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지부진한 애플 아이폰XR이 땡처리 수준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 최대 이통사인 NTT 도코모가 아이폰XR(64GB)을 72만원쯤 할인 판매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TT 도코모가 고가의 데이터 요금제와 신규가입 혹은 타 이통사 가입자의 번호이동(MNP) 조건으로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이어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아이폰XR. / 애플 제공
아이폰XR. / 애플 제공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12~18일 스마트폰 주간 판매 랭킹에서 아이폰XR은 4위에 머물렀다. 1~3위는 ‘아이폰8’ 시리즈가 차지했다. 1년전 출시된 구모델이 신모델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는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리는데, 아이폰XR 출시 후 기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웹레이지에 따르면 2016년 69.8%를 차지했던 아이폰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2018년 현재 43.9%까지 추락했다.

일본 매체 닛케이는 애플이 아이폰XR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20~25% 줄이는 대신 이전 모델인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 생산량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11월 12~18일 일본 시장 스마트폰 주간 판매 랭킹. / BCN 갈무리
11월 12~18일 일본 시장 스마트폰 주간 판매 랭킹. / BCN 갈무리
닛케이에 따르면, 애플은 2017년 모델인 아이폰8·8플러스에 대한 500만대 이상의 추가 발주를 했다. 애플은 4분기까지 아이폰8·8플러스를 2000만대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물량을 2500만대로 늘렸다.

애플의 아이폰8 집중 현상은 아이폰XR의 저조한 판매량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NTT 도코모는 아이폰XR 가격을 무려 72만원쯤 할인해 판매한다.

NTT 도코모는 26일 9만8496엔(98만원)에 판매하던 아이폰XR 64GB 모델을 2만5920엔(25만8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할인 폭은 7만2576엔(72만원)에 달한다.

애플과 NTT 도코모는 아이폰XR 할인 판매에 대한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 NTT 도코모 아이폰XR 할인은 상술에 불과?

IT매체 엔가젯재팬은 NTT 도코모의 가격 할인 판매가 ‘상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할인 폭은 8424엔(8만4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NTT 도코모는 10월 26일 일본 지역에 아이폰XR이 론칭되던 때부터 25일까지 아이폰XR에 ‘월별서포트(月々サポート)’라 불리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 보조금 제도는 단말기 구매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대신, 소비자는 이동통신사가 지정하는 요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0엔폰’ 등 단말기 가격을 공짜에 가깝게 맞추는 대신, 사용자를 특정 요금제에 가입시키는 상술로 이동통신 가입자를 확보해 왔다. 이번 NTT 도코모의 아이폰XR 할인도 피처폰 시절의 단말기 상술의 연장선인 셈이다.

엔가젯재팬에 따르면 NTT 도코모는 아이폰XR에 5만8968엔(59만원)의 단말기 구입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신규 가입자’와 타 이동통신사로부터 갈아타는 ‘MNP 가입자’이며, ‘24개월 약정’이 따라붙는다.

NTT 도코모는 보조금 외에도 ‘아이폰 데뷔 할인’이라는 할인 캠페인을 통해 8424엔(8만4000원), NTT 도코모 직영 온라인숍 구매자에 한해 5184엔(5만2000원)으로 할인 폭은 더 늘렸다.

보조금 5만8968엔(59만원)과 할인 캠페인 및 온라인숍 할인을 모두 더하면 7만2576엔(72만원)이라는 금액이 산출된다.

결국, NTT 도코모는 이미 적용되던 보조금 5만8968엔(59만원)을 미리 적용한 것 뿐이며, 캠페인으로 8424엔(8만4000원)을 할인했을 뿐이다. 온라인 할인 조건은 도코모 대리점에서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