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팟(AirPods)’을 시작으로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휴대폰 제조사는 물론이고 오디오 전문 브랜드들도 잇따라 신제품 및 후속 제품을 선보이면서 피할 수 없는 정면 대결을 펼친다.

애플이 2016년 첫선을 보인 에어팟은 목걸이 형태의 제품이 주류였던 무선 이어폰 시장에 ‘완전 무선’ 바람을 불러왔다. 몸에 걸리는 부분 없이 귀에만 장착해 착용감과 편의성에서 호평을 받으며 무선 오디오 시장의 새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왼쪽)와 애플 2세대 에어팟. / 삼성전자, 애플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왼쪽)와 애플 2세대 에어팟. / 삼성전자, 애플 제공
삼성의 ‘기어 아이콘X’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로 비슷한 형태의 완전 무선 이어폰 제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왔다. 디자인이나 음질 등에서는 에어팟보다 우수한 제품도 꽤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애플 제품에 최적화한 에어팟과 비교해 편의성, 사용 시간, 응답속도 등에서 밀리면서 거의 2년여간 에어팟 독주가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 판매량은 약 4600만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76%인 약 3500만대가 에어팟인 것으로 나타났다.

◇ 2019년 ‘타도 에어팟’ 외치는 경쟁사들

올해 상황은 다르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기능과 성능, 디자인 등을 개선한 완전 무선 이어폰 신제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타도 에어팟’을 외쳤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HARMAN)은 산하의 JBL 브랜드로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완전 무선 이어폰 ‘언더아머 플래시’, ‘인듀어런스 피크’, ‘프리엑스’ 3종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삼성 역시 ‘기어 아이콘X’ 시리즈의 후속작이자 3세대 모델인 ‘갤럭시 버즈’를 최근 선보였다. 하만 산하 AKG의 기술력으로 더욱 개선한 음질, 에어팟보다 더 긴 사용시간을 제공한다. 가격은 에어팟보다 저렴하게 출시됐다. 에어팟에 앞선 무선 충전 기능과 다양한 색상까지 갖춘 갤럭시 버즈는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의 사전예약 구매자에게 무료로 증정돼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사진)를 비롯한 대다수 완전 무선 이어폰은 주로 에어팟에 없는 특징들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사진)를 비롯한 대다수 완전 무선 이어폰은 주로 에어팟에 없는 특징들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일본 고급 오디오 브랜드 오디오테크니카도 지난해 출시한 ‘ATH-CKR7TW’에 이어 이번에 생활 방수 기능을 갖춘 ‘ATH-SPORT7TW’을 선보이며 완전 무선 이어폰 라인업을 강화했다. 소니, 젠하이저 등 도 지난해 말 각각 ‘WF-SP900’과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등 완전 무선 이어폰 제품들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원도 지난 2월 ‘CX5’을 선보이는 등 국내 오디오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2세대 에어팟’으로 맞불 놓은 애플

애플도 20일 소문만 무성한 에어팟 2세대 모델을 발표했다. 고유의 ‘콩나물’ 디자인과 화이트 단일 색상은 그대로지만, 애플이 새롭게 개발한 ‘H1’ 칩을 탑재해 기기 전환속도는 최대 2배, 통화 연결 시간도 최대 1.5배 빨라졌다. 터치하지 않고 음성비서 시리(Siri)를 호출하며, 응답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에어팟 본체의 연속 사용 시간은 약 5시간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배터리 케이스를 사용한 최대 사용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고속 충전 기능은 여전히 지원하지 않지만 무선 충전 기능을 추가해 편의성도 높였다. 국내 기준으로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던 가격은 일반 충전 모델만 19만9000원으로 전작보다 2만원가량 저렴해졌다. 무선 충전 모델은 24만9000원으로 좀 더 비싸다.

2세대 제품(사진)을 포함한 애플 에어팟의 최대 장점은 우수한 ‘편의성’이다. / 애플 제공
2세대 제품(사진)을 포함한 애플 에어팟의 최대 장점은 우수한 ‘편의성’이다. / 애플 제공
2세대 제품을 포함한 에어팟과 경쟁사 신제품들을 비교하면 여전히 ‘편의성’과 ‘음질·디자인·부가기능’의 대결 구도다. 에어팟은 케이스 뚜껑만 열면 가장 가까운 아이폰이나 맥(Mac) 등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편의성이 최대 장점이다. 우수한 통화 품질, 경쟁사 제품 대비 작은 크기와 그로 인한 높은 휴대성, 좀 더 긴 사용 시간과 낮은 지연시간 등은 지금껏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을 휘어잡은 에어팟의 성공 비결이다.

실제로 에어팟의 편의성 때문에 애플 제품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디자인과 기능이 크게 변하지 않은 이번 2세대 제품도 이러한 특징과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전망이다.

반면, 에어팟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디자인과 사운드 음질, 착용감, 부가 기능 면에서 경쟁사 제품들이 우위에 있다. 대다수 제품이 이어폰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커널형 디자인을 채택해 더 나은 착용감과 음질을 제공한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디지털 액세서리’로서의 가치도 훨씬 높다.

특히 멀티페어링, 생활방수, 고속충전, 다양한 색상 등 에어팟에 없는 다양한 부가기능과 특징은 에어팟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약점이었던 연결 편의성과 사용 시간, 응답시간 등도 후속 제품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히 개선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서 유선 이어폰/헤드셋 연결을 위한 오디오 단자는 퇴출 분위기다. 기술 발달로 무선 이어폰/헤드폰 제품들의 성능과 음질이 유선 제품을 따라잡기도 했지만, 오디오 단자만 제거해도 ▲더욱 깔끔한 외관 디자인 ▲좀 더 대용량의 배터리 ▲고장 및 파손 위험의 감소 등 다양한 장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 번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면 그 편리함 때문에 다시 유선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음질에 민감한 사운드 마니아나 전문가, 업계 관계자가 아닌 이상 무선 이어폰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타도 에어팟’을 외치는 경쟁사들이 압도적인 점유율 차이를 당장 뒤집기가 쉽지는 않다. 에어팟 아성은 여전히 견고하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에어팟이 2세대 제품을 포함해 지난해의 2배에 가까운 약 60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다. 경쟁사들도 기존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더욱 강화한 만큼 올해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에어팟 시리즈 독주가 이어질지, 아니면 경쟁사 제품들이 치고 올라와 군웅할거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