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가격 논란이 뜨겁다. 한 외국계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타이어 가격 안정을 위해 권장소비자 가격제(이하 권장가격제)를 채택한 가운데 정부와 국내 타이어 업계가 동조하지 않으면서 파장이 어느쪽으로 튈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 타이어 1위 미쉐린타이어가 5월부터 권장소비자 가격제도 시행에 돌입했다. 미쉐린타이어는 타이어 가격에 대한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조치 일환으로 권장소비자 가격제도를 시행했다. 이주행 미쉐린코리아 사장은 "소비자들이 정확한 타이어 가격 정보를 바탕으로 타이어 구매 시 단순히 가격을 넘어 제품의 성능,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미쉐린타이어는 2019년 5월부터 권장소비자가격제를 도입했다. / 미쉐린타이어 제공
미쉐린타이어는 2019년 5월부터 권장소비자가격제를 도입했다. / 미쉐린타이어 제공
그러나 국내 타이어업체들은 타이어 권장소비자 가격제는 자칫 담합으로 여겨질 위험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같은 입장으로 미쉐린타이어 정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해진다.

이같은 주장 배경으로 과거 사례를 예로 든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 1998년과 2005년 타이어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998년 이전 타이어업체들은 출고가격, 대리점 가격, 소비자 권장가격 등을 고지했다. 그러나 1998년 공정위의 담합 지적 후 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국산 브랜드들은 대리점 등에 공장도 가격을 공개하고, 판매자들은 이 공장도 가격을 기반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한다.

국산 타이어업체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가격을 ‘권장'하게 되면 그 자체가 판매사측에 특정 가격을 지키라는 압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타이어 가격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지만, 담합 부분은 상당히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에 (권장소비자 가격 등 소매가 고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타이어측은 권장소비자 가격제가 제조사측의 횡포로 비춰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타이어 가격이 워낙 유통 채널별로 천차만별인 만큼, 제조사가 믿을만한 가격 기준을 제시해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미쉐린타이어 관계자는 "유통사들이 권장가격을 무조건 지켜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타이어 구매 시 본인이 선택한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라며 "판매사의 재량으로 가격할인 정책을 펼칠 수도, 금액을 더 받더라도 다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를 꾀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가격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리점, 직영점, 온라인 등 유통채널마다 가격차이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면 정가제 도입 시 가격 담합의 우려가 있다. 타이어업체가 권장 소비자가격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시행령 중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를 금지한 항목 중 타이어는 포함돼있지 않아서다. 그러나 사업의 양태와 특수성에 따라 공정위는 개별적으로 담합 등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는 것이 타이어업계 설명이다.

현재 정부의 입장도 권장소비자 가격보다 유통사간 경쟁에 의한 자율가격제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관련 ‘온라인 등 타이어 판매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타이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타이어 제조사가 ‘권장소비자 가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자체로 담합혐의를 받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시장에서 제공되는 가격정보가 중요하며, (공정위는) 시장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를 단속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조사가 임의로 제시하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현재 타이어는 다양한 유통 과정을 거쳐 판매되는데, 판매사간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효과를 (가격 기준에 대한 소비자 혼란이라는 부정적 요소보다)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