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프라모델 제조사 아카데미과학이 창립 50주년 기념상품으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을 선보였다. 30·40세대 추억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이 모형 상품은 3월 26일 한정판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안 돼 동나는 등 그 인기를 입증했다.

아카데미과학이 프라모델로 만든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의 본래 이름은 ‘뉴 갓 피닉스’다. 1978년작 TV 애니메이션 ‘과학닌자대 갓챠맨2’을 통해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뉴 갓 피닉스는 전작의 전투기 형태를 갖춘 ‘갓 피닉스’와 달리 독수리 모양으로 디자인이 바뀐 것이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타츠노코에 따르면 뉴 갓 피닉스는 다섯 대의 G메카닉을 수납하는 대형 전투기인 만큼 기존 갓 피닉스 대비 두 배 더 큰 ‘320미터' 크기에 1만1400톤의 무게를 지녔다. 전투기는 최대 마하5의 속도로 공중을 누비며, 수중은 물론 우주공간에서도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설정이다.

아카데미과학에 따르면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을 한국에 첫 출시한 것은 ‘1979년'이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방송국인 동양방송(TBC)을 통해 애니메이션 독수리오형제가 소개됐다.

한국 출시일 1979년을 기점으로 무려 40년만에 리뉴얼돼 세상에 다시 등장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은 기존 상품보다 큰 길이 기준 30㎝ 크기에 멀티컬러파트(MCP) 방식으로 제작돼 따로 색을 칠하지 않고 기본 조립만으로도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의 기본 색상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LED모듈로 버니어와 내부 활주로 등에서 빛을 내게 할 수 있고, ‘불새 파츠'로 불새가 돼 날아가는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선구 아카데미과학 디자인1팀 개발 부장. / 김형원 기자
이선구 아카데미과학 디자인1팀 개발 부장. / 김형원 기자
리뉴얼 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을 만든 인물은 아카데미과학에서 20년 넘게 프라모델을 개발한 이선구 부장이다.

이선구 아카데미과학 디자인1팀 개발 부장은 2009년 35분의 1스케일 ‘K1A1 전차’를 필두로 ‘메르카바 전차', ‘K9 자주포', ‘K2 전차' 등 프라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선구 부장이 만든 K1A1 전차 프라모델은 국내 시장에서만 누적 10만개가 판매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아카데미과학 창립 50주년 기념 상품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 시제품. / 김형원 기자
아카데미과학 창립 50주년 기념 상품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 시제품. / 김형원 기자
이선구 부장에 따르면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리뉴얼 버전 제작 결정은 2017년말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 상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회사는 과거 히트 상품 중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다시 만들어도 의미가 있는 상품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으로 선택했다.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리뉴얼을 강하게 추진한 인물은 김명관 아카데미과학 대표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에 1979년판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을 패키지째 보관하고 있을만큼 해당 프라모델과 모형 상품에 대한 애착이 깊다.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한정판에 포함된 홍일점 여성 대원 ‘수나(시라토리 쥰)' 레진 피규어도 김 대표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 부장에 따르면 김 대표는 50주년 기념 상품이 이제까지 아카데미과학을 지탱하게 해준 소비자들에 대한 선물의 의미를 담아 피규어를 제작했다.

주인공 켄이 아닌 여성 히어로 시라토리를 소재로 피규어로 만든 이유는 독수리오형제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 30~40대 성인 남성이기 때문이다.

시라토리 피규어를 포함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타츠노코의 감수를 받아 제작했다.

◇ 1979년 아카데미과학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금형은 ‘원본'

이선구 부장에 따르면 아카데미과학이 1979년 생산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은 당시 일본에서 제작됐던 ‘원본 금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저작권 개념이 없던 1970년대 당시 한국에서 원작사인 타츠노코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작된터라 많은 사람들이 일본 프라모델을 복사해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카데미과학은 1970년대 당시 ‘서니(サニー)'라는 일본 모형 기업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니가 파산하자 아카데미과학은 서니가 보유하고 있던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 제작에 필요한 원본 금형을 입수한다.

문제는 해당 금형이 현재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카데미과학은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모형 상품의 금형을 2000년 초반 전량 폐기했다.

이 부장은 "금형 폐기 당시 아카데미과학은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금형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원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뉴얼 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 키트에는 총 8장의 부품 런너와 데칼, 스티커 등이 포함됐다. / 김형원 기자
리뉴얼 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 키트에는 총 8장의 부품 런너와 데칼, 스티커 등이 포함됐다. / 김형원 기자
아카데미과학은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을 아예 새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선구 부장은 "50주년 기념상품인 만큼 타 회사가 만든 동종 상품은 일절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부장에 따르면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 제작은 백지 상태부터 시작했다. 전차처럼 실물이 없기 때문에 프라모델 제작을 위해 1978년에 일본 현지 방영됐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당시 그려진 일러스트를 참고해 3D 모델을 제작했다. 3D모델링 작업에는 5개월이 걸렸다.

리뉴얼 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은 1979년에 등장했던 모형 상품과 비교해 크기가 커지고 디테일이 세밀해진 것이 특징이다.

리뉴얼 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은 1979년 버전 키트 대비 크기가 커지고 세부 디테일이 강화됐다. / 김형원 기자
리뉴얼 된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프라모델은 1979년 버전 키트 대비 크기가 커지고 세부 디테일이 강화됐다. / 김형원 기자
아카데미과학은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리뉴얼 버전을 위해 총 8개의 금형판을 제작했다. 모형 업계에 따르면 금형 제작 비용은 판당 1000만원~3000만원쯤이다. 이선구 부장은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리뉴얼 버전 개발에 2억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작다고 평가받는 국내 모형 시장 규모로 볼때 과잉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작은 시장에서 2억원을 투자했지만 프라모델 키트 가격은 3만8000원으로 낮은 편이다.

이선구 부장은 회사가 적자를 각오하고 투자한 이유에 대해서 "50주년 기념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김명관 대표는 독수리오형제 사령선 리뉴얼 버전이 50년간 아카데미과학을 사랑해 준 소비자들에 대한 작은 선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카데미과학은 창립 50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을 일본 등 국외 시장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독수리오형제가 탄생한 일본 시장에서는 모형 전문 기업 ‘도유샤'가 유통을 맡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