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정치적 갈등 대응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부품 수출 규제'라는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우리 정부에 일체 통보나 조율 없이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산업계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조치로 사태 장기화시 피해가 우려된다.
3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수출정책을 수정해 TV·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 핵심인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7월4일 시행한다. 일본 정부는 이 내용을 7월1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소송에 대한 사실상의 대응 조치라고 덧붙였다.
4일 규제 조치가 시행되면 일본기업은 한국 수출시 계약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신청과 심사에는 90일 가량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한다.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첨단재료 수출에 관해 수출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 국가' 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7월 한 달간 의견을 수렴해 8월1일부터 제도를 변경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업체들이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화이트 국가'로 지정됐다.
이번 조치와 관련 일본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소관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양국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신뢰 관계를 기초로 수출관리를 하는 것이 곤란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린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시정 요구를 해왔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로 기대됐던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회담은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