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 “노하우만 가져오세요, 주방은 저희가 책임집니다"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입력 2019.01.13 09:01
서울 강남 역삼동 한복판에 위치한 공유주방 ‘심플키친’ 1호점. 심플키친이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각종 주방용품이 가득한 9개의 부엌이 펼쳐진다.

지난 7일 방문한 심플키친 1호점에는 각각의 주방마다 입점한 업체들이 식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드는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저기서 ‘띵동’하는 소리가 배달 앱을 통해 음식 주문이 접수됐음을 알렸다.

공유주방은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서비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공유주방은 주방기기와 설비를 모두 갖춘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심플키친은 특히 배달 음식점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주방 공간과 시설을 빌려주고, 통신비나 보험 같은 각종 유지비와 배달 서비스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외식 창업을 더욱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심플키친은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공유주방 플랫폼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해외 생활을 경험한 임태윤 심플키친(26) 대표는 ‘한식 마니아’다. 해외 생활 중에도 하루 한 끼는 무조건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 애정을 갖고 외식 사업에 뛰어든 이유기도 하다.

음식을 혼자 만들어먹는 데 익숙했던 임 대표는 많은 양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조리’ 영역에는 스스로 소질이 없다고 느꼈다. 조리를 잘하는 누군가와 손 잡고 효율적으로 공간과 서비스를 나눠 쓰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2018년 3월 한국에 첫 공유주방이 탄생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 / 하순명 기자
다음은 임태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심플키친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배달 특화 공유주방을 만든 이유가, 음식점을 창업한 분들이 초기 투자비용과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해서 운영하려는 취지였다. 음식점을 효율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심플(Simple)’키친이라고 붙였다."

(2018년 5월 심플키친은 역삼점에서 첫 문을 열었다. 오는 3월 초까지 송파점, 삼성점, 화곡점 등 네 개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증권사 인턴 출신인데, 금융업에 관심이 있던 것 아닌가. 외식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숫자에도 눈이 밝은 편이다. 증권사 일에 관심을 갖게 된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매출이나 이익 등을 흐름에 따라 살피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턴으로 일해보니 그런 일이 많지 않았다.

현금 흐름을 알고 싶으면 커피라도 직접 한 잔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이 왜 물건을 좋아서 사고 매출이 생기는지, 시장을 두고 업체 간 어떻게 경쟁하는지 알고 싶었다. 제가 살던 동네에 한국 음식점이 없어서 요리를 직접 하는걸 좋아하게 됐고, 외식산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비교적 준비 과정이 간단한 편이기도 하다. 처음엔 그래서 푸드트럭도 해볼까 생각했다.

다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외식업계 자체가 레드오션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제 경우만 보더라도 요리는 좋아해도 고급 재료만 쓰고 과정을 즐기면서 천천히 오래 만든다. 근데 사업화하려면 조리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사업 아이템을 찾다보니 미국의 ‘버추얼 키친’이라는 용어가 눈에 띄었다. 심플키친이 추구하는 배달 전문 공유주방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30평 정도의 주방 하나를 두고 한 셰프가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며 음식을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이건 업계에서는 ‘고스트 키친’이라는 용어로도 부른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여러 사람을 공동주방에 입점시켜 협업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한국은 특히 배달 시장이 커지고 있어, 배달에 초점을 맞춘 공유주방 사업은 한국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심플키친의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월 16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공간과 주방설비를 대여하고 마케팅, 각종 업무 지원 등을 제공한다. 지점마다 주방 크기가 조금 달라 비용은 차이가 있다.

업체 등록도 도와준다. 음식점을 창업하려면 관계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나 자격 요건 등이 많아 까다로울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심플키친이 대행하니, 점주들은 음식 만드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 계약은 1~2년 단위로 이뤄진다.

심플키친에 입점하면 개별 단위로 창업했을 때보다 식자재 비용이나 배달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심플키친 차원에서 배달 업체, 유통 업체와 서비스 계약을 맺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협력업체는 ▲바로고 ▲배달의 민족 ▲우버이츠 ▲대상 베스트코 ▲요기요 ▲한솔요리학원 등이다."

심플키친 역삼1호점에 입점한 한 업체의 주방. / 심플키친 제공
―공유주방 사업이 자영업의 폐업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실제로 심플키친에 입주한 업체의 성공 사례를 소개해달라.

"하와이안 샐러드 전문점인 서울포케라는 업체가 있다. 2018년 6월에 입점했다. 처음 입점할 때부터 워낙 준비를 잘해서, 6개월 안에 월 매출 1500만원은 달성할 거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 업체는 입점 5개월 만에 2000만원을 달성했다. 입점 업체 중에서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사례 중 하나다. 3개월 만에 월 매출 4000만원을 달성한 야식업체도 있다."

―한국 요식업 시장이 포화상태라, 왠만해선 뛰어들지 말라는 말이 있다. 포화된 요식업에 새롭게 진출했는데도 성과를 내는게 가능한가.

"입주신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다 받지는 않는다. 사업 준비가 많이 돼 있는지, 경험이 있는지 등을 검증한다. 그래서 입주 업체 중에는 이미 가게를 운영 중인 분들이 많다. 가게 확장을 위해 입점하는 사례다. 물론 모든 업체들이 다 경험자는 아니다. 또한 업주가 팔겠다는 음식이 인근 상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메뉴인지도 꼼꼼히 확인한다.

준비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협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음식점 해볼까 싶은데 레시피도 준비해주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다. 저희는 운영 노하우까지 도와드리지는 않는다."

―입점 업체의 음식은 따로 맛보거나 하지는 않으시나.

"저희와 계약을 맺은 뒤 실제 영업을 시작하기 전 한 달 간의 준비 과정을 갖는다. 이 기간 중에 저희 쪽 전문가가 음식을 먹어보고 조언하기도 한다. 계약 후 가게 오픈 전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갖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임대료는 안 받는다."

―심플키친이 새로 지점을 오픈하려는 곳들이 부동산 가격이 높은 곳들인데. 사업 초기에 투자한 비용도 꽤 높을 것 같다.

"그래도 강남 지역은 다른 곳보다 배달 음식 수요가 높은 편이다. 1인 가구도 많고 소비력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의 배달 음식 가격은 7~8000원 정도 선인데, 이 지역은 8~9000원 선이다.

삼성점이나 오픈 예정인 지점들도 그 지역 내에서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은 입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배달 전문 외식업체이기 때문에 입지 자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강남 지역에는 지하에 공실이 많다는 점도 임대료를 아낄 수 있는 지점이다."

임태윤 대표가 지난 7일 심플키친 역삼1호점에서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하순명 기자
―한국에 없는 사업 모델이다보니 처음에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직 그렇게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은 없었다. 다만 사업 초기에 간과했던 점이 있긴 하다. 점주들이 원하는 것과 제가 생각한 게 조금 달랐던 거다.

공유오피스는 사무실 시설과 인테리어가 잘 갖춰진게 중요하지 않나. 공유주방 사업을 시작하면서 10~20만원을 더 받더라도 공유오피스처럼 보다 좋은 시설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외식업계가 워낙 수익 내기가 힘들다보니, 점주들은 시설은 어느 정도 기본만 갖추면 얼마나 더 비용을 덜 들이느냐를 중요시했다. 점주들이 공유주방 입점을 통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들이 오프라인 음식점 중심으로 시행 중일 것 같다. 공유주방과 같은 새로운 외식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존 법 체계와 충돌은 없었나.

"다른 공유주방은 입주한 업체 별로 주방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지어 놓지 않았다. 사업장은 여러 개인데 공간이 하나이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저희는 각 사업장인 주방들이 벽으로 나뉘어있다는 점에서 기존 푸드코트와 다를 게 없어 딱히 기존 법 체계와 충돌될 건 없다."

―외식업계가 포화된 만큼, 공유주방 사업에도 너도나도 뛰어들지 않을까. 실제로 우버이츠도 국내 진출 준비 중이고, 각종 공유주방 사업자가 등장하고 있다. 공유주방 시장도 레드오션 아닌가.

"사업하면서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심플키친 사업 모델이 간단하고 누구나 생각했을 법하다는 거다. 하지만 해본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사업이다. 외식산업에 대한 노하우와 인력, 비용 등이 갖춰져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심플키친이 업계 선두주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메리트는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요즘 공유주방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공유주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는데만 시간을 많이 썼다. 이제는 우리가 공유주방 플랫폼이라고만 소개해도 10명 중 다섯 명은 이미 알 정도로 많이들 찾고 있다. 한국에선 매년 18만 개의 음식점이 새로 생긴다. 배달 음식점만 1만8000개인데, 궁극적으로는 3년 내에 이 1만8000개가 공유주방을 통해 창업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지점 추가 오픈 이외에 확대 계획인 서비스가 있나.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다. 2020년까지 동남아 시장 진출이 목표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배달 음식 시장 자체가 크진 않지만 성장세가 워낙 빠르다. 한국 문화와 음식에 관심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한 국가에 심플키친 하나만 오픈해도 10개의 한국 음식점이 한 번에 들어서게 되는 효과가 있다. 국내 창업 뿐만아니라 해외 진출도 간편하게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