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자컴퓨터에 관해 많은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조만간 실제 활용된다는 예상도 있고 그러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양자컴퓨터가 컴퓨터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주장들 사이에서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 미국 학술원(National Academies)은 ‘양자컴퓨터 발전과 전망(Quantum Computing: Progress and Prospects)’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양자컴퓨터의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평가가 담겼다. 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보고서는 양자컴퓨터를 3가지 종류로 구분했다.

디지털컴퓨터의 데이터가 비트에 기반하는 것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quantum bit)가 기본단위다. 첫 번째는 아날로그 양자컴퓨터로 큐비트를 직접 조작해 연산을 수행한다.

디지털컴퓨터 연산은 비트를 직접 조작하는 것보다 앤드(AND), 오어(OR), 낫(NOT) 등 논리게이트(logic gate) 단위로 수행된다. 이와 유사하게 양자게이트(quantum gate) 단위로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이 디지털 NISQ(Noisy Intermediate Scale Quantum)컴퓨터다. 여기에서 하나의 양자게이트는 여러 개 큐비트로 구성된다.

양자컴퓨터는 디지털컴퓨터보다 잡음 문제가 심각해 문제 종류 및 규모가 제한된다. 오류수정(error correction)을 통해 안정화된 양자게이트에 기반한 형태가 ‘완전히 오류 수정된 양자컴퓨터(fully error corrected quantum computer)’다. 하나의 안정화된 양자게이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양자게이트가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형태의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완전히 오류수정된 양자컴퓨터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D-Wave 시스템 2000Q 양자컴퓨터. / D-Wave 시스템 제공
D-Wave 시스템 2000Q 양자컴퓨터. / D-Wave 시스템 제공
아날로그 양자컴퓨터 예는 캐나다 D-Wave 시스템이 128큐비트 제품을 2011년 생산했고, 현재 2048큐비트 제품을 구글, 미항공우주국(NASA),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에 판매했다.

아직 초기이지만 디지털 NISQ 컴퓨터 예는 ‘IBM Q’가 있다. 현재 20큐비트로 단순한 양자게이트를 구성할 수 있다. CPU에 해당하는 양자칩은 인텔이 49비트, IBM이 50비트, 구글이 72비트 칩 개발에 성공했다.

IBM Q 양자컴퓨터 / IBM 제공
IBM Q 양자컴퓨터 / IBM 제공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주요기술은 및 현황은 다음과 같다.

(1) 잡음제어
두 개 큐비트를 이용한 단순한 연산도 오차율이 현재 수 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잡음 문제가 심각하다

(2) 오류수정
잡음제어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고 해도 완전제거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오류수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오버헤드다. 현재 기술로는 안정화된 큐비트 하나 구현에 무려 수만 개의 물리적인 큐비트가 필요하다.

(3) 데이터입력
양자컴퓨터로 계산을 수행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큐비트에 입력해야 한다. 현재 효율적인 데이터 입력방법이 없어 데이터가 많은 경우 그 입력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4) 알고리즘
디지털컴퓨터에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양자컴퓨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에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은 아직 초기단계다.

(5)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 라이브러리, 디버깅 도구 등 분야에서 노력이 진행되지만 현재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준은 50년대 디지털컴퓨터 수준과 유사하다.

3가지 형태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되기 위한 주요 이정표들이 ‘양자컴퓨터 로드맵’으로 정리되어 있다. 현재 기술은 로드맵의 맨 아랫 단계에 있는 A1 및 G1에 머물러 있다. (출처: 미국 학술원 "양자컴퓨터의 발전과 전망" 보고서)

이러한 기술적 문제와는 별개로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기 위해선 디지털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는 실질적인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해결하는 상황인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 성능을 넘어서는 현상)’에 도달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시간은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자금, 주요 기술적 문제 해결속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킬러앱(killer app) 등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

이런 이유로 보고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기 보다는 주요 이정표가 포함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기술 진보와 비교하면 양자컴퓨터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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