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가 사내벤처와 스핀아웃 등 방식을 활용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 육성에 꽂혔다.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신사업 역량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키거나 사내 유망 ICT 기술을 독립시켜 사업화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은 임직원 제안으로 개발한 솔루션의 사업화를 이미 추진했고, 사내 유망 기술을 스핀아웃해 글로벌 ICT 유니콘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KT는 1990년대 말부터 사내벤처를 육성해 유망기업 탄생의 뿌리를 다졌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사내벤처 1호 서비스를 출시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왼쪽 다섯 번째),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왼쪽 네 번째)과 테크이노베이션그룹 구성원이 스타게이트 프로그램 출범을 알리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왼쪽 다섯 번째),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왼쪽 네 번째)과 테크이노베이션그룹 구성원이 스타게이트 프로그램 출범을 알리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 SKT, ‘스타트앳’ 이어 유망 기술 키우는 ‘스타게이트’ 열어

SK텔레콤은 2018년 10월 삼성서울병원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유전체 분석 효율화를 위한 지능형 솔루션 개발'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은 머신러닝·압축저장기술 등 AI 기술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삼성서울병원에 제공한다.

SK텔레콤 측은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할 경우 유전체 분석에 드는 시간을 현재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솔루션 개발은 SK텔레콤 직원이 자발적으로 제안해 사업화가 결정된 '스타트앳' 프로젝트의 첫 사례다. 스타트앳은 SK텔레콤이 사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2017년 12월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SK텔레콤은 또 3월 말부터 사내 유망 기술을 스핀아웃해 글로벌 ICT 유니콘을 육성하는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핀아웃은 기업의 일부 기술 또는 사업을 분리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 ICT 기업 구글이 기술 기반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과 유사하다.

SK텔레콤은 2020년까지 3개 기술을 스핀아웃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 시킬 예정이다. 시장으로 나간 기술은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에 구애 받지 않고 많은 분야에 쓰이며 경쟁력이 향상된다. 또 외부 자본투자를 받아 사업화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스타게이트는 ▲기술 상용화 가능성 검증 ▲거점 시장 검토 ▲기술 스핀-아웃 ▲성장 지원 등 4단계로 구성된다.

SK텔레콤은 독자 개발한 20개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이 독자 개발한 초소형 레이저 광학엔진 '옵틱스'는 연내 스핀아웃될 예정이다. '옵틱스'는 50X50X30(㎜)의 주사위 크기로 AI 스피커,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기기에 탑재 가능하다.

인공지능 기술로 음원에서 보컬, 반주 등을 분리하는 '음원 분리 기술’도 스핀아웃이 추진된다.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품질개선 기술 '슈퍼노바'와 시청 이력에 따라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인공지능이 조건에 맞는 장면을 찾아주는 'AI 맞춤형 미디어 디스커버리 기술'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스타게이트는 글로벌 ICT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SK텔레콤의 전문 역량을 결집해 만든 프로그램이다"라며 "기술 사업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준 쏠리드 대표. / 조선일보 DB
정준 쏠리드 대표. / 조선일보 DB
◇ 사내벤처 뿌리 다진 KT…각 분야 유망기업 배출

KT는 1996년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시작해 각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무선 네트워크 중계기와 유선 전송장비를 생산하는 쏠리드는 KT의 1호 사내벤처다. KT 연구소 출신 정준 대표는 1998년 사내 벤처 형태로 회사를 설립했다.

쏠리드는 KT와 SK텔레콤에 무선통신중계기를 납품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에는 창업 16년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1999년 8월 KT 사내벤처로 출발해 그해 11월 벤처기업으로 설립된 한국통신인터넷기술은 KT IDC의 보안·백업 서비스를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 정보보안 업무를 맡으며 컨설팅·서비스 사업을 수행했다.

2018년 매출액 150억원을 달성했고, 매년 10%쯤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AWS, IBM과 협력해 클라우드 보안관제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회사인 엔젠바이오도 KT가 낳은 유망기업이다. 암 동반 진단 관련 제품 연구, 개발을 위해 2015년 KT 사내 벤처로 출발해 현재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인 ‘NGS’ 기술을 이용한 암 진단시약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엔젠바이오는 2018년 11월 UTC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 투자 120억원을 유치했다. 엔젠바이오의 기관 투자 유치는 2017년 한국투자파트너스 이후 두 번째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LG유플러스 사내벤처 설명회 현장 모습. / LG유플러스 제공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LG유플러스 사내벤처 설명회 현장 모습. / LG유플러스 제공
◇ LGU+, 사내벤처 1호 서비스 출시…R&D 심장 마곡서 일낸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8월 자사 사내벤처 1기를 모집한 이후 최근 1호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사내벤처 1호 서비스로 개인 고객과 피트니스 센터의 퍼스널 트레이너를 연결해주는 O2O 플랫폼 ‘운동닥터’를 15일 선보였다.

운동닥터는 빅데이터로 수집된 전국 4800개의 피트니스 센터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다. 고객이 트레이너 관련 정보를 찾고 트레이너가 회원을 유치하는데 소모하는 시간·비용을 최소화 시켜 보다 효율적인 상호 거래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운동닥터를 통해 고객은 트레이너별 이용 요금, 일정, 이미지 등을 손쉽게 확인하고, 센터 및 트레이너와 안심번호를 통한 1대1 상담도 할 수 있게 된다. 운동닥터에서 검증한 트레이너 자격증과 수상경력 등 신뢰성 있는 정보에 기반해 트레이너를 선택할 수 있다.

김성환 LG유플러스 사내벤처팀 ‘위트레인’ 리더는 "국내 퍼스널 트레이닝 시장은 연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트레이너 숫자는 2만5000명을 넘어섰다"며 "위트레인은 이처럼 잠재력이 큰 퍼스널 트레이닝 시장을 주도해 국내 대표 O2O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트레인은 LG유플러스 사내벤처 1기 팀으로 1월부터 태스크포스(TF) 활동을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임직원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사업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1년간 별도 TF 조직으로 발령하고 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은 ▲팀당 최대 1억7000만원 예산 지원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별도 업무 공간 마련 ▲사내벤처 기간 동일한 급여/복리후생 및 성과급 지급 등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서 운용하는 ‘LG Uplus 펀드Ⅰ’을 비롯, ‘KIF’,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심본투자파트너스’ 등 출자 펀드 및 회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내벤처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후에도 필요한 투자유치 및 기술지원을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