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노조 탄압을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카이스트 측은 이를 부인하며 진실공방 양상이 펼쳐진다.

카이스트. /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 카이스트 제공
공공연구노동조합(이하 연구노조)은 11일 최근 해고된 카이스트 기간제 노동자의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카이스트는 2월 28일 신소재공학과 위촉기술원 이 모씨와,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원 서 모씨 등 기간제 노동자 두 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각각 연구노조 카이스트 비정규직지부 여성부장과 부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카이스트 측은 계약기간이 끝나 이들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지만, 연구노조 측은 노조탄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노조에 따르면 해고된 이 모씨는 재료공학과 시절부터 신소재공학과까지 21년 동안 장비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해왔다. 20년 동안 전일제로 1년 단위 계약을 했다가 최근 부서 팀장의 강요로 6개월 쪼개기 계약을 했다. 이후 쪼개기 계약 기간은 4개월, 2개월로 줄었다.

여성인 이 모씨는 출산휴가를 다녀온 후 해고의 빌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해고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쪼개기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신소재공학과 측은 장비의 자율사용 증가와 노후화를 빌미로 전일제 계약자와의 계약을 시간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연구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이 장비 노후화 등 재정적 이유를 해고 사유라고 했지만, 과거 내부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재정적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0년 넘게 근무해온 이씨는 우수 직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노조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서 모씨 역시 노조에 가입한 이후 부지부장에 대한 부팀장직 사퇴와 노조 탈퇴 요구, 행정팀의 노조탈퇴 종용, 가입 시 불이익 발언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연구노초 측은 해고를 막기 위해 연구원장과 면담도 했지만, 다른 해고 사유를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노조에 따르면 서 모씨는 2월 28일자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 노동자 15명 중에서 유일하게 재계약을 거부당한 인물이다. 서 모씨와 동일한 업무(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거쳐 2018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카이스트 측은 연구노조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카이스트 한 관계자는 "노조활동을 방해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 (해당 직원을) 해고를 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사정에 의해 (계약 만료를) 진행한 것이다"며 "전일제에서 시간제로의 계약변경을 권했으나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오퍼레이터(장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장비의 희소성과 장비운용률이 떨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관리자의 역할도 줄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