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으로 조퇴하겠습니다. 조퇴 사유 생겼네"

"이제 게임중독으로 학교 안 가도 되나?"

"야구·축구 중독세부터 내라고 해라"

"게임중독이 질병이면 연애도 질병이다"

"게임중독 세금 나오면 게임 아이템 가격 오르겠다"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 분류 결정에 대한 조롱글이 넘쳐난다. WHO는 2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를 통해 게임 과몰입을 정신 건강 질환으로 분류하는 개정안(ICD-11)을 승인했다.

. / 엘그라피코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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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개정안은 2022년 1월 가맹국 194개국에 ‘권고 사항'으로 적용된다. 한국 정부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해당 내용을 2025년 적용하고 2026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게임업계·의료계·관계 전문가·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한 게임 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하고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WHO의 결정과 복지부의 움직임에 대해 게임업계와 관련 단체의 시선은 곱지않다.

2013년 한국 정부가 '신의진법' 등 게임을 마약이나 알콜같은 '중독'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강력한 입법을 시도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이번 WHO의 의결을 계기로 기존 '신의진법' 등 강성 법률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보는 WHO의 이번 의견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은 "WHO의 게임이용장애 의결은 그 해석과 집행에 따라 게임과 관련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게임의 과몰입 현상을 '중독'이라는 질병의 틀에 넣고 국가의 보호대상이나 후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 이념에 배치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행동양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다수의 국민을 잠재적인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헌법이 추구하는 문화국가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WHO의 결정과 복지부의 움직임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네티즌도 마찬가지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세월호때 해경을 삭제하고, 수학여행 사고나니 학생들 여행을 금지시킨 나라다"며 "이젠 게임중독이 우려되니 게임을 금지시킬 기세다"라고 정부의 움직임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소셜네트워크 사용자는 "WHO는 12개월 지속돼야 질병으로 진단한다 했지만, 100분 토론장에서 ‘일반인은 논문 안봐도 알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게임 과몰입 질병화 찬성 세력으로 존재하는 헬조선에선 충분히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할 확률이 높다"고 꼬집었다.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해 본질을 보지 않고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의견도 많다.

한 소셜네트워크 사용자는 2015년 불교신문의 게임중독 기사를 인용하며 "아이는 애정을 얻고 싶지만 부모님들은 성적을 얻고 싶어한다"며 "결국 부모들은 과몰입의 본질을 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는 "부모는 아이가 왜 게임에 몰입하는지,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아이가 어떤 디지털 사회망을 형성하고 있는지 안중에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게임은 TV, 인터넷과 함께 한국 국민이 즐기는 3대 여가생활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게임은 5.5%로 TV시청 45.7%, 검색과 채팅, 소셜미디어 이용 등 인터넷 14.1%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게임은 연매출 12조원이 넘는 한국 주력 산업이다. 수출도 4조원에 달한다. 콘텐츠 수출의 56%(2017년)를 차지하며 세계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했다.

게임은 5세대 통신시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접목해 차세대 킬러콘텐츠로 떠올랐다. 다른 산업과 융합한다.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높아 게임의 산업적 가치는 더욱 커진다. WHO의 이번 결정과 정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산업 종사자에게 이제 ‘질병 유발자'라는 오명과 낙인을 찍는 행위다.

게임 산업계를 대변하는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도 WHO를 대상으로 이번 게임 질병 코드 등재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ESA는 성명문을 통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조사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WHO의 결정은 전 세계 수십억명의 게이머가 자신의 행복 추구권을 박탈당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의학계도 WHO의 결정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스텟슨 대학교 크리스토퍼 퍼거슨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WHO는 엉터리 진단을 내렸다"며 비판했다.

퍼거슨 교수는 "의학적으로 게임중독은 도박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WHO가 질병 분류를 너무 성급히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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