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990원과 1000원의 차이는 얼마 없어요. 하지만 공짜와 1000원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오리진프로토콜이 거래 수수료를 모두 부담해 누구나 블록체인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시 프레이저 오리진프로토콜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 노보텔앰베서더강남에서 IT조선 기자를 만나 디앱 성공신화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시 프레이저 오리진프로토콜 대표./사진=김연지 기자
조시 프레이저 오리진프로토콜 대표./사진=김연지 기자
◇ DAU 200에서 8200까지…"사용자 확보 위해선 희생 필요"

오리진프로토콜은 페이팔 공동창업자와 드롭박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에어비앤비 초기 투자자 등 실리콘밸리 '꿈의 기업' 출신들이 만든 블록체인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0명에 불과했던 이 플랫폼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최근 8200명까지 늘어났다.

활성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오리진프로토콜은 지난해 거래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등 노력해왔다. 최근 내놓은 상품은 수수료 없이 이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P2P 직거래 장터 서비스 ‘댑 3.0’이다.(IT조선 7월 11일 오리진프로토콜, ‘수수료 공짜 P2P 장터 서비스 '댑 3.0' 선봬’ 기사 참고)

그동안 오리진프로토콜 사용자는 계정을 생성하거나 플랫폼에 판매 상품을 등록하기 위해 일정 가스비(Gas Fee·이더리움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냈다. 새 서비스로 사용자들은 수수료 없이도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 제안이다.

오리진프로토콜이 수수료 전액을 지원하는 이유가 뭘까. 프레이저 CEO는 "플랫폼 운영 결과, (인터넷이 더 익숙한) 블록체인 입문자들은 굳이 수수료를 내가며 블록체인 장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블록체인 사용자와 일반 사용자를 모두 끌어 안으려면 회사가 희생하는 부분이 분명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소비자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도 녹아있다. 그는 "신흥국 사용자들에게 수수료 전액 지원은 매력적인 요소"라며 "은행 계좌가 없는 신흥국 소비자는 수수료를 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진프로토콜이 평생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이저 CEO는 "지금 단계는 마치 카카오톡이 초기에 메신저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광범위 사용자를 끌어모은 것과 같다"며 "네트워크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그땐 다른 서비스를 붙이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블록체인 활용 사례 늘어 긍정적 효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프레이저 CEO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 대기업의 진출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론 대기업 인지도 덕분에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부상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예로 들었다. 프레이저 CEO는 "리브라 공개 이후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며 "먼 미래엔 투자자들이 리브라를 활용해 다른 암호화폐를 구매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페이스북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정신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이저 CEO는 "기존 암호화폐에선 (사용자가) 신뢰할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리브라는 사용자에게 플랫폼 제공자인 페이스북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현 리브라가 중앙 기관이 있는 전통 금융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리진프로토콜은 대기업이 나서기 전에 좋은 상품을 제공해 사용자를 확보하려고 한다. 프레이저 CEO는 "우버가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정작 지금의 우버를 만든 초기 사용자(드라이버)들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했다"며 "어떤 사업이라도 가치를 부여하고 성장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정신을 토대로 누구나 활용 가능한 디앱 사업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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