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의 한국 수출 규제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의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사안이 갑작스럽게 불거진 데다 배경과 시점 등 의아한 부분이 많다. 전날인 30일 일본 산케이 신문이 단독 보도한 내용으로, 우리 정부는 보도 당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현재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조치의 배경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비교해 일본의 배경은 다소 억지스럽다. 미국 정부는 대중 무역적자 심화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고쳐야한다는 취지에서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면 일본은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한 한국 대법원의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물론 과거 협정에 반하는 것이고 이 판결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빠졌지만 이에 대한 보복을 수출 통제로 끌고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도 "일본 조치는 굉장히 상식적이지 않다"며 "국제 통상 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 청와대
과정도 의아하다. 우리 정부와 일절 조율이나 사전 통보가 없었다. 폭탄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발표 시점은 더욱 그렇다. 자국에서 열린 세계 20개국 정상 모임인 G20 회의 종료 직후 발표하는 셈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지 채 사흘 후 발표하는 것이다. 물론 G20 정상회의 때문에 발표 시점을 미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일정은 일반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우익 성향인 산케이 신문이 확대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만약 보도 내용대로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다면 파장은 막대하다. 특히 국제사회의 반응이 주목된다. 산자부 관계자의 ‘상식적이지 않다'는 견해처럼 국제사회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조치 합리화를 위한 국제 사회 설득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일본 주장이 힘을 받게되면 우리나라는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일본 정부의 어설픈 트럼프 따라하기식 제재에 대한 반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 조치가 사실로 드러나면 우리 정부의 주변국 정보 부족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사전 인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보복 카드를 만지는 동안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 안건을 검토중이었던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일본 제재 움직임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안타까워 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 제재가 공식화되면 정부는 발빠른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사태 장기화는 업계에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이번에 제재 대상 품목인 포토레지스트(PR)·불화수소・플루오린폴리이미드(불화PI)는 일본이 글로벌 시장을 상당분 장악한 품목이다. 대안 공급처가 있는지 업계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단기간에는 문제가 없겠만 장기화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