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내연기관 엔진의 밸브를 여닫는 시간(듀레이션)을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에 돌입했다. 하나의 엔진으로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쏘나타 터보를 통해 양산형 엔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다고 3일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최초 개발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모형. / 안효문 기자
현대기아차가 최초 개발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모형. / 안효문 기자
이날 회사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기술설명회를 열고 CVVD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3분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터보에 탑재될 파워트레인이다. 기아차 K5, 투싼과 스포티지 등 준중형 SUV에도 적용 계획을 밝혔다.

자동차 엔진은 흡입-압축-팽창-배기 등 4단계 과정을 통해 동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엔진 실린더에 혼합기(연료와 공기가 섞인 기체)를 밀어넣고, 연소 후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흡기·배기 실린더가 작동한다. 여기서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CVVT)이나 열리는 정도(CVVL)를 제어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열리는 시간를 임의로 설정하는 기술은 CVVD가 최초다.

기존 내연기관은 캠 형태로 엔진 특성을 설정했다. 연료효율을 우선시하는 액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절충형 오토 사이클 등이 대표적이다. 밸브를 여닫는 시간(듀레이션)이 고정돼있기 때문에 한가지 캠 형태로 한가지 특성을 구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CVVD의 경우 밸브 듀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한가지 엔진에 여러 특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또 유효 압축비를 4:1~10.5:1 등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가변 압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CVVD의 핵심은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 작동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력이 적게 필요한 정속 주행 시 흡기밸브를 압축 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 저항 및 압축비를 낮춘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접근이다. 반대로 가속 상황에서는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 성능을 끌어올린다. CVVD 기술 적용 시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료효율은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CVVD 기술을 최초 적용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 / 현대자동차 제공
CVVD 기술을 최초 적용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 / 현대자동차 제공
이날 공개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4기통 1,598㏄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m의 성능을 구현했다. 열효율은 40%에 달한다.

CVVD 기술 외에도 효율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저압 배기가스재순환 시스템(LP EGR)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EGR은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재순환, 연소실의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다. 주로 디젤엔진에 사용하던 방식이다. LP EGR은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배출가스를 터보차저 컴프레셔 전단으로 유입시켜 고부하 영역의 엔진 효율을 개선하도록 고안했다. 이밖에 통합열관리시스템(ITMS), 엔진마찰을 34% 낮춘 마찰저감엔진무빙시스템 등도 추가했다.

하경표 현대차 가솔린2리서치랩 연구위원은 "2010년 ‘엔진 밸브를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을 수 있다’란 단순하지만 누구도 생각치 못한 아이디어에서 CVVD 개발이 시작됐다"라며 "터보엔진에 적합한 기술로 향후 현대차 차세대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