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는 2017년 미술금융을 다룬 보고서 ‘Art & Finance Report’를 발행했다. 조사 결과 미국 미술품 담보대출은 ▲은행(81%) ▲부티크 대출기관(11%) ▲경매 회사(8%)가 각각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 칼럼에서 해외 은행의 미술품 담보대출 사례와 결과, 현황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부티크 대출기관과 경매 회사의 방식을 살펴볼 차례다.

은행은 미술품 담보대출 시 대출자의 ‘재정 상황이나 신용 등급’을 중요하게 본다. 경매 회사와 부티크 대출기관은 대출자가 가진 ‘미술품의 가치’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다르다.

부티크 대출 기관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 아테나 아트 파이낸스(Athena Art Finance)를 살펴보자. 이 기관은 담보로 할 ‘예술품의 가치 중 50%’까지 대출 가능 금액으로 산정한다. 기간은 ‘6개월에서 7년’, 금액은 ‘최소 100만달러(11억 8000만 원)’여야 한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및 로스엔젤레스에 지사를 둔 보로 프라이빗 파이낸스(Borro Private Finance)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미술품 담보대출을 진행한다. 아트 펀드를 운용하고 미술품 외에 클래식 자동차, 보석과 시계 등 ‘고급 자산 구매 비용’도 담보대출하는 등 다양한 투자를 제안하는 기관이다.

경매 회사 가운데 유명한 영국 소더비(Sotheby’s)는 18세기 설립된 역사 깊은 곳이다. 25년간 미술품 담보대출을 이어오기도 했다. 소더비는 담보로 할 미술품의 조건을 ▲콜렉션으로 가치 있는 회화, 조각 등 순수 미술 ▲사진 ▲장식 미술 ▲보석 미술품으로 설명한다.

소더비 미술품 담보대출 방식은 ‘소비자 위탁에 의한 단기간 선불 대출’이다. 대출 금액은 담보 미술품의 ‘총 경매 추정치의 40%~60%’라는 기준도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40억달러(4조7000억원) 규모의 미술품 담보대출을 제공했다.

미술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에서는 미국, 영국과 달리 미술품 담보대출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유럽 업계가 미술품 담보대출을 보는 시선은 마치 ‘돈을 만들기 위해 전당포에 가는 것’처럼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미국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과 효율을 가져서다. 미국에는 담보물에 담보권을 등록하고 대출자가 담보물을 소유하는 ‘UCC 법적 제반’도 마련됐다. 이 덕분에 미술품 소유자가 손쉽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미술품 담보대출 대부분이 경매 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그나마도 규모는 매년 줄고 있다. 미술품 담보대출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가 있다면, 한국 미술품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위험 요소를 해결해 나간다면 이 양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미술품 담보대출, 아트 펀드 등 미술품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화두는 ‘미술품의 가치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하는지’다. 다음 칼럼에서는 한국과 해외의 미술품 가치 평가 방식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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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 필자 박지혜 석사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 대학원 졸업 후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감정인력 양성 지원-미국감정가협회(AAA) 협력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연구 용역, 갤러리 전시 기획 등 다양한 아트 파이낸스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들은 한국 미술품 구매·투자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2016년 한국금융연구원 기타보고서 ‘국내 미술금융 활성화 전략 및 활용방안’, 10년간 이뤄진 5만건 이상의 미술품 경매 데이터를 분석해 전시 여부와 가격간 상관 관계를 증명한 논문 ‘미술관 전시 여부와 작품 가격의 관계’를 집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지원 사업 계획(안)’의 운영 방안 연구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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