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환자 관리는 하지만 법적 보상은 모르쇠"
이우석 대표, 세포변경 보고서 누락 설명하며 ‘코미디’라며 실소

코오롱생명과학이 논란을 일으킨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수습에 나섰다. 인보사 허가 취소로 환자 우려감을 증폭한 것을 공식 사과하고 인보사 투약 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 사과와 안전관리 대책 발표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여 또다른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4일 코오롱생명과학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 투약 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우석 대표는 이날 인보사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다만 인보사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가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취소 결정을 받아 환자, 투자자, 의료계에 심려와 혼란을 끼쳤다"며 "회사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보사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식약처 역시 인보사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부터 투여 받은 환자에게 그 어떤 문제도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환자 한 분 한 분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앞으로 인보사 원 개발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과 협력해 현재 중단된 미국 임상3상을 이른 시일 내 다시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학자와 학회, 기관 등을 통해 인보사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신약으로서 가치 등을 추가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 15년 장기 추적…20개 거점병원 지정

이날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투약 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 계획도 밝혔다. 우선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투여 환자 부작용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15년간 이들을 추적 관리할 방침이다. 또 전국 주요지역별 거점병원(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을 20여개 지정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추적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다본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환자 관리 총괄 상무 "핵심은 장기추적이자 안전성 관리다"라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환자의 불안감을 떨쳐내겠다"고 강조했다.

추적관리는 ▲안전성 검사(실험실적 검사, 신체검사, 활력증후, 이상반응, 전화문진) ▲인보사 세포 체내 잔류 여부 확인(TGF-β1 ELISA 검사, TGF-β1 PCR 검사, 유전자 검사, PCR 검사) ▲인보사 투여부위 이상여부 확인 등이다.

대상자는 총 3700명쯤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4월부터 인보사 투여 환자 장기추적조사를 위한 환자등록 시스템(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 등록을 추진한 결과 현재 1725명 환자가 등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10월까지 3700명 모두를 등록하게끔 하겠다는 목표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환자 관리 총괄 상무는 "추적검사 관절액 및 혈액에서 GP2-293(신장유래세포) 및 바이러스 부족 환인 시험을 하는 등 혈액 잔류와 바이러스 부존을 철저히 검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려움은 있다. 의료법상 투여 환자를 코오롱생명과학이 모두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 상무는 "환자 정보는 의료법상 대외비다"라며 "이는 의료진, 식약청 등과 협의해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여전히 불안한 환자…코오롱생명과학 진정성 있나

코오롱생명과학이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추상적으로 환자 추적을 책임지겠다는 발표만 했을 뿐 세부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안정성에 대한 해명도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환자들과 대화 노력도 없다는 지적이다.

 인보사 피해 환자 대리인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가 행사장에 등장했다. / IT조선
인보사 피해 환자 대리인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가 행사장에 등장했다. / IT조선
4일 간담회는 코오롱생명과학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이 끝날 무렵 환자 대리인인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가 손을 들었다. 엄 변호사 등장에 이우석 대표는 "여긴 소송 대리인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라며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엄 변호사는 "현재까지 코오롱의 모든 해명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해명 과정에서 환자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표가 말하는 불확실성 해소는 기업적 가치 해소이지 환자 불안감 해소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우석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우석 대표는 2017년 3월 위탁업체 론자의 2액 세포변경보고가 코오롱 내부에서 누락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우스운상황’, ‘코미디’라고 표현하며 실소했다.

엄 변호사는 "코미디 같은 상황 때문에 2액세포가 바뀐 채로 인보사가 허가돼 환자들에게 투약됐다"며 "코미디 같은 상황때문에 환자들은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느끼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누락 과정이 코미디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중대한 사항인데 이에 대해 얼마나 회사 측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FDA 자료 제출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3상 재개에 힘을 쏟으면서 이러한 코미디가 왜 생겨났는지 무슨 과정에 있어 어떤 소통적 오류가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보고서를 주고받았던 상호 간 전혀 의도치 않았던 내용이므로 단순히 몰랐다고 치부하기만 해서는 앞으로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부적인 계획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5년 추적조사 동안 발생하는 검사비용 800억을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엄 변호사는 "환자가 알아서 검사한 후에 영수증을 회사에 보낸다는 건지, 의사가 시술한 환자에게 알아서 검사를 한 후에 회사에 청구한다는 것인지, 둘 다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의사를 밝힌 환자는 76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