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내 자동차 업계에 무게감 있는 신형 세단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SUV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결국 파괴력 있는 세단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형 쏘나타의 사전계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때 ‘국민차’로 불리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상위 차급에 적용하던 고급 편의·안전 품목을 대거 탑재하고, 새로 개발한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2018년 11월 쉐보레 말리부 부분변경을 출시한 한국지엠 역시 다시 한 번 말리부 알리기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제네시스의 경우 올해 준비 중인 신차 중 브랜드 최초 SUV GV80에 여론의 관심이 쏠렸지만, 하반기 출시 예정인 주력 세단 G80의 완전변경차가 올해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월 출시를 앞둔 현대차 신형 쏘나타. / 현대자동차 제공
3월 출시를 앞둔 현대차 신형 쏘나타. / 현대자동차 제공
수입차 역시 올해 초부터 신형 세단 출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1월 푸조는 대표 세단 508의 완전변경차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캐딜락도 3월 플래그십 CT6의 완전변경을 소개했다. 올해 반등을 노리는 아우디 역시 플래그십 A8을 비롯해 주력 세단 A6 등의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SUV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SUV 인기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2월 국내 신규등록된 승용차(세단, SUV 포함)는 10만516대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SUV 판매대수는 3만9253대로 11.6% 늘었다. 전체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SUV는 두자릿수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캐딜락이 올해 첫 신차로 선보인 플래그십 세단 리본 CT6. / 캐딜락코리아 제공
캐딜락이 올해 첫 신차로 선보인 플래그십 세단 리본 CT6. / 캐딜락코리아 제공
그럼에도 전체 판매 점유율은 여전히 세단이 앞선다. 2월 외형별 신차등록 대수는 세단 4만2882대, SUV 3만9253대, 해치백 7909대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세단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신규등록이 17.7% 감소했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SUV 성장세가 일부 신차의 선전에 의지한 점도 눈에 띈다. 2018년 2월 출시된 현대차 3세대 싼타페의 경우 올 2월 6776대 신규 등록됐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101.3%에 달한다. 현대차 대형 SUV 펠리세이드의 경우 5000대 이상의 신규수요를 창출했다.

반면 세단의 대체제로 주목 받던 소형·준중형 SUV의 경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쌍용차 티볼리가 3월 3083대 판매돼 11.7%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뿐 현대차 코나(2040대, -40.3%)와 투싼(2597대, -6.6%), 기아차 스포티지(2426대, -6.5%) 등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는 SUV들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차종으로 여전히 세단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쌍용차나 지프, 랜드로버 등 일부 특화 브랜드를 제외하면 다수의 종합 자동차 제조사들의 성패는 주력 세단의 성공 여부와 직결해 있다는 것. 여기에 한 때 시장의 집중 조명을 받던 일부 SUV들이 제품 노후화에 따라 파괴력이 떨어진 시점에 국내외 브랜드의 주력 세단 제품 교체주기가 절묘하게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신형 플래그십 세단 CT6를 출시한 캐딜락코리아 관계자는 "SUV 제품군의 인기가 지속되고, 캐딜락 역시 SUV 판매가 증가하지만 세단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며 "고급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차종은 대형 세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신형 쏘나타는 각종 첨단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해 도로 위의 풍경을 바꿀 미래지향적 세단"이라며 "신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결합된 현대차 최초의 모델로서 완전히 새로워진 주행성능 및 뛰어난 안전성을 선사할 것"이라며 신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