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Echo)가 음성 녹음 데이터를 엉뚱한 사람에게 제공해 문제를 일으켰다.

21일(현지시각) 미국 IT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한 독일 이용자는 에코에게 자신의 녹음 데이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정작 에코는 해당 이용자의 기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녹음 데이터 1700건을 제공했다.

더버지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인 유럽 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일반 법률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 의해 EU 지역 거주자는 기업이 수집한 자신의 개인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기업에 요청해 받을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서버에 이용자의 모든 음성 데이터를 복사해두며,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확인 후 삭제할 수 있다.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닷. / 아마존 갈무리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닷. / 아마존 갈무리
이번 소식을 처음 보도한 독일 매체 씨티(c’t)에 따르면 1700건의 데이터에는 에코를 이용한 다른 사람들의 여러 음성 데이터가 남아있었다. 이 중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를 구동하고 집 온도를 조절했던 기록을 포함, 한 남성이 자신의 배우자와 대화를 나누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마존은 "인간의 실수로 일어난 불행한 사례"라며 "해당 문제를 해결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코가 기록한 음성 데이터가 유출된 사건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더버지에 따르면 에코는 지난 5월 미국 포틀랜드 지역에 사는 한 여성과 그의 남편 간 대화를 녹음한 뒤 남편의 동료에게 이를 보내는 ‘오류’를 저지른 바 있다. 당시에도 아마존은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비율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해명했다.

더버지는 "우리의 침실이나 욕실에 편하게 놔둔 스피커가 누군가에게 정보를 무심코 보낼 수 있고 누군가 나의 목소리를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