 엔진이 아니라 가솔린 엔진인 덕분도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답게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러라고 불리는 소음 저감 시스템도 갖췄다. 엔진 소음과 동일 주파수의 소리를 실내 스피커에서 내뿜어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다.

3세대 A클래스는 스포티하지만 뻣뻣하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게 A클래스 세단 개발을 총괄한 요르그 바텔스의 설명이다. 따라서 신형은 뻣뻣한 반응은 줄이고 조금 더 진중하면서도 역동적인 거동이 가능하게끔, 그래서 벤츠의 최대 장점인 편안하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덕분에 변속 반응은 매우 매끄럽다. 7단이 다소 과하다는 평가도 있으나, 벤츠의 변속은 응당 이래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다는 게 요르그 총괄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가속과 감속에 있어 변속 충격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고, 매우 부드럽고 편안하게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시애틀의 외곽도로는 생각보다 노면이 거칠었다. 때문에 개선된 서스펜션 시스템이 잔진동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 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승의 목적이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간혹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데, 이번 시승에서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느낌은 "썩 괜찮다"였다. 굳이 토션빔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결국 서스펜션의 질감을 만들어 내는 건 특정한 기술력이라기 보다는 어떤 세팅을 해야하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벤츠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그러나 아쉬웠던 것은 소음이다. 풍절음보다 노면소음이 귀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유입됐다. 이는 노면 상황도 상황이지만 시승차에 끼어진 19인치 타이어 때문이었다. 외관의 멋을 선택할 것이냐, 조용한 실내를 선택할 것인가는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듯 하다.

역시 곡선과 직선에서 진지한 자세로 속도를 붙이는 A클래스 세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급하거나 저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직선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냈다. 미국의 속도위반 처벌은 한국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로에서 더 높은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모든 속도 구간에서 자연스럽고 적당한 실력을 보여줬다.

약간의 와인딩 구간에서도 도로를 잘 움켜쥐며 달려나갔다. 흔들림은 크지 않았으며, 도로를 꽉 움켜쥐면서 잘 돌아 나갔다.

가솔린 엔진의 높은 출력은 속도를 유지하는 힘이 돼줬다. 저속에서 중속, 고속에 이르기까지 힘은 균질했고, 페달 압력에 따라 차가 즉각 반응하는 것이 재미있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을 지원하는데, 각 모드에서 서스펜션의 변화는 없다. 스포츠 모드일 때 스티어링 휠과 페달, 기어 등이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에 맞게 변화한다.

◇ S클래스급 ADAS…자율주행으로 향하는 걸음

인상적인 것은 지능형주행보조장치, 벤츠에서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상당히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는데, 적응형 크루즈 콘트롤은 물론이고, 차선이탈방지, 차로유지보조장치 등도 꼼꼼히 제기능을 수행한다. 조건만 맞으면 고속도로, 일반도로 어디서든 부분자율주행을 가능케 한다.

여러 기능이 포함됐지만 자동차선변경 기능은 이 중 가장 신기한 시스템이다. 물론 10초 이내에 주변에 차가 한대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조건이 맞으면 차는 방향지시등을 넣는 것만으로도 차선을 변경한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선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A클래스 세단의 부분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S클래스와 동등하다는 게 요르그 총괄의 설명이다.

결국 A클래스 세단은 벤츠의 가장 작은 차, 또 새로운 고객을 위한 입문용차로서 어떻게 브랜드 경험을 쌓아줄 것인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다. 결국 이렇게 얻어진 소비자는 벤츠의 충성스런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 신형 A클래스 세단. / 벤츠 제공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A클래스는 목표에 상당히 부합하는 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단의 인기가 지금 현재로서는 SUV에 비해 적다고 해도, 그건 비율의 문제이지 세단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벤츠의 과감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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